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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약탈식 연봉제’ 폐지하라” 56%가 평가 거부
“‘상호약탈식 연봉제’ 폐지하라” 56%가 평가 거부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5.16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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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교수 성과연봉제 집단 반발

 

올해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인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충북대 교수 651명은 지난 13일 부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평가를 위한 자료 제출과 입력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국교련.

국립대 교수들이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이하 성과연봉제) 폐지를 요구하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국립대 교원 성과연봉제는 2011년 신임교수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고, 올해는 정년 보장을 받지 않은 기존 교수로 대상이 확대됐다. 2015년에는 정년 보장을 받은 교수에게까지 전면 시행한다.

하지만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충북대 교수 651명과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 연합회(상임의장 이병운 부산대, 이하 국교련)은 지난 13일 부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과 평가에 필요한 자료 제출과 입력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성과연봉제 대상이 되는 전국 국·공립대 교수 1천153명 가운데 56.3%에 해당한다. 경상대는 평가 대상자 266명 가운데 80.4%(214명)가 자료 제출과 입력을 거부했다. 충북대는 57.4%(242명 중 139명), 경북대는 52.3%(235명 중 123명), 부산대는 42.6%(410명 중 175명)가 동참했다. 여기에는 미국, 독일, 러시아, 인도 등 이들 대학에 재직 중인 외국인 교수도 포함됐다.

성과연봉제는 평가를 통해 성과연봉을 차등 지급하고, 이 성과연봉의 일부가 다음해 기본연봉에 포함되는 ‘누적식’이다. 이전 국교련 상호약탈식 연봉제 특별위원장(경상대 교수회장)은 “재직 기간이 20년 남은 교수의 경우 올해 평가를 거부해 성과연봉을 못 받으면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은 교수보다 연봉에서 2천만원 넘게 손해를 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런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성과평가를 거부하고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성과평가를 거부한 교수들은 “현행 ‘성과급 누적’ 제도는 세계 어느 대학에도 없는 비상식적인 보수체계”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누적’ 방식에서는 임용 초기의 성과가 정년까지 영향을 미치며 그 폭도 점점 커진다”라며 “교수 경력 초기에 연구역량을 집중적으로 소모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를 방해한다”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제로섬 방식의 ‘상호약탈식’ 연봉제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들은 “보수의 총량을 미리 정해놓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게 하면 교수들 간의 교류는 불가능해지며, 상호 불신만 커진다”라며 “많은 성과를 냈더라도 동료의 몫을 빼앗았거나 질이 낮은 연구를 양산했다는 의혹을 삼으로써 학문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객관적 평가기준이 없고, 학문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불합리한 상대평가 제도”라는 것도 큰 문제다.

그러면서 이들 교수들은 “불합리한 상대평가를 통해 상대적으로 적은 성과를 내는 교수의 보수를 빼앗아 많은 성과를 내는 교수에게 지급하지 말고 공정한 경쟁과 평가가 보장되는 보수체계를 도입하라”며 “당장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면 개선안이 마련될 때까지 제도 시행을 보류하라”고 주장했다.

이전 위원장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했지만 교육부는 올해는 일단 실시하고 연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해 내년에 고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미 제도의 모순과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난 마당에 시행부터 하고 나중에 개선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며 행정력의 낭비”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교련은 오는 20일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다. 6월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과 공동으로 정책토론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폐지의 정당성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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