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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분야 국내 TOP5 달성해 위상 높이겠다”
“연구 분야 국내 TOP5 달성해 위상 높이겠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4.29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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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4개월, 지병문 전남대 총장의 선택

 

▲ 지병문 총장은? 지병문 전남대 19대 총장은 드물게 ‘국회의원(17대)’ 전력을 갖고 있다. 교육위에서 활동한 그의 경력 때문에 대학 안팎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1953년생인 그는 전남대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모교 교수로 재직해왔다. 교수 시절에는 ‘전남대 평의원회 평의원’으로도 활동했으며, 이후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교육위)으로 4년간 국정에 참여했다. 의원 시절에는 두 번이나 ‘우수의원상’(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을 받을 정도로 꼼꼼하게 의정활동을 펼쳤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국회 그리고 한국의 정치』, 『도시와 지방의 정치이론』 등이 있다. 활달하면서도 꼼꼼한 일처리로 정평이 나 있다.

 

 

대담 : 최익현 편집국장
일시 : 2013년 4월 24일 오후 3시, 전남대 본관 접견실
사진·정리 :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로 77 전남대 캠퍼스에는 4월의 싱그러움이 가득했다. 맑은 햇살 아래 철쭉들이 투명하게 만개해 있었다. 오가는 학생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지병문 총장의 주 전공은 ‘지방정부론’이다. 제17대 국회의원으로 교육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했으니, 거점국립대 전남대의 새로운 수장으로 그가 선택된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강조한 것은 거점국립대로서 전남대 위상 제고와, 대학 발전 방안이었다.


그는 지방대 육성과 관련, 단기적, 지엽적, 대증적인 처방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 국가 수준에서 정책 과제로 선정하고, 발전 로드맵을 작성해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와 함께 지방대학 발전 정책을 통합적·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경청할 만한 부분이다.
지 총장은 또 잘 가르치는 지방대학을 국가 수준에서 명품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갑니다. 시인들은 그것을 자주 노래했는데요, 총장 재임 기간 중 특히 어떤 사안에 중점을 두실 계획이신가요?
“교육에서 4년은 짧은 시간이라고 합니다. 교육에선 쉽게 열매 맺고, 꽃 피우길 바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회의원 시절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4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전남대의 명성과 위상을 되찾는 일이라면,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라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려고 합니다.
80년대 초반까지 전남대 일부 학과는 SKY 대학보다 커트라인이 더 높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위상이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객관적인 지표나 평판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이것은 전남대 구성원들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거나 능력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만은 아닙니다.

국립과 사립, 수도권과 지방 대학이 교수의 자질이나 능력 면에서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평준화돼 있다는 거죠. 그럼에도 대학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지방대학,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온전한 정책이 부족한 결과입니다.
물론 국립대학도 자기 혁신을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 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교수들의 연구와 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일, 학생들의 학습과 취업 능력을 높이는 일이라면 앞으로 무엇이든 망설이지 않고 개선하고 실천해나갈 것입니다. 전남대를 선택한 학생들이 4년 후에 자신감과 함께 우수한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여 졸업하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비전을 ‘혁신교육, 창의연구, 열린 소통 비상하는 전남대학교’로 제시한 것입니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내고 싶은 대학,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하고 싶은 대학으로 전남대를 변모시켜 나가겠습니다.”

△ 19대 총장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취임사에서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면서, ‘버릴 것과 바꿀 것’을 천명하셨거든요. ‘버릴 것과 바꿀 것’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버리고 무엇을 바꾸시겠다는 것인지, 나아가 어떤 ‘전남대’를 지향하신다는 말씀인가요?
“전남대 구성원들이 제게 진심으로 원한 것은 변화와 혁신입니다. 그래서 전남대가 발전하고 도약하는 데 필요하다면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꾸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유, 불리를 따지지도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방향은 따로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서두르지도 않을 것입니다. 구성원들과 상의하고, 소통하며 함께 풀어나갈 것입니다.


취업률 제고 등 대학발전에 꼭 필요한 조직은 새로 만들었고, 소통 구조를 정착시키고 자율과 책임 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행정조직을 슬림화하고 개편했습니다. 기존 사업도 모두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 재점검해 과감히 중단할 사업은 중단할 것이고, 더욱 강화할 사업은 지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불용예산 집행 관행 개선, 공공요금 절약, 교내 행사 활성화 등 불필요한 예산 낭비와 집행 관행을 바꿔 대학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나가고 있습니다. 권위를 없애고 소통의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다섯 차례 구성원들에게 직접 e-메일을 보냈고, 매일 출근하며 직접 전화를 걸어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대학발전에 필요한 일이라면 제 이름 석자를 빼고 다 바꿀 각오로 일할 것입니다.


