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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과학자’의 시각에서 접근 … 贊反 떠나 ‘중간적 입장’에서 대안 모색
‘여성 과학자’의 시각에서 접근 … 贊反 떠나 ‘중간적 입장’에서 대안 모색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3.05.27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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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원자력 트릴레마』 김명자·최경희 지음|까치|304쪽|15,000원

“원자력 여론을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전문가들과 일반인의 원자력 인식이 왜 그렇게 다른지, 여성과 남성의 원자력에 대한 반응은 왜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등등을 파헤치다 보면, 우리 사회의 쟁점으로 대두된 원자력 찬반의 본질을 이해하는 단서를 잡을 수 있다.” 숙명여대 교수를 하다가 환경부 장관으로 국민의정부때 입각했던 김명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과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최경희 사무총장이 함께 지은 책 『원자력 트릴레마-여론, 커뮤니케이션, 해법의 모색』(까치 刊 )은 세 가지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첫째는 단순한 찬반 논의가 아니라 ‘중간지대에서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 둘째는 ‘여성과총’의 ‘여성적’ 시각을 반영했다는 점, 셋째는 원자력에 대한 각국의 여론조사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저자들이 말하듯 이 책은 ‘후쿠시마 사태’에서 촉발됐다.

“후쿠시마 사태는 원전은 ‘안전신화’에 치명타를 입혔다. 원전 사고는 다른 산업사고에 비해서 공포와 불안의 트라우마가 크다. 원자력의 실체는 형체가 없는 비가시적인 이미지의 거대한 공포, 그 무엇이다. 유전자 돌연변이의 형태로 나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른다는 심리적 불안과 위협이 원자력 특유의 공포의 원천이다. 그래서 특히 여성이 민감하다.” ‘여성과총’에 몸담고 있다는 현실적인 여건을 떠나 근본적으로 원자력 문제에 ‘여성’이 나설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감한 여성의 눈으로 원자력 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단순히 원전을 하자, 말자의 논의에서 벗어나서 이들은 ‘중간적 입장’에서 찬과 반의 논리를 짚었다.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원자력이라는 민감하고 복합적인 정책을 다룰 때는 특히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친원전과 반원전에서 주장하는 대립되는 두 논거 사이에서 균형적 시각을 가져야 보다 합리적인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라고 강조하는 것이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핵연료후행주기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방사능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고 솔직히 인정한다. 그렇다고 반원전의 논리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원자력의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켜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의 에너지 안보의 현실을 직시하는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 화석연료 이외의 기저부하 에너지원으로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사정이 못되는 형편에서, 원자력은 자원 빈국인 우리가 가진 거의 유일한 경쟁력 있는 에너지 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완의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기술로서 인정하고, 어떻게 합리적 운영방안을 찾고, 중장기적으로 대안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이 말하는 ‘중간적 입장’에서의 조심스러운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원자력 공학의 차가운 합리성과 시민운동의 뜨거운 감성이 만나 화해를 통해서 원자력의 난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그렇다. 그래서 이들은 소통과 합의 도출을 위한 메커니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메커니즘이 대화, 투명성, 민주성 위에 놓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의 구성도 ‘원자력 커뮤니케이션과 PR’ 부분을 강조하고, 이어 후쿠시마 사고 전후 국가별·시기별 원자력 여론 동향도 분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여성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한 원자력 여론조사 원탁 대화록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이 분석한 원자력 여론조사도 흥미롭다.

특히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이웃한 우리나라의 여론조사는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여론조사(2011.12),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여론조사(2012.5), 현대경제연구원 원자력에너지 안정성에 대한 대국민 조사(2012.3), 시민단체 여론조사 등등과 ‘여성과총’ 주관 전문가 여론조사 등을 분석한 뒤 저자들은 일본의 원전 사고, 반핵운동의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크지 않은 국내 여론의 이유를 짚었다. ‘발전 지향성과 에너지 안보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저자들은 무엇보다 ‘원자력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본다면 이 책은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 사용후핵연료의 중간관리 방안을 해결해야 하는 작금의 원자력 정책의 분수령에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정공법’과 혜안이 필요한 정부가 먼저 필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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