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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인간의 오감을 확장시킨다
기계는 인간의 오감을 확장시킨다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05.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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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12. IT로 진보 꿈꾸는 김인성 교수

지난해 11월 15일, 검찰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콜센터와 대포폰 등을 통해 부정투표를 한 정황이 드러난 것. 이에 따라 비례대표 후보자 포함 20명이 구속기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부정투표에 대한 진실을 밝혀낸 건 김인성 한양대 교수팀(ERICA 캠퍼스, 산학협력중점 교수)의 ‘온라인 기술검증보고서’다. 김 교수팀은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문제점을 낱낱이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지난달 29일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그 조사를 통해 일부 세력의 공모에 의한 대규모 선거부정 사례가 확인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인성 교수는 사람과 기술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기계란 인간의 오감을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시스템 엔지니어이자 IT칼럼니스트로서 왕성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는 블로그 ‘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http://minix.tistory.com)’을 통해 IT이야기와 전망에 대해 전문가적 식견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과 인간,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IT전문가로서 국내 현황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볼까? 특히 우리나라는 창의성이 핵심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김 교수는 “정부가 기업을 끌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라면서 “현재 대기업 위주의 하청 구조, 불공정 거래, 포털 등 독점 기업의 횡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경기 부양책에 앞서 정부의 모든 부서가 공정성 확립에 주력할 때 중소기업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터넷 강국의 온라인 선거 가능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 온라인 선거는 가능할까? 김 교수는“전화 부스 형태의 비밀투표가 보장되는 온라인 투표소를 곳곳에 설치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안전하고 편리하며 신뢰성 있는 온라인 선거가 충분히 실현가능하다고 믿습니다”라고말했다. 한편, 김 교수에 따르면 “학계에서 인정하는 온라인 선거는 유권자가 현장에서 비밀투표를 하고 집계만 온라인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엔지니어로서 3·20 사이버테러를 바라보는 관점은 어떨까? 그는 줄곧 한국식 공인인증체계가 국제 표준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비공인 사설 인증방식인 ‘제큐어웹(XecureWeb)’으로 인해 3·20 사이버테러가 발생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는 “한국식 공인인증체계는 방식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라며 “이는 운영 과정에서 아무리 추가적인 보안 강화조치를 하더라라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아울러, 액티브엑스를 사용한 보안 체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도 은행권은 국제표준 공인인증 방식으로 전환하고 싶어 하지만 금융감독원과 인터넷진흥원에서 이를 막고 있는 중입니다”고 역설했다. 사회시스템 구축시 공정한 논의가 필요하고, 규제 권한을 가진 기관을 견제해야 한다는 게 그가 제시하는 해답이다.

한국식 공인인증체계의 근본적 결함

또한 김 교수는 대형 포털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두 얼굴의 네이버』(에코포인트 刊, 2012)에서 검색 방식 및 뉴스편집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얼마나 나아졌을까? 김 교수는 “네이버 검색이 원본을 존중하지 않는 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면서 “저는 원본 우선법과 광고 제한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원본 우선법은 검색 결과에서 원본 사이트가 우선 배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된장’을 검색했을 때 된장에 대한 복제 글이 원본 글보다 먼저 나오면 안 된다. 또한 광고 제한법은 광고를 검색 결과보다 나중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된장 광고가 원본 사이트 검색 결과보다 먼저 나오면 구매 의사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의미다.

최근 네이버가 시도한 뉴스스탠드에 대해서 김 교수는 “뉴스스텐드는 기사 내용보다는 언론사 브랜드에 의존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고 말했다. 또한 “저는 뉴스 내용에 따라 배치하는 기존의 뉴스캐스트 방식을 사용하고 편집은 신뢰성 있는 외부 편집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임 편집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았다.

“진보는 IT에 있다”

블로그에는 “사람이야기를 하기 위해 기계이야기를 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김 교수가 생각하는 사람과 기술(기계)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일까? 그는 “기계란 각 개인의 오감을 확장시키는 것으로 21세기 인간에게 기본으로 장착된 부품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TV,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크 등 각종 제품의 브랜드가 개인의 가치를 표현하는 상징이 된 세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효율성의 극대화가 이뤄지며 세상이 바뀐다는 의미에서 ‘진보는 IT에’ 있다. 그는 “기계는 주어진 요구에 대해 최상의 결과를 얻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존재 즉 의지를 가진 존재가 될 것”이라며 “의지를 가진 기계로 인해 존재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이론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미래를 전망했다. 이것들은 다시 철학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김인성 교수는 박사학위가 없지만 교수로 임용됐다. 그 이유는 IT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글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자신의 업무에 매몰되지 않고 이를 일반인들에게 통찰력 있는 언어로 이해시킬 수 있다면 쓰임이 많은 지식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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