앞으로, 사회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 취업과 진로를 확실히 보장하는 대학을 만들고자 합니다. 취업률 60%(현재는 50%) 달성이 최우선의 목표입니다. 입학할 때보다 졸업할 때 더 훌륭한 능력을 지닌 인재를 키우는 대학을 만들 것입니다. 뽑는 일보다 가르치는 일에 중점을 두고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키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내 Top5 연구중심대학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기 위한 연구경쟁력 강화에 계속 투자하고자 합니다. 세계 속의 대학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대학발전 재원과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전력투구할 계획입니다.”

△ 거점국립대로서 전남대의 위상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연구력이 뒷받침돼야 할 텐데요. 마침 총장께서도 교수 연구 여건 인프라 구축을 밝히셨습니다. 연구 여건 인프라 무엇을 어떻게 강화하실 계획이신지요?
“거점국립대학의 미래는 연구에 달려 있습니다. 지역과 국가 발전을 견인하고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창의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교수님들이 자유롭고 즐겁고 행복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행, 재정 지원을 강화할 것입니다. 우수한 연구는 우수한 교육의 출발이기도 합니다. 전남대의 연구경쟁력은 국내 Top10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연구 분야만큼은 국내 Top5을 달성해 전남대의 위상을 높이는 견인차로 삼고자 합니다.


어려운 대학 재정에도 불구하고, 취임 직후에 교수님들의 연구를 진작하기 위해 논문게재 장려금을 크게 늘렸습니다. SCI급 학술지에 게재된 첫 번째 논문에 대한 인센티브를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국내 학술지(등재지) 역시 첫 번째 논문에 대한 인센티브를 8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인상했습니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 12억 5천만 원을 확보했습니다.


행정조직도 개편했습니다. 산학연구처 산학연구과를 산학협력과와 연구진흥과로 분리했습니다. 연구진흥과가 연구력 증진 정책을 개발하고 연구비 수주를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일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대외 활동의 최우선을 대형 연구사업단 유치로 삼고 있습니다. (*지식경제부 ‘마이크로의료로봇센터’ 예산 확보; 산학협력단 서울사무소 개설; 후속 BK21사업 유치에 집중, 연구여건 확보에 총력)
연구자 중심의 편의성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자 합니다. 연구과제 등록과 변경에 필요한 서류 제출을 간소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새 학기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연구비 정산까지 온라인에서 마무리하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우수한 대학원생을 확보하고, 교수님들의 연구 활동을 돕도록 1교수 1RA 제도를 도입해 다음 학기부터 시행합니다.”

대학은 학문후속세대 양성(대학원)과 학생들의

취업에 깊은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국립대 총장은 정부 정책의 동반자로 고등교육 정책을

협의하고 모색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입니다.


△ 교수 연구 여건과 함께, 새로운 젊은 교수들의 임용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교수를 모시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또는 하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교수 채용은 자율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다만, 전남대의 명예와 위상을 드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실 분, 지역과 국가의 미래 발전에 핵심적인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실적을 가진 분들은 학과 정원과 관계없이 특별 채용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세계 3대 과학잡지인 <사이언스>, <셀>, <네이처> 등에 논문을 게재하신 분을 말합니다. 세계에서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마이크로 의료로봇 분야의 박종오 교수님도 특별 채용한 분입니다. 바로 이런 분들을 모시는 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임용 이후에도 독보적인 역량을 지닌 교수님들이 조기에 정착해 행복하게 연구하고, 즐겁게 가르칠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지원하고 투자할 것입니다. 전남대는 현재도 신임 교수들이 교육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 임용된 교원들에게는 별도의 연구비 지원과 연구실 정착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조기 정착이 어려운 타지 출신 교수들에게는 단기가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총장께서 판단하시기에 전남대 교육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획기적인 교육 지원 시스템’을 언급하셨는데, 이 경우에도 역시 ‘선택과 집중’ 논리에 따른 지원인지 궁금합니다.
“말씀드렸지만 교수들의 자질이나 역량, 교육 내용은 대학의 소재가 어디냐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육 여건이나 환경은 대학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전남대는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성장 촉매가 되는 대학입니다. 교수님들이 취업, 학업 등 학생들의 발전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3분의 1이 넘는 교수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등록금이 가장 적은 반면에 1인당 교육 투자비는 가장 많은 대학입니다. 많은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인 신입생 교육프로그램, 학습공동체 프로그램 등 기초, 핵심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간 교육은 강조됐지만 그 지원은 부족했습니다. 교육에 집중하실 교수님들은 교육에 집중하도록 하고, 잘 가르치는 교수님들에겐 확실한 보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교육우수교수를 강의우수교수로 명칭을 변경하고, 선정 인원을 40명 수준에서 10명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포상금을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스타 교수를 수강편람에 프로필 제공하는 등 앞으로도 획기적인 보상책을 마련해 제공해드릴 것입니다. 그래야 교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보상이 큰 만큼 그 반대급부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학과평가 기준 등을 새로 마련하고 교육 참여, 학생 취업 등 교육부문 평가지표를 강화하여 교육의 내실화를 기하고자 합니다.”

