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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치료의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
음악치료의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
  • 정현주 이화여대음악치료대학원·음악치료학
  • 승인 2013.06.04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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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이화여대에 교수로 부임한지 벌써 13년째에 접어든다. 2000년 3월에 임용돼 음악치료를 가르치기 시작한 시점을 기억해보면 그 동안 국내에 음악치료가 학문적으로나 전문적으로 눈부시게 따른 성장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처음 이대에 부임했을 때 음악치료를 가르친다고 하면 그 반응은 두 가지였다. 음악이 치료적인 것은 너무 당연한데 이것이 굳이 학문화될 필요가 있는지와 두 번째는 모든 이가 음악의 힘을 경험했기에 당연히 연구돼져야 되는 분야라는 것이다.

근래 건강관련 학문 분야에서의 연구방법이 발전되면서 보다 과학적 근거 중심의 연구가 강조되고 있다. 음악이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이기에 연구자에 따라서 양적연구가 적합하다고 하는 의견과 질적 연구가 적합하다고 하는 의견이 나뉜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 문화와 방법론적 변화에 따라 음악치료 연구 역시 보다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연구가 수행돼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더욱이 융합학문으로서 음악치료는 그 학문영역을 규명하고 당위성을 다지기 위해 과학적 근거 중심의 연구는 이젠 당면한 연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화여대 음악치료학과는 미래유망학문분야 지원사업(Ewha Global Top 5)에 선정돼 목동의료원, 서남병원, 세브란스 병원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달 25일 이화음악재활센터와 한국음악치료교육학회가 ‘신경학적 근거 기반의 음악치료’를 주제로 국제학술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는 음악치료 영역에서도 신경학적 모델에 근거해 과학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신경학적 음악치료(Neurological Music Therapy: NMT)’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초대됐다. 블라이스 라가스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 펠리시티 베이커 호주 멜번대 교수, 에리 하네시 일본 쇼와대 교수, 팻시 탄 싱가포르 종합병원 의사, 김수지 이화여대 교수(음악치료학) 등이 각각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대상들을 위한 신경학적 접근의 음악치료가 소개됐다. 뇌졸중 환자의 보행 개선을 위한 리듬청각자극기법, 뇌손상환자의 언어재활을 위한 가창치료기법, 파킨슨 환자를 위한 음악치료프로토콜 등 재활의학 및 임상현장에서 실행되고 있는 신경학적 음악치료 연구가 발표되었다. 또한 이번 국제포럼을 계기로 그동안 국가별로 제한되었던 신경학적 음악치료 연구가 다기관 연구로 확장되고, 더 나아가 아태지역에서의 연구컨소시엄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현재 이화여대 내에 설립된 이화음악재활센터는 학제간 융합체제 아래 운영되는 국내 최초의 음악치료 임상 및 연구 센터로서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세계 음악치료 연구에 있어서 앞으로의 국내외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연구기관이다.

이러한 발전은 이화여대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종합대학으로서의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7년에 음악치료를 신설해 지난 15년간 평균 8:1~10:1의 입시경쟁률을 유지할 만큼 내실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화여대는 신학문인 음악치료의 필수 연계 분야인 심리학, 아동학, 사회복지학, 교육학, 의학, 음악공학 등 종합대학으로서 다양한 연계 학과의 인프라를 지니고 있어 국내 최고 우수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준비 끝에 2011년 석박 통합 및 박사학위과정을 신설해 현재 국내 유일하게 음악치료학 석사(MMT) 및 박사 학위(Ph.D)를 제공하고 있다.

음악이 가진 치유적인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러한 힘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 힘을 증명할 수 있는 보다 과학적인 측정방법, 자료 유형, 그리고 이에 근거한 프로토콜이 개발돼야 한다. 건강관이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이 시대에  음악은 매우 영향력 있는 치료적 매개임을 과학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음악치료 교육기관 외에 배출된 음악치료사들의 전문성 신장과 재교육을 관리하는 (사)전국음악치료사협회, 그리고 학술단체인 한국음악치료교육학회가 있다. 한국음악치료교육학회에서는 음악치료 학술지인 <인간행동과 음악 연구>를 연 2회 발간하고 있으며 다양한 인간 반응과 행동 변화에 미치는 음악 효과에 관한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다.

정현주 이화여대음악치료대학원·음악치료학
미국 캔사스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음악치료교육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The Effect of Brightness on Listeners’ Perception of Physiological State and Mood of the Music During Listening」, 저서로 『인간행동과 음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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