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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 1/4의 무슬림 그러나 빈약한 국내 연구 …“더 늦출 수 없었습니다”
세계 인구 1/4의 무슬림 그러나 빈약한 국내 연구 …“더 늦출 수 없었습니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5.27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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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헌법 번역한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원들이 현재 번역 중인 쿠웨이트 헌법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
“법은 사회의 근간이고 체계입니다. 이슬람은 샤리아라는 이슬람법에 의해 이뤄진 사회죠. 물론 서구법도 있지만, 근간은 이슬람 종교 자체를 통한 이슬람제도, 문화 등 모든 것을 망라하는 것입니다. 피상적으로 아는 것만으로는 그들의 기본 마인드를 이해하기 어렵죠. 최고의 통치법인 헌법을 봐야 그 사회의 정치기조와 사회기조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은 사회의 근간이고 체계입니다. 이슬람은 샤리아라는 이슬람법에 의해 이뤄진 사회죠. 물론 서구법도 있지만, 근간은 이슬람 종교 자체를 통한 이슬람제도, 문화 등 모든 것을 망라하는 것입니다. 피상적으로 아는 것만으로는 그들의 기본 마인드를 이해하기 어렵죠. 최고의 통치법인 헌법을 봐야 그 사회의 정치기조와 사회기조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헌법을 연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종화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장(아랍학과)의 대답이다. 이슬람 헌법을 연구해야 그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와 관련해 국내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수쿠크법에 대해서도 이 소장은 이슬람 법 자체 내에서 이해해야 할 것을 현상만 갖고 이야기하면서 겉돌게 됐다고 덧붙였다.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는 막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헌법 번역을 끝낸 상태다. 사우디 헌법 번역본은 오는 31일 발간된다. 지금은 쿠웨이트와 이란 헌법을 번역하고 있다. 중동문제연구소에서 이슬람 지역 헌법에 처음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매주 1~2차례 갖는 콜로키엄에서 이슬람 국가들의 헌법 영역본에 상당한 오류가 있음을 발견된 것이다. 단어의 일대일 대응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원전의 분량의 1/3 정도로 축소된 영역본에서는 이슬람의 문화를 읽어낼 수 없을 정도였다.

이슬람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한국어로 번역된 기초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 영역본을 이용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한 중동문제연구소는 헌법을 번역작업에 착수했다. 법제처 산하 세계법제연구센터에서 실정법을 번역하고 있지만, 국책연구소나 기업연구소들의 연구는 당장 눈에 보이는 현상학적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이슬람 중동지역 기반이 가장 약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지적하는 중동문제연구소. 이들의 작업은 이슬람사회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마중물인 셈이다. 이는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 사업 해외지역연구센터로 선정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번역과 기초자료 확보에 매진하느라 논문을 쓸 시간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원들이 두 나라의 헌법을 번역하는 데만 꼬박 3년 반이 걸렸다. 사고체계가 다른 이들의 법 조항 하나를 번역하느라 몇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6명에 불과한 HK연구인력으로는 분명 정량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왜 중동을 연구해야 할까. 통상 중동 25개국(이슬람 22개국과 비이슬람 3개국-이란, 이스라엘, 터키)으로 불리는 중동지역은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나라까지 합치면 북아프리카 지역까지 포함해 57개국에 달한다. 인구학적 측면에서 보면 세계 인구의 1/4를 차지하고 있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국내 석유 수입의 86%를 의존하고 있는 중동은 사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했던 시기마다 구세주로 등장했던 곳은 다름 아닌 중동지역이었다.

월남전 이후 1973년 첫 오일쇼크 때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했고, 2008년 미국발 모기지론 사건으로 서구경제위기가 왔을 때, UAE에 원전을 수주하기도 했던 것. 현재도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데, 중동은 그 중에서도 단연 효자지역으로 손꼽힌다. 최근 중동지역은 한류를 통한 문화 수출시장의 측면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또 2011년 튀니지로부터 시작한 ‘아랍의 봄’사건을 통해 국내에 아랍지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일반 기업은 물론이고 외교통상부, 국정원 등의 국가기관에서도 13회에 걸친 중동현안문제 학술대회에 참가하고, 자문을 구하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다. 이런 국제적인 변동과 국내의 요구에 비해 국내 이슬람 연구는 매우 더딘 편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중동 관련 연구소는 얼마나 될까. 대학연구소로는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를 비롯해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연구원을 비롯해 5~6 곳에 불과하고, 한국중동학회, 한국이슬람학회, 한국아랍어아랍문학회로 3개 학회가 활동하고 있다. 현직에서 활동하는 교강사가 60~70명 정도이고, 그중에서도 어문학 전공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제도권 밖에서 활동하는 전문가까지 합쳐봐야 이슬람 전문가는 100여명 수준이라고 말하는 김종도 HK교수는 15년 후에는 이 적은 수마저도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학위를 마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자리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그는 아랍학에 대한 무관심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상위권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학과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제안도 곁들였다.

국내 유일의 수단 전문가인 김종도 HK교수(아랍문화)는 “10여년 정도 수단에서 공부할 때 만났던 일본 학생을 얼마 전에 만났습니다. 일본에는 자기 외에도 20여 명의 수단 전공자가 있다며 한국에는 저 말고 또 누가 있냐고 묻는데 대답할 말이 없더군요”라며 중동 연구자가 1천500명이 넘는 일본과 국내의 현실을 비교했다. 수단에 진출해 있던 한 일본기업은 본사에서 파견한 박사급 연구자들이 수단의 농업실태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는 것을 목도했던 그는 “국내 대기업들도 몇 백 년 가려면 이런 부분을 신경 써야 합니다”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사우디 통화청(SAMA)에서 만난 한 박사가 “한국 정도의 경제규모라면 이슬람 금융 전문가가 500명 정도는 있겠죠?”라고 물었을 때도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이슬람 교조인 무함마드의 언행록『하디스』에 나오는 구절에는 “중국에 가서라도 지식을 구하라”, “지식을 추구하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다”, “학자는 예언자들의 참된 후계자”, “학자의 잉크는 순교자의 피보다 값지다”와 같은 경구들이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중시하는 학문추구의 중요성이 느껴지는 구절들이다. 후속세대의 미답연구분야를 위한 초석을 놓는 심정으로 시작한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의 헌법 번역작업은『하디스』의 구절과 닮아 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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