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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중심 평가가 대학을 병들게 하고 있다”
“실적 중심 평가가 대학을 병들게 하고 있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6.24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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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_ 대학평가시스템 대안 찾기 나선 서울지역 교수협의회

양적 지표 중심의 획일적 대학평가에 대한 비판이 높은 가운데 서울지역 교수협의회가 직접 새로운 평가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 교수협의회 연합체(회장 전길자 이화여대, 이하 서교연)가 지난 20일 개최한 포럼 ‘대학교육, 무엇이어야 하는가’가 그 출발이다. 서교연은 언론사 대학평가의 문제점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서울지역 교수협의회가 지난 2009년 결성한 모임으로,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8개 대학 교수협의회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교수협의회 연합체(회장 전길자 이화여대,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가 지난 20일 개최한 포럼에서 이정재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사진 왼쪽에서 네번째)가 ‘대학교육,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권형진 기자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이정재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은 “교육은 정보의 교수와 판단의 전수로 나눠볼 수 있는데, 대한민국의 평가는 정보 전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판단의 전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보완해야 한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교수의 연구와 사고활동을 학생이 보고 배우는 과정이 판단의 전수이고 곧 연구인데, SCI 논문 실적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일이 없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SCI로 대표되는 실적 중심 평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길자 서교연 회장(이화여대 교수협의회장)은 “대학에서 하는 연구 안에는 교육이 포함돼 있다. 연구도 교육의 큰 틀 안에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다른 연구소 연구와 마찬가지로 대학도 업적과 결과를 내는 것으로만 평가하려 한다”라고 비판했다.

윤진수 숙명여대 교수협의회장은 “이공계와 인문계는 학문 성격이 다른데, 이공계 평가 잣대가 모든 평가에 중심으로 잡혀 있어 판단을 중시하는 인문계열이 죽어버리는 것”이라며 “국가 연구비 지원도 당장 결과를 낼 수 있는 곳에 자원을 집중하다 보니 대학이 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거기에 끌려 다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혁승 연세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대학평가체제가 정보와 지식 창출을 강요하는 데서 오는 폐해가 심각하다”라며 “평가가 지식 창출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학생이 면담 신청을 해도 바쁘면 응할 수가 없다. 교수를 이렇게 몰아넣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한탄했다. 양 의장은 또 “외부 대학평가가 자극제가 된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평가 틀로 대학을 몰아간다는 점에서 대학을 병들게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오환섭 경희대 교수협의회장도 “평가를 교수업적 중심으로 하다 보니 교육을 상실하게 되고, 교육을 잃어버리게 되니 대학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평가를 바꿔야 교수가 교육에 힘을 쏟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중앙일보 평가가 문제가 아니라 영어강의 만들고 이런 게 더 문제”라며 “대학이 평가를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더 문제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전길자 회장은 “대학다운, 대학을 위한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제안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런 평가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은 무엇이고, 대학교육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첫 주제로 잡은 것”이라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포럼을 열어 대학평가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교연은 오는 8월 29일에는 ‘대학의 교육과 연구가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제2차 포럼을 연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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