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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
“강사법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06.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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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유예 강사법’, 대안을 찾아서 ⑦ 대학 쪽 입장

대학도 강사도 반대하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강사법’에 대해 대학 측은 “강사법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을 제시했다. 대학 측 관계자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국회와 교육부, 대학, 강사 대표가 만나 공식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후열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 회장(목포대 교무처장)은 “지금 강사법은 대학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렵고, 내년 1월부터 시행이 된다면 대규모 강사 해직 사태는 불가피하다”며 “ 강사법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재정부담과 함께 행정부담을 호소하는 대학이 대부분”이라며 “대학에 과중한 부담을 주게 되면 강사법 제도 자체가 의도와는 달리 왜곡된 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강사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철희 전국대학교무행정관리자협의회 회장(숭실대 교무팀장)도 “강사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대학은 강사 임용을 최소화하는 등 강사문제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학은 겸임ㆍ초빙교수를 뽑아 강사 수요를 대체할 것이며, 시간강사의 대규모 해직 사태는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한 회장은 “대학 입장에서는 강사법을 폐기하고 다시 그림을 그리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며 “강사법을 유예하더라도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렵고 논의를 뒤로 미루는 것밖에 안 된다. 강사법을 폐기하고 새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순진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 회장(대구대 기획처장)은 “결국은 강사의 처우개선과 교원지위 부여에 따른 재정부담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가 문제”라며 “정부는 대학에 등록금은 줄이고, 장학금 등 교육비 지출은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은 추가 비용 없이 강사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강사법이 시행된다면 일부 강사는 혜택을 얻겠지만 대량 해고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고등교육재정을 늘리지 않고 재정문제를 대학에 떠맡기게 되면 대학 입장으로서는 답이 없다고 했다.

서울지역 사립대의 한 교무팀장은 “강사 퇴직금과 건강보험 정부지원 문제도 수면위로 올랐다가 지금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는다”면서 “그러니까 대학은 이 제도를 수용하기 어렵다. 정부도 복지예산을 늘리고 있는 마당에 강사 처우개선을 위해 대규모 재정투자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교수학술4단체는 지난 14일, 교육부 후문 앞에서 '개정 고등교육법(강사법) 폐기와 대체입법 발의'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강사법이 내년1월부터 그대로 시행될 경우, 시간강사의 대규모 해직 사태가 불가피해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다. 강사법을 폐기하고 대체 입법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강사 측과 대학 측은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는 그동안 강사법과 관련해 내부 회장단 회의를 갖고 국회와 교육부 등에 대학 측 의견을 전달했다. 대학은 강사법을 폐기하지 않고 내년부터 시행이 된다면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대학의 요구는 이렇다. 첫째는 학문후속세대는 강사법 적용을 예외로 하자고 했다. 박사과정과 박사후과정에 있거나 새내기 박사는 학문후속세대로서 교육훈련을 위해 강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전임교원이 불가피하게 강의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기간제 강사제도’처럼 한시적으로 강의를 맡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임교원을 100% 충원한다고 해도 교수 연구년 등 국내외 교수 파견이나 보직교수 임명, 정부기관 등의 정무직 임명, 질병 등의 이유에 따라 한시적으로 보충할 수 있는 ‘시간강사’는 항상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원활하고 효율적인 강사 관리를 위해 전국적인 강사 풀을 구성하고 어느 특정 기관에서 전담 관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사에게 지급하는 4대 보험과 퇴직금도 강사 풀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지급하고, 정부도 이곳에 지원을 하며, 대학은 강사의 강의 시간에 따라 공정하게 분담금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사제도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이런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학 측은 강의료 인상 등 처우개선에는 나서겠다고 했다. 양 회장은 “사회적 약자 배려 차원에서도 대학은 강사를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학은 강사료 인상 등 처우개선에 나서야 한다. 현장에 있는 강사들의 요구도 교원지위 부여 등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생활과 삶’을 위한 처우개선을 더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간강사의 대규모 실직 사태가 현실화되는 분위기에서 내년 1월로 미뤄진 강사법을 그대로 시행하는 것은 대학도, 강사도 반대한다. <교수신문>이 시간강사와 겸임ㆍ초빙교수 등 비정규 교수 372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1.2%가 “강사법을 내년에 그대로 시행하는 데 반대”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와 교수노조, 민교협, 학술단체협의회는 지난 14일 오전, 교육부 후문 앞에서 ‘개정 고등교육법(강사법) 폐기와 대체법안발의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정재호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조선대)은 “강사 해고 대란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강사법을 폐기하고 대체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강사들의 요구도 졸속 입법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고등교육법을 제대로 재개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학과 교육부 등 이해 당사자들과 논의하며 접점을 찾아야 하니까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다”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 유기홍(민주당)ㆍ정진후(진보정의당) 의원실을 중심으로 강사법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지난 2월 전문가 간담회 이후 강사법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논의하는 자리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강사는 강사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국회에 의견을 전하고 있을 뿐이다.

한철희 전국대학교무행정관리자협의회 회장은 “국회와 교육부, 대학, 강사 대표가 모여서 논의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며 “지금은 각자 따로 논의가 되고 있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책임 있는 주체들이 모여 논의하자”라고 제안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4월 한 달간 전국의 시간강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만여 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교협은 강사법과 관련한 입장을 국회와 교육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대교협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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