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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에서도 총장 직선제 폐지 압박 여전
새정부에서도 총장 직선제 폐지 압박 여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6.10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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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총장 직선제 요소 남아 있으면 재정지원과 연계”

서남수 장관이 직접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성과연봉제)와 달리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에 대해서는 개선 정도에 비례해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겠다며 국립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달 22일 ‘2013년도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현행 규정을 기준으로 조금이라도 총장 직선제 요소를 강화할 경우 지원금을 전액 삭감하거나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소한 현행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틀 뒤 군산대에서 열린 국립대 사무국장 회의에서는 이에 더해 2014년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도 학칙과 자체규정에 담긴 총장 직선제 개선 정도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학칙과 자체규정 제·개정을 완료했더라도 총장 직선제의 요소가 남아 있는 대학은 관련 규정을 재개정하라는 압박이다. 서남수 장관 역시 ‘원칙대로 지난 정부에서 하던 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대학의 경우 선호도 조사를 30%, 50% 반영하고 있는데 그런 경우 직선제 요소를 가미하고 있어 현재보다 후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다만 그 경우에도 패널티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하게 직선제를 폐지한 대학에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는 총장 직선제를 폐지한 학칙을 개정하기 위해 교수 총투표(14~20일)를 앞두고 있는 경북대를 우선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경북대는 총장 직선제 폐지를 담은 학칙과 자체규정을 함인석 총장이 일방적으로 공포하면서 대학본부와 교수회가 갈등을 빚어왔다. 경북대 교수회가 마련한 학칙 개정안은 학내 구성원들이 투표로 후보자를 선출해 총장 추천위원회에 추천하면 추천위에서 총장을 선출하되 기존 총장 직선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후보자의 출마 횟수를 한 차례로 제한하고 TV공청회 도입과 추천위의 결정권 보장 등을 담고 있다. 

문제는 경북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국립대가 많다는 데 있다. 전국 38개 국립대 가운데 총장 직선제 폐지와 관련해 학칙만 개정하고 자체규정을 제·개정하지 않은 곳은 목포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한국방송통신대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한국방송통신대는 현재 자체규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자체규정을 제·개정하지 않은 나머지 4개 대학은 지난해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을 무릅쓰고 국립대 가운데 가장 늦게 학칙을 개정한 대학들이어서 경북대 교수회의 투표 결과는 이들 대학의 향후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창록 경북대 교수회 부의장은 “자체규정도 교육부 마음에 들면 100% 지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에 비례해 지원하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라며 “대학 자율화 조치로 학칙 개정 보고 제도를 없앤 마당에 그보다 하위인 자체규정까지 교육부가 이런 식으로 바꾸라, 바꾸지 마라 하는 것은 월권행위이자 직권남용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발언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신분이던 2012년 11월 1일 언론 인터뷰에서 “총장 직선제를 교육부가 일률적으로 폐지하라마라 강요하기보다 학교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옳다”, “학교가 직접 추진한다면 그럴 수 있지만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나 국립대 법인화에 대해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 연합회(상임의장 이병운 부산대 교수회장, 이하 국교련)은 10일 성명을 내고 “학생들을 지원하는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과 관련해 재정적 불이익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학칙과 규정을 일일이 교육부에 보고하고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라며 “이것은 법적인 권한 없이 국립대학의 학칙 및 규정의 제·개정을 요구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총장 직선제에 관한 국립대의 자율적 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위법의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교련은 이어 “교육부는 총장 직선제 폐지를 위한 위헌·위법적인 일체의 기도를 즉각 폐기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총장 직선제 부분에 관한 책임자들을 엄중 문책하라”라고 요구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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