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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초청보다 해외연수 지원 강화해야
해외석학 초청보다 해외연수 지원 강화해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6.11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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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교수 500명 설문조사 …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원 만들려면?

BK21플러스 사업의 신청 마감이 다가오면서 대학들 관심이 온통 여기에 쏠려 있다. 오죽하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한 학칙 개정을 놓고 총투표를 앞두고 있는 경북대 교수회 관계자가 “BK21플러스 때문에 교수들 관심이 없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BK21플러스 사업은 석·박사급 고급인재를 양성을 위한 사업으로, 사업비 대부분이 대학원생 연구 장학금 지원이다.

현장 연구자들 역시 대학원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중심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추구해 나간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원 방식에서는 현재와는 다른 방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으로 발전하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는 석·박사과정 대학원생의 공급 부족을 꼽았다. 또 국제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에서도 해외석학 초청보다는 국내 연구자의 해외연수를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연구재단에 연구비를 신청한 경험이 있는 교수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번 설문조사는 WCU사업과 2단계 BK21사업의 후속사업인 BK21플러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 실시한 것으로, 교육부가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글로벌 EXCEL(WCU·BK21 후속)사업 및 글로벌 수준의 박사양성 프로젝트」 예비타당성 조사』에 수록됐다. 세계 수준의 대학원을 육성하기 위한 재정지원 방향에 대해 현장 연구자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우선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원 발전에 장애가 되는 요인에 대한 인식부터 교육부와 현장 연구자 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현장 연구자들은 석·박사과정 대학원생의 공급 부족(29.1%)을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강의와 행정 부담으로 인한 시간 부족(22.9%), 기자재·설비 등 연구 인프라 부족(17.2%), 우수 교수진 부족(15.3%)도 장애요인 가운데 하나다. 교육부가 과거 WCU사업이나 BK21플러스 사업 글로벌 인재양성형에서 강조하고 있는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의 부족(10.3%)은 5위에 머물렀다.

전공 분야에 따른 차이도 발견할 수 있다. 공학(34.2%), 이학(30.2%), 의약(31.1%) 계열의 교수들은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한 석·박사 학생 공급 부족을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인식했다. 반면 인문·사회계열은 32.1%가 연구인력의 시간 부족을 꼽았다. 석·박사학생 공급 부족(18.0%)은 우수한 교수급 연구진의 부족(20.7%)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학((20.4%)이나 의학(24.5%) 계열은 연구 기자재와 설비 등 인프라 부족을 두 번째 장애요인으로 꼽은 점도 눈에 띈다.

정부가 연구환경 개선과 국제적 수준의 연구집단 양성을 위해 재정 지원을 한다면 어떤 형태가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공학(34.8%), 이학(31.4%), 의약(32.4%) 계열은 모두 석·박사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인문사회계열은 강의 부담 감소를 위한 지원(33.4%)을 가장 선호했다. 학회 및 연구소 방문연구 등 연구자의 해외연수 강화(30.4%)가 뒤를 이었다. 석·박사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21.4%)은 3위였다.

해외석학 초청에 대한 지원은 전공과 상관없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기존 WCU사업에서 해외학자 유치를 강조했지만 현장에서는 큰 공감을 얻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KDI는 “국제적 네트워크의 부족은 국제적 수준의 대학원 발전의 장애요인으로 크게 인식되지 않고 있다. 이는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가 언급된 다른 요소에 비해 연구 발전에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적 네트워크의 강화를 위해서도 KDI는 “해외석학의 초청보다는 연구자의 해외 연수를 지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학문후속세대 사업 가운데 하나인 박사후 국외연수는 폐지돼 올해 신규과제 선정이 없다.  반면 BK21플러스 사업에서도 기존의 WCU사업과 유사한 글로벌 인재양성형은 해외학자를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현장 연구자들의 요구와는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전공에 따른 인식 경향은 국내 박사과정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지원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전체적으로는 장학금 등 우수 대학원생을 유치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38.6%에 달했다. 반면 인문사회계열은 박사 후 과정에 대한 지원(24.5%)을 강화해야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학(22.1%) 및 공학(18.8%) 계열은 우수 대학원생 유치 이외의 지원으로 ‘교수에 대한 연구비 지원 확충으로 연구 능력 제고’를 꼽았다.

현장 연구자들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 육성을 위한 재정지원 방식에서도 BK21플러스 사업과는 다른 방식을 선호했다. 대다수(66.2%)가 개인 연구과제 규모를 확대해 우수 연구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BK21플러스 사업과 같은 학과 단위의 사업단 지원 방식은 27.7%만 선택했다. 우수 연구대학을 일부 선정하고 지원하는 방식을 택한 연구자는 6.2%에 불과했다. 다만 이공계열의 경우 학과 단위의 사업단 지원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우수 대학원생 유치를 위한 장학금 지원 방식에서도 인문사회계열은 54.9%가 국가 장학 사업을 통한 직접 지원을 꼽았다. 이공계열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과제 액수를 증액해 석·박사과정 학생에게 간접적으로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가장 선호했다(공학 42.8%, 이학 42.5%, 의약 37.3%). 특히 인문사회계열은 학과 단위로 지원하는 방식을 꼽은 응답자가 6.9%에 불과했다. 이공계열에서는 연구비 증액을 통한 장학금 지원 다음으로 학과 단위의 사업단에 지원하는 방식과 국가 장학 사업을 통한 직접 지원에 대한 선호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는 석·박사 학생이 연구의 주요 투입요소로 간주되는 이공계 분위기에서는 석·박사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이 연구비에 대한 지원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인숙 의원은 “연구환경 개선을 위한 재정지원 방식에서도 연구자  개인 지원 방식을 선호했다는 사실을 함께 고려해 보면 대학원에 대한 재정지원 방식은 주로 연구재단의 연구과제를 중심으로 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현장 연구자들의 생각인 것처럼 보인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연구에 대한 지원은 주로 개인 단위의 지원을 중심으로 현재의 사업단 단위의 지원은 점차 축소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선호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석·박사학생 지원 중심의 BK21플러스 사업은 이공 분야의 수요에 더욱 잘 부합한다”라며 “인문·사회 분야의 경우 강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연구비 지원과 학교 제도 개선 등 연구자의 시간을 직접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하고, 이공 분야는 석·박사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 연구 기자재 구입 지원, 연구자의 시간 확보에 대한 지원이 병립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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