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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명칭으로 ‘쓰이는’ 그들은 유령인가?
다양한 명칭으로 ‘쓰이는’ 그들은 유령인가?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05.06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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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유예 강사법’, 대안을 찾아서 ①

올해 1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지난해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시행을 1년 유예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강사법’은 시간강사 명칭을 강사로 바꾸고, 교원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교육공무원과 사립학교법, 사학연금법에서는 강사를 교원으로 보지 않는다. 주당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는 법정교원확보율에 20%까지 반영하기로 했는데, 국립대 강사에게는 강의료를 지원하는 반면, 사립대에는 별도의 재정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실질적인 처우개선은 없으면서 대량 해고가 예상돼 시행을 1년 미룬 것이다. 강사의 실질적인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대체 입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가 됐다.
국회에서는 민주당 유기홍ㆍ김상희 의원실과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이 대체 입법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특별법’ 추진이 무산된 이후 다시 의견수렴에 나선 상태다. ‘1년 유예된 강사법’은 대체 입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그러나 대학도, 강사도 반대했던 강사법이기 때문에 대학은 대학 나름대로 수정 의견을 마련하고 있고, 강사 단체는 이미 대책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황이다. 대학과 강사, 교육부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대체 입법안’을 도출해 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33년 만에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던 것은 큰 성과였고, 대학도 강사도 반대했던 미흡한 부분은 개선 과제로 남아 있다. 강사법 시행을 1년 미루고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대학과 강사는 한목소리로 말했다. 정부 재정지원 확대, 대학의 사회적 책임, 교수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그들이 제대로 가르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학교육을 정상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수신문>은 ‘1년 유예된 강사법’의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년트랙 전임교수 등 비정규 교수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진단하고, 강사 단체는 물론 교수단체, 대학 등 이해 당사자의 시간강사 대책을 살펴볼 예정이다. 강사법 대체 입법안 마련을 위한 쟁점도 분석한다.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 중에 하나는 시간강사의 명칭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것이었다.

지난 2006년 3월, 당시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는 첫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쓴 명칭은 ‘대학강사’였고, 이후 이상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전임강사와 시간강사를 묶어 ‘연구교수’로 칭했다. 2007년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이 최순영 의원과 함께 발의할 때는 ‘강사’로 부르며 교원에 포함시켰다. 강사도 교육공무원으로 인정했던 1949년 교육법 제75조에는 강사로 불렀다.

시간강사 명칭 변경이 주요 쟁점이 됐던 이유는 다양한 비전임교원과 함께 전임교원 중에서도 한시적으로 임용되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교수사회에도 다양한 비정규 교수제도가 도입되면서, 실효성 있는 시간강사 처우개선책 마련을 위해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된 것이다.

대학의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대응 방침도 강사 대신 비전임교원인 겸임ㆍ초빙교수를 뽑거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뽑아 강사 수요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반값 등록금’의 여파로 재정부담을 호소하는 대학들이 교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대거 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1년 3월, 국무회의에서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을 확정하면서 “시간강사 제도는 폐지됐다”라고 강조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간강사’라는 이름만 사라졌을 뿐, 실제로 시간강사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시간강사와 별반 다를 게 없어요. 강의초빙교수를 한다고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아요. 대학이 비정규교수를 적은 예산으로 쓰는 것이 초빙교수에요. 수많은 명칭으로 쓰고 있지요. 특수교과를 맡긴다는 원래 초빙교수제도의 목적대로 쓰지도 않아요. 그럴 생각도 없고요. 학과 처지나 교과편성에 따라 들쭉날쭉 맞춰주는 ‘예비인력’에 불과한 겁니다.”(한 국립대에서 4년째 강의초빙교수를 맡고 있는 A씨)

“최대한 강사를 줄이고, 대신 겸임ㆍ초빙교수를 뽑겠다.” 대학이 밝힌 ‘강사법’ 대응 방침이다. 재임용이 안 되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권’을 부여하는 등 인사관리에 부담을 주는 강사 대신 법률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뽑을 수 있는 기존 ‘비전임교원’을 쓰겠다는 것이다.

비전임교원의 대명사였던 시간강사는 ‘강사법’에 따라 교원지위를 얻게 되면서 고등교육법상 비전임교원은 겸임교원과 초빙교원, 명예교수 등으로 나뉜다. 대학의 자체 규정에 따라 다양한 비전임교원이 있는데, 석좌교수, 객원교수, 대우교수, 기금교수, 연구교수, 강의전담교수, 교환교수, 예우교수 등 이름만큼이나 급여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2012년 비전임교원 급여 현황’(박인숙 새누리당 의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초빙교수는 151개 대학의 평균 연봉이 2천767만원이었다. 전임강사 평균연봉(4천290만원)과는 1.6배 차이가 났고 겸임교수 평균 연봉(831만원)에 비해 3.3배 높았다. 강의전담교수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아니라 초빙교수로 뽑는 대학이 많아진 탓이다. 국공립대(3천144만원)가 사립대(2천673만원)보다 초빙교수 평균 연봉이 높은 것도 강의전담교수를 대부분 초빙교수로 임용했기 때문이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도 급증하고 있다. <교수신문>이 학기마다 조사하고 있는 ‘신임교수 임용조사’에 따르면, 2007년 하반기에 8.9%에 머물렀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2012년 상반기에 38.2%까지 치솟았다. 비정년트랙은 교육전담교수와 산학협력전담교수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반값 등록금과 강사법 영향으로 비정년트랙 임용은 더 늘어날 것 같다”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현장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비전임 교수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임용되고 있지만, 고등교육법에는 ‘비정년트랙’ 혹은 ‘비정년계열’이라는 존재는 없고, ‘비전임교원’이라는 공식 명칭은 없다. 비전임교원은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고등교육기관 교육기본통계조사에서 쓰이고 있고, 각 대학에서 자체 규정으로 흔하게 쓰고 있다. 법률과 현실의 차이다. 그래서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논의과정에서도 대학교원 인사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한시적인 임용 기간을 고려한다면, 고등교육법에 명시돼 있지도 않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존재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교육부는 재임용기회를 제한하는 비정년트랙은 전임교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고,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에게도 합리적인 재임용기회를 부여하라고 권고한 정도다.

지난해 열린 대학 강사제도 설명회에서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겸임ㆍ초빙교수를 남용해 문제가 생기게 되면, 지난 18대 국회 때 황우여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했던 ‘겸ㆍ초빙제도’를 없애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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