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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문화연구의 窮極
동북아시아 문화연구의 窮極
  • 남송우 부경대·국어국문학과
  • 승인 2013.06.24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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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한국문학 공부는 한국문학 원전 읽기에서 시작한다. 모든 문학 공부가 여기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도 원전 읽기에 분주했다. 그런데 원전의 이해와 해석에 갇혀있던 시야가 조금씩 열리면서, 국문학은 단순히 한국문학 안에 갇혀 있어서는 그 의의를 추구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인식하게됐다. 고전문학의 많은 부분이 중국문학의 영향권 안에 놓여 있고, 개화기 이후의 근대문학이 일본문학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우리 문학을 한 차원 높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시선을 밖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이 지닌 의의를 심화 확대시켜나가기 위해서는 문학 자체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교섭해 나아가야 한다는 소위 문화연구로의 진전의 필요성도 인식하게 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참여하게 된 학회가 동북아시아문화학회다. 처음에는 다양한 학문영역의 논의들에 낯설어 소통의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거듭되는 학회 모임을 통해 필자와는 다른 영역의 연구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모든 학문의 영역들이 건널 수 없는 경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 안에서 서로 순환하는 학문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됐다. 그래서 인문학이 사회과학의 어느 지점에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고, 사회과학 영역에서 자연과학과 만나는 지점이 어디쯤인지를 고민하게 됐다.

이런 고민은 필자의 공부를 인문학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영역에 관심을 갖게 했다. 또한 이런 자각은 국내 학자들만의 만남에서가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이뤄졌다. 아직은 완전한 소통을 이뤘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 가능성만은 분명히 확인했다. 매년 동북아시아문화학회가 동북아시아 지역을 순회하면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학자들이 모일 때마다 서로의 차이도 확인하지만 서로 공유하고 있는 부분들도 확인하는 시간이 많았다. 각국이 국가의 경계는 있지만, 오랫동안 서로 문화적 수수가 이뤄져왔음을 말하는 부분이다. 이는 동북아 지역이 서로의 영향권 안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며, 공통분모의 문화적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동북아시아 지역에 관련된 많은 비교연구들이 <동북아시아문화연구>라는 학회지를 통해 발표되게 된 연유다.

그러나 연구의 출발이나 관점은 언제나 자신이 서 있는 입장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한 주제에 관련된 쌍방의 연구는 각자가 서 있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일 간 공통의 문제를 한국학자가 다룰 때와 일본학자가 다룰 때, 그 결과는 서로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연구자의 몫이란 이 다름과 차이를 객관적으로 정리하면서 동북아지역이 궁극적으로 함께 지향해 나아가야 할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학자들이 함께 모여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동시에 공유할 지점을 나누는 시각을 조금씩 갖추어 나간다면 현실적인 난제들을 풀어나가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현실적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은 여전히 갈등지역으로 남아 있다. 남북한의 첨예한 대결적인 양상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사이의 영토문제, 한일 간의 끝나지 않는 정치·외교적 갈등 문제 등이 쉽게 풀리지 않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 갈등은 오랜 역사·문화적인 배경을 바탕에 깔고 있기에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힘든 과제임에 틀림없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방향성을 누가 제시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위해 시간과 땀을 제공해야 할 주체들이 일차적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라 생각한다. 정치적 입장이나 경제적 후원에 휘둘리지 않는 학자적 양심으로 엄정한 연구를 수행하는 동북아 지역의 학자들이 서로 소통한다면, 동북아 지역의 현안을 넘어설 미래지향적인 가치 설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몇 년 동안 동북아시아 지역을 오가며 국제학술대회를 경험하면서 내린 소박한 결론이다.


남송우 부경대·국어국문학과
부산대에서 박사를 했다. 문학평론가로 활하게 현장비평을 전개하고 있으며,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인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전환기의 삶과 비평』,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등이 있고 현재 동북아시아문화학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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