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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실패, 연구과정의 성실성으로 판단 … 실패경험도 공유하고 자산화할 것”
“성실실패, 연구과정의 성실성으로 판단 … 실패경험도 공유하고 자산화할 것”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06.24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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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 ‘성실실패’ 인정제도 공청회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컨벤션 그레이스홀에서 '연구개발 성실실패 인정과 재도전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은 종합토론 모습이다.
“‘성실실패’ 인정 제도는 연구과정의 성실성을 주요하게 보겠다는 것이고, 실패경험도 기록으로 남겨 공유하고 자산화하겠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연구개발 ‘성실실패’를 인정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제도 마련에 나섰다. 미래부는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에 있는 엘타워컨벤션 그레이스Ⅰ홀에서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대학ㆍ연구기관ㆍ기업체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백기훈 미래부 성과평가국장은 “지금 우리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모멘텀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정부 창조경제의 핵심기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성이 중요하다. 정부 R&D 성공률이 90% 이상이지만, 혁신적인 성과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많다”라고 제도 개선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백 국장은 “성실실패 인정 제도를 일부 운영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확산되지 못했다”며 “연구목표에 실패할 경우, 그 경험이 사장되는 것도 문제다. 실패경험을 살려 재도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구축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국가 R&D사업의 과제 성공률은 98.1%. 미래부는 실패에 대한 회피로 인해 R&D과제의 성공률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실패에 따른 제재(연구비 반납과 과제참여 제한 등)로 도전적인 연구를 회피하고 실패경험이 사장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래부는 ‘성실실패’의 개념을 연구목표 달성에 실패한 과제 중 연구과정의 성실성이 인정된 과제로 본다.
이날 미래부는 ‘성실실패’ 인정과 재도전 기회 제공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성실실패 인정 제도는 각 부처에서 일부 운영되고 있지만, 부처별로 기준이 달라 ‘공통’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예를 들어, 산업부와 농식품부는 성실실패를 판단할 때 ‘연구결과물 수준’으로 판단하고, 미래부와 국토부, 복지부, 환경부 등은 ‘수행과정의 성실성’을 성실실패의 판단 근거로 본다.

재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안)은 이렇다.
과제평가에서 ‘실패’로 결정된 과제를 1단계에서 ‘연구과정의 성실성’ 평가를 통과하면 성실실패를 인정한다. 관련 제재는 원칙적으로 모두 면제한다. 연구실패에 대한 사항은 DB화해 관리한다. 연구실패 DB를 연구자에게 공개해 유사사례를 방지하고 효율적 연구 유도에 활용한다. 평가 기준은 연구목표의 도전성과 외부요인으로 인한 목표달성 실패를 판단한다. 또, 연구수행 방법과 과정이 적절한지를 본다. 반복수행이 가능한 연구의 경우, 실패 후 1회 이상 재시도 했는지 여부, 기술개발과정의 자료 및 데이터의 충실성 여부 등을 본다.

2단계에선 연구과정에서 도출한 가치평가를 하는데, 이를 통과하면 연구과제에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고, 포상도 한다. 연구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연구과제는 후속연구 기회를 제공하거나 중간ㆍ단계평가에서 실패로 결정된 연구중단 과제에 기회를 부여해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미래부는 별도의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성실수행 여부와 연구과정에서 파생된 부가가치만을 평가할 계획이다. 전문위원회는 1ㆍ2단계 평가 모두를 맡는다.

미래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성실실패와 재도전이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사업평가와 감사에 대한 부담 완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혁신도약형 R&D 사업평가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1~2년간 시범 적용 후 R&D사업 전반으로 확대할지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민원 미래부 연구제도과장은 “성실실패를 인정하는 평가 주체와 절차를 국가적으로 통일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과제에 대한 감사원의 면책 규정 마련을 위해 감사원과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선 도덕적 해이 방지, 사업평가체제의 전반적인 개선 등이 제안됐다.
서경석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정책개발실장은 “사실, 마지막 단계에서 성실실패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과정 중간에 중단된 과제의 산출물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중간평가에서 연구과제의 목표를 수정하고,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좋지만, 논문수, 특허수 등으로 연구결과를 평가하는 시각을 바꾸는 등 전체적인 평가체제 개선이 더 중요하다”며 “성실실패 인정은 전체 사업에 적용하기 보다는 자유공모과제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김종석 보건산업진흥원 신기술개발단장은 “대학의 연구자는 비교적 엄격한 도덕성을 갖고 있다. 대학과 기업체를 구분해 성실실패 인정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성실실패 인정과 재도전은 도덕성이 확보된 연구자에 한해 진행하면 좋겠다”며 “그동안 연구과제 평가 심의를 해보면,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례를 너무 많이 봤다”라고 지적했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기술경영학부)는 “성실실패를 인정하면, 연구자가 원인분석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 실패경험을 기록하는 것과 함께 사업관리기관에서도 활용분석 보고서를 써야 구체적인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송 카이스트 녹색교통대학원 교수(전자공학과)는 “연구자가 정말 부담 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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