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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개혁의 의미
서울대 개혁의 의미
  • 이중원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2.09.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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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한국의 교육 개혁을 위해선 서울대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무수한 주장들이 끊임없이 있어 왔다. 그러나 근본적인 개혁방향 이상의 실현 가능한 구체적 대안들의 제시에선 많은 어려움을 드러냈었다.

최근 이를 불식시키려는 듯 서울대에서 몇몇 고무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대 지역할당제’, 법학학위는 없지만 21세기 첨단 과학기술 분야와 법학 분야를 학제적으로 연구한 학자의 법대 교수 임용 등. 특히 서울대 총장 스스로가 제안한 지역할당제는 명분이나 실현가능성 그리고 실효성 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분명 서울대에 대한 일반의 편향된 인식을 점진적으로 수정하고, 국립 대학으로서의 올바른 상을 정립하는데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는 대학 내부의 구조적 변화와 같은 핵심적인 사안들에서 많이 벗어난 뜻밖의(?)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실제로 그 취지에 맞는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데 부분적으로 기여하겠지만, 입시문화가 지배하는 우리 교육현실의 구조적인 문제 곧 ‘대도시 중심의 교육 독과점 현상’(서울대입학-입시교육-강남지역-경제적 부로 연결된 배타적 교육 네트워크)을 해소하기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현실과의 어정쩡한 절충이 빚어낸, 그래서 어쩌면 너무나도 쉬워(?) 보이는 미봉책의 대안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지역할당제 제안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을지 모르나, 교육계 안에서는 신선함 보다 아쉬움이 훨씬 더 큰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자체로 아주 중요한) 대학의 사회적인 기능을 강조하기 앞서, 대학이 그 본연의 임무인 교육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먼저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다. 입시경쟁의 완화와 교육기회의 확대를 위해서는 역차별의 우려를 낳을 수 있는 지역할당제보다는, 오히려 모두가 동등하게 ‘입학은 쉬워도 졸업은 매우 어려운’ 그러한 방식의 대학운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교육기회의 확대는 물론 교육의 질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가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갖는 절대적 권위에 비추어 볼 때, 서울대의 변화는 교육계나 사회 일반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서울대 개혁은 일개 대학의 개혁이 아니다. 한국사회의 교육 전반이 수술대 위에 오르는 것이다. 교육 현실은 지금 변화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이럴 때일 수록 임시 방편적인 정책의 조급한 제시보다는, 근본적이고 중추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정책의 제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중원`/`편집기획위원·서울시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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