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5:25 (토)
683호 새로나온 책
683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3.05.08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논쟁,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알마, 628쪽, 25,000원
뛰어난 저널리스트이자, 진보 지식인으로서 현실 정치에도 적극 참여한 저자는 이 책에서 반드시 논의돼야 하지만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었던 다양한 쟁점들을 제시한다.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옳고 그름’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진정으로 인간답게 해줄 방법에 관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미국의 신화를 부수고, 미국의 선의를 의심하며, 미국의 전쟁과 정치를 비판한다. 그리고 그 비판은 남을 위한 일이 곧 나를 위한 일이라는 너무나 옳은 오래된 경구를 실현하는 진정한 휴머니즘의 소산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때서야 우리에게도 ‘의심’스러운 많은 것들에 대한 문제가 떠오르게 된다. 좌파였다가 우파로 전향한 히친스가 무서울 만큼 신랄한 어투로 좌파의 독선과 모순을 지적하며 몰아붙이는 것처럼, 스스로에 대한 맹렬한 비판과 성찰을 통해 더 발전된 미래를 건설해 나갈 준비가 필요하다.

■ 니체의 문체, 하인츠 슐라퍼 지음, 변학수 옮김, 책세상, 304쪽, 17,000원
자유분방한 언어와 탁월한 문장 감각, 상징적인 잠언과 언어유희, 중층적이고 모순적인 의미의 겹, 격렬한 어조와 리듬… 장전된 총기와도 같이 폭발력과 긴장을 품은 니체의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행위이며 사상이다. 이 책은 바로 ‘문체’라는 틀로 니체의 철학을 조망한다. 그동안 ‘작가 니체’의 이미지는 그의 철학적 깊이를 폄훼하는 요소로 작용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독일 문학사 및 비평 분야에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는 니체의 문체를 통해 니체의 사유와 철학을 설명하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니체의 문체를 다뤘으되, 이 책은 니체의 문체를 다룬 ‘문체론’은 아니다. “문체라는 지렛대로 니체의 모든 사유에 물음을 제기”하면서, 표피적인 문체 분석을 넘어 니체의 철학과 삶의 스타일을 탐색하는 책이다.

■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 로절린드 C.모리스 엮음, 가야트리 C. 스피박 외 지음, 태혜숙 옮김, 그린비, 544쪽, 30,000원
1988년 가야트리 C. 스피박은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라는 글을 발표해 전 세계 지성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를 기념하고 다시 읽자는 취지로 구상됐다. 다양한 영역의 학자 7명이 참여했으며,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이 글 이후 스피박이 어떤 지적 궤적을 밟아 왔는지, 스피박의 사유가 동시대의 현상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밝혀 준다. 또한 이 연구자들에 대한 스피박의 ‘응답’을 수록하고 있으며, 이 글에서 스피박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스피박은 1988년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를 처음 발표했으며, 이를 수정해 1999년 『포스트식민 이성 비판』에 수록했다. 스피박 저작을 꾸준히 번역해 온 태혜숙 교수가 기존 번역을 개정했다.

■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소작정책 연구, 이윤갑 지음, 지식산업사, 304쪽, 19,000원
일본제국주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까닭에서, 어떤 제도로 식민지 조선의 농민을 착취했을까. 일제강점기 식민지 지주제 형성과 확대에 직접 영향을 끼쳤던 조선총독부의 소작정책을 연구한 저자는 이 책을 세 부분으로 구성했다. 제1장 ‘한말 토지소유제도와 지주소작 관계의 변동’에서는 1862년 삼남의 농민항쟁 이후 1910년 일본에게 강제 병탄되기까지 농업·농촌사회에서 근대화를 둘러싸고 일어난 변동과 지주제의 약화, 해체과정을 다뤘다. 제2장 ‘조선총독부의 소작정책과 식민지 지주제의 전개’에서는 1910년 착수된 토지조사사업부터 태평양전쟁의 총동원정책 ‘조선농업계획’을 검토했다. 제3장 ‘우가키 가즈시게 총독의 시국인식과 농촌진흥운동의 변화’에서는 농촌진흥운동과 농지령의 실상을 해명, 사회정책으로서의 한계를 짚었다.

 

 

■ 조선정치사의 발견, 강상규 지음, 창비, 732쪽, 48,000원
19세기 말 문명사적 전환기의 조선왕조가 동아시아 질서를 벗어나 서구근대로 편입하게 된 까닭을 알기 위해서는, ‘모범답안’의 패러다임을 극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은 해당 주제와 분야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며, 그간 ‘개혁군주’와 ‘유약한 왕’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아온 고종에 대해 면밀히 살피고 있다. 그리하여 당시 조선의 선택이 군주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조선왕조사의 축적된 역사를 토대로 한 불가피한 경로였음을 강조한다. 또한 이 책은 14세기 개국 전후에서부터 중기, 후기를 거쳐 19세기 말까지를 아우르며 왕권의 위상, 군신관계의 흐름 등을 살피고 시기별 정치적 사건사와 사상사, 대외관계사가 역동적으로 얽히는 과정을 추적해 근대이행기 조선의 실패를 분석했다.

■ 퍼스트 콘택트, 마크 코프먼 지음, 민영철 옮김, 한길사, 376쪽, 20,000원
<워싱턴포스트>지 과학전문기자로 있는 저자의 이 책은 부제가 ‘지구 너머 생명체를 탐사하는 과학자들의 도전기’로 돼 있다. 어떤 책인지 눈치챌 수 있다. 2012년 8월, NASA의 네 번째 화성탐사 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가 화성에 성공적으로 착륙하면서 화성생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구 너머 생명을 찾는 과학인 우주생물학은 행성 탐사를 비롯해 천체 관측, 생명의 기원 연구 등 수많은 시도들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논란을 헤치고 상상을 뛰어넘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세계를 생생하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우리의 인식을 뒤흔들 미지 생명과의 ‘첫 만남’은 분명 가능할 것이며, 자신이 왜 그렇게 믿게 됐는지 그 증거와, 이를 반박하는 이론들을 일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게 과학기자의 눈으로 그려낸다. 아직은 낯선 우주생물학 분야를 흥미롭게 소개한 책이기도 하다.

■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신광영 지음, 후마니타스, 264쪽, 15,000원
이 책은 혼란스러운 세계화 시대 한국의 불평등을 다룬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인 임금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불평등을 해부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불평등 현상은 매우 뚜렷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 원인과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저자는 주로 개인소득과 가구소득의 불평등 구조를 밝히고, 불평등 구조가 시간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한다. 무엇보다도 불평등의 구조를 제대로 밝히는 것이 불평등 심화를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마련하는 데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다뤄진 불평등 분석은 학술적인 차원에서 불평등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불평등을 약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모색하는 이들에게도 정책적 함의를 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