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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_ 대학평가와 ‘弱小대학’에 소속된 비애감
교육단상_ 대학평가와 ‘弱小대학’에 소속된 비애감
  • 김재현 삼육대 평가팀장
  • 승인 2013.05.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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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삼육대 평가팀장

진단과 예단과 평가가 홍수인 세대에 살고 있다. 어느 세대에서나 평가는 존재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는 예전의 평가와는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고 느껴지는 것은 ‘弱小大學’에 소속된 비애감일까?

정부에서 대학을 평가하는 주요 평가로는 ‘대학기관 평가인증’과 특정 ‘학문분야에 대한 평가인증’이 있다. 정부에서 주도하는 평가에 더해 이미 수년 전부터 주요 언론사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와 체계를 갖고 대학을 평가해오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정부에서는 ‘재정지원 제한대학’이라는 핵폭탄급 평가체계를 장착해 대학을 압박해오고 있다. 이러한 평가의 쓰나미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것이 대학의 운명이 돼 버린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는 유명대학이라도 예외가 아닐진대 가슴 졸이며 하루하루 한해 한해를 버텨야하는 약소대학의 절박함은 그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평가들이 대학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가? 물론 평가가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고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인 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순기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찬성하고 적극 동감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평가들이 모두 대학에 필요한가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대학기관 평가인증’을 통과했다고 해서 ‘대학 재정지원 대학’ 평가에서 제외되는가? 특정 언론사 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과연 다음에 나타날 다른 평가에서는 안심해도 되는 것인가? 대학평가에 몸담고 있는 실무자라면 대부분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문제는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로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평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에 순응하면 상을 주고 따르지 않으면 벌을 주는 강제력까지 동원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모든 상황 상황에 따라 대학을 오로지 평가라는 이름만으로 대하고, 그 평가가 마치 대학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는 접근은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많은 이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심각한 것은 이렇게 이뤄진 평가결과에 대해 피평가자인 대학도, 수요자인 학생과 국민도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가의 무용론이 자꾸 대두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대학평가는 어떤 방향으로 행해져야 할까? 어떻게 하면 대학평가를 통해 대학이 발전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평가의 일관성일 것이다. 평가 수요자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개발해 지속적으로 알리고 추진해 나갈 때 대학평가에 대해 신뢰하고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할 때라야 피평가자인 대학은 평가 준비를 통해 대학 발전을 기할 수 있으며, 수요자인 학생과 국민도 함께 공감하며 대학에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이 출발한 정부에서도 대학평가의 방향성과 실효성에 대해 고심하며 숙고중이라고 한다. 이 기회를 계기로 여러 주체가 토론과 공감을 거쳐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올곧게 정하고, 그렇게 정해진 체계를 점검하기 위한 평가의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늦었지만 꼭 필요한 절차라 여겨진다.

대학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대학의 발전을 위한 동력을 얻는 평가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수용할 것이다. 이러한 평가만이 대학을 살리고 그 수요자인 학생과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방향이라 여겨진다. 대학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노력하면 수요자인 학생과 국민에게 신뢰를 얻고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재현 삼육대 평가팀장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통계조사 실무위원을 지냈고, 현재 전국대학평가협의회 감사, 한국사학진흥재단 학사정보지원사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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