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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 숙주의 불편한 관계 그리고 인간
바이러스와 숙주의 불편한 관계 그리고 인간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05.13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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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13. 조류 인플루엔자 上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이하 AI) 바이러스로 129명이 감염되고 31명이 사망했다.(이번달 6일 기준) 특히 중국에 있던 철새들이 한반도로 넘어옴에 따라 국내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 당국은 대응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지하철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 예방조치를 안내방송하고 있다.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는 마스크를 쓰자. 기침, 재채기를 할 경우는 화장지로 입과 코를 가리는 게 좋다. 닭, 오리, 계란 등은 75℃에서 5분 이상 조리하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AI발생 지역인 중국을 다녀온 후 이상증상이 있으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 등등.

조류인플루엔자를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 A형. (사진출처 : 위키백과)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조류 인플루엔자(고병원성)은 제1종에 해당한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다. AI로 인한 사람 간 전염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경우에 대한 백신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2003년부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닭·오리 등 가금류에서만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H5N1)형 유행이 발생한 바 있다.

사람 간 전염은 없으나 백신도 없어

바이러스에는 약이 따로 없다. 운 좋게 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은 백신이다. 이재열 경북대 교수(생명공학부)는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예방주사를 만들어 편하게 살지 못하게 막고 있으므로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가고자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바꾸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했다. 그 결과, 사스(SARS)나 AI라는 새로운바이러스 병이 나타난다. 이 교수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무섭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혹시라도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돼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라고 밝혔다(『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모든 것』, 미래M&B 刊, 2006).

이 교수에 따르면 미생물은 곰팡이, 박테리아, 바이러스로 나뉘는데 미생물들이 모두 병원균은 아니다. 그는 “미생물 가운데 병을 일으키는 종류는 전체의 1%가 되지 않는다” 라고 했다. 『바이러스 대청소』(비전코리아 刊, 2009)에 따르면, 동물 배설물 1g에 수백만 개의 감염성 입자가 존재하고 있으니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다.

그 중 바이러스는 특이하다.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 존재로서 바이러스는 숙주가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 바이러스는 핵이 없고 유전물질만 갖는다. 따라서 살아 있는 세포 내에서만 증식할 수 있다. 그 세포내에서 증식에 필요한 효소나, 단백질 등을 뽑아서 사용하는 것이다. 복제하기 위해서는 효소나 단백질이 필수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 표면에 수용체를 통해 부착한 후 자신의 모양을 바꿔 숙주 내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입한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로부터 핵산이 분리된다. 외투단백질과 그 단백질 외투에 포장돼 있는 핵산을 함께 뉴클레오캡시드라고 한다. 캡시드는 핵산(DNA 또는 RNA)를 둘러싼 단백질 외투다. 핵산은 복제 위치로 가서 복제를 하고 단백질을 합성한다. 합성이 끝나고 핵산은 외투 단백질과 합쳐진 후 세포로부터 방출돼 다른 숙주로 전염된다.

잉카제국의 멸절과도 관련된 바이러스

바이러스 배출로 인해 세포가 용해돼 죽는다. 즉 세포내에서 번식을 하고 세포를 터뜨려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한 세포내에서 증식할 수 있는 수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자손을 번식하기 위해 새로운 세포로 가서 세포내 물질을 빌려 써야 한다. 비유하자면 인구과잉과 자원 부족으로 인한 이주이다.

이 때문에 치료법 또한 어려워진다. 이 교수는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약을 통해 이들을 죽이게 되면 숙주세포도 피해를 입는다”라고 했다. 영화「GP506」(공수창 감독, 2008)에서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소대원들이 공격 성향을 띠게 된다. 미스테리한 현상을 추적하는 이 영화에서 군의관은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백 수천의 바이러스 중에 인간이 정복한 바이러스는 오직 천연두 하나뿐입니다. 그것도 5억 명이나 죽은 다음에 말이에요.” 잉카제국은 스페인 군대가 가져온 천연두와 홍역 바이러스로 인해 사라졌다. 300만이 넘는 군대가 280명의 군대에 패한 것이다.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소홀해지기 쉽다. 특히 미생물의 질병을 알아도 백신과 치료에 대한 비용과 같은 물질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둔다면 해결은 어렵다. 병의 근절을 위해선 현대인의 모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표면화 되는 증상만 아우르기보다는 먹을거리의 안전성과 청결 그리고 유전자 식품 등에 대한 변화가 과거와 어떻게 달라지는가도 잘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콘돔과 같은 피임약의 출현과 식생활의 변화에 따라서도 바이러스는 진화할 수 있다.

AI가 생기게 된 원인은 바이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인간이 야기한 문제가 바탕이 돼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오게 된 건 아닌가. 왜냐하면 AI가 결국 인간의 업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계속)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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