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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한국전쟁-한국전쟁에 대해 중국이 말하지 않았던 것들』
화제의 책_ 『한국전쟁-한국전쟁에 대해 중국이 말하지 않았던 것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3.06.24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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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수쩡 지음|나진희·황선영 옮김|글항아리|1,000쪽|40,000원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 작가 모옌은 “왕수쩡의 『한국전쟁』은 중국 역사 논픽션의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만들어냈다”라고 평했다. 중국 최오의 전쟁 논픽션 작가로 불리는 왕수쩡의 『한국전쟁』이 우리말로 출간됐다.

정전 60주년, ‘적군의 시각에서 본 한국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부제가 말하듯 ‘말하지 않았던’ 사실들을 짚어주는 데 특징이 있다. 즉, 각기 다른 신분의 참전자들이 구성한 다원화된 역사적 기억을 중심으로, 전쟁의 원인·결과보다는 다채로운 인물 심리 묘사와 주요 전투 및 전술이 갖는 의미 분석에 초점을 뒀다. 1970년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줄곧 한국전쟁을 ‘항미 원조전쟁’이라 불렀다.

말 그대로 적군을 향한 대항적 성격으로서 한국전쟁을 규정함으로써 이념적·사상적 갈등을 인정하고 이를 하나의 관점을 유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루쉰문학원 교사, 광저우군구 극단 극작가를 역임했으며, 1991년 베이징사범대에서 작가 석사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한국전쟁’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좀 더 열린 시각에서 전쟁을 조망하고자 했다. 저자는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흔히 보이는 각국의 정치적·경제적·군사적 이권 다툼이라는 시선에서 해부한 한국전쟁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오늘날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전쟁 속 잔인한 살육과 그것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을 인류사적 문제로 끌어올림으로써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휴머니즘을 고수했다. “역사와 현실이 어떠한 우여곡절을 겪든지 인류가 함께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고 보유해야 하기에 인류의 공통된 인식은 필수적이다.” 아무래도 왕수쩡 자신이 중국인이고, 중국이 당시 전쟁이 깊이 참여했으며, 전통적 입장이 고수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전쟁 기술의 균형성이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저자가 전쟁의 경위와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반도에 진입했던 중국군 소속 15개 군이 전후에 정리한 전쟁사, 전쟁 종식 뒤 귀국한 참전 장병들이 쓴 수많은 회고록, 당시 한반도 전장에 있던 중국군 지휘부와 베이징의 핵심 지휘관들이 교환한 모든 문서와 정보를 열람한 것이나, 미국 역사학자 모리스 이서먼(Maurice Isserman)의 『한국전쟁』, 역사학자 로이 애플먼(Roy Appleman)의 『낙동강에서 압록강까지』를 비롯한 관련 역사서, 더글러스 맥아더 및 매슈 리지웨이 등의 한국전쟁 회고록 등을 참조한 것도 이런 ‘균형성’의 문제를 의식한 탓이리라. “38선의 최서단은 한반도 해주만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다. 식량 생산량이 많은 습윤 저지대인 이곳에서 북쪽으로 전진하면 38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제7경비여단과 남한의 제17연대가 대치하고 있었다”로 시작해서 중국인민지원군 총사령관 펑더화이의 한국전쟁 회고담으로 마무리되는 이 책은 1997년~1999년에 탈고됐다가 2008년~2009년에 베이징에서 개정됐다.

한 가지 애매한 부분. 저자는 전쟁이 누구에 의해 시작됐는지 ‘기원’의 문제를 피해갔다. “곧이어 38선 최서단에서 신호탄이 연속해서 올라오며 불붙은 도화선처럼 300여 킬로미터의 남북한 분계선을 따라 동쪽으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고 한 시간 뒤에는 동부 해안에 도달했다. 새벽 5시, 38선에서 수천 문의 화포가 불을 뿜었다.” 그러나 전세를 보면 전쟁 개시 세력을 알 수 있다.

“6월 25일 정오가 돼서야 한국 주재 미군 고문단은 전쟁의 심각성을 확실하게 인식했다. 전쟁은 이미 38선을 따라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한국의 수도 서울로 직행하는 두 도로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또 하나 걸리는 대목. 저자는 ‘한국전쟁’을 중국과 미국의 싸움으로 인식하면서 “중국군과 미군이 교전하던 한반도 전장에서 중국군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제시했다. 중국 국가주의 또는 대국주의 발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국전쟁에 대해 중국이 말하지 않았던 것들’이란 부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어떻게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싸워, 전선을 저지할 수 있었는가를 ‘분석’한 것으로 읽히고 만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1950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주년을 기념하는 국경일이었던 이 날, 새로운 중국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 깊이 논의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10월 5일 한국전쟁 개입이 확정됐다고 서술함으로써, 중국 참전의 경위를 생생하게 묘사해냈다. “유엔이 ‘8개국 공동 제안’을 채택한 다음날인 10월 8일, 유엔군이 정식으로 38선을 넘은 다음날이기도 했던 이날, 마오쩌둥은 중국인민혁명군사위원회 주석의 명의로 중국인민지원군 편성에 관한 명령을 내렸다.” ‘중국인민지원군’이 역사에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후 한국전쟁은 길고 지루한 강대국의 대리전으로 치닫게 됐고, 산하와 민족은 유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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