△ 2년 전 <네이처>지에서 박사 특집을 꾸린 적이 있었습니다. ‘The Future of PH.D’라는 제목으로 기억합니다. 요컨대 박사인력이 과잉 양성되고 있으며, 질적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었는데요. 총장께서도 ‘대학원 교육 강화’를 약속하셨습니다. 전남대가 구상하는 대학원 교육 강화는 어떤 것입니까?
“대학원의 고유 기능은 학문 후속세대 양성과 연구 활성화입니다. 대학원이 활성화되면 학문에 뜻을 둔 학생들은 공부할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고, 교수들은 젊고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해 연구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적절한 정책 대안이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우선 실천 가능한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였습니다.
우선, 교수 1인당 1RA(연구보조 인력) 제도입니다. RA 대학원생에게 매월 25만원의 활동비 또는 연간 300만원의 감면장학금을 지원합니다. 대학원 진학을 앞둔 학부 4학년도 RA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전임교원 임용까지 연계된 PFF(Prominent Future Faculty)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학부 4학년 또는 석사 1학년 가운데 최상위권 실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합니다. 선발된 학생은 전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학과의 교수 공채 또는 특채 조건을 충족하는 연구업적을 달성하면 전임교원으로 임용됩니다.


대학원생과 교수님들에게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대학원 전담 행정팀도 설치했습니다. 학부생 위주로 운영됐던 국제교류, 취업, 외국어학습 등 교육역량강화 프로그램의 참여 범위를 대학원생까지 확대하는 등 교육복지 제도도 개선하고 있습니다. 공동학위, 교환학생, 우수 외국인학생 유치 등 국제교류도 활성화하고, 연구소, 기업들과 연계해 양질의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데도 힘쓸 것입니다.”

△ 청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입니다. 취업률을 대학평가 주요 지표로 취한 현행 평가방식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취업률은 국가와 사회가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할 사안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대학이 일방적으로 책임을 진 모습입니다. 모든 대학들이 이 취업률 제고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복안 있으신가요?
“취업률을 대학평가의 주요 지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취업률은 대학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대학이 교육적인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서 취업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정된 시장을 두고 대학 간 경쟁만 부추기고 있습니다. 결국, 투입하는 자원과 그 결과가 일치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현실에서 지방대학에겐 원초적으로 불리한 경쟁 구조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학평가 결과로 수도권 소재 대형 대학에만 수혜가 집중되는 것도 바로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취업은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며, 교육의 대표적인 성과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대학도 이제는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일찍부터 자신의 진로를 설계해야 하며, 변화하는 사회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취업 경쟁력을 갖추도록 취업전담조직인 융합인재교육원을 신설했습니다. 더불어, 취업의 일선 현장인 단과대학의 취업 업무를 전담하는 CM(Career Manager)을 전면 배치했습니다.


학생들의 취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영어 실력입니다.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2013년부터 모든 신입생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영어실력 진단시험 시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진단 시험을 실시하고, 언어교육원과 기초교육원이 협조해 학생 개개인이 다음 학기에 성취해야 할 목표 점수를 설정해 줄 것입니다.”

△ 총장께선 ‘지방정부, 지방의회’ 전문가이십니다. 새 정부 교육정책 최우선 과제가 ‘지방대학 육성’입니다. 지역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별다른 실효가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지역대학 발전을 위해 정부나 사회, 대학이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지방대학 육성은 지엽적, 단기적, 대증적인 처방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국가 수준에서 정책 과제로 선정하고, 발전 로드맵을 작성해 체계적으로 시행했을 때에만 실효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와 함께 지방대학 발전 정책을 통합적·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합니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함께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합니다. 과거 누리사업 등 정부가 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중단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과학기술특성화 대학들인 카이스트, 포스텍 등은 정부 또는 공기업의 안정적인 투자로 단기간에 양질의 대학으로 변모됐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합니다.


그간 산학협력 활성화는 강조돼 왔지만 더욱 중요한 대학의 기능인 교육 경쟁력 강화에 대해서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문제입니다. 잘 가르치는 지방대학을 국가 수준에서 명품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지방대학의 발전에는 기업, 특히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방대학은 수도권에 비해 산학협력 활성화에 어려운 여건입니다. 현장 실무능력 갖춘 우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통합적인 산학협력 프로그램, 장학지원 프로그램, 지방인재 채용할당제 도입 등을 추진해야 합니다. 더불어, 수도권 대학에 집중돼 있는 대학 발전기금도 지방대학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하는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장치와 함께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 총장께선 다양한 이력을 지니고 계십니다. 교수, 국회의원, 그리고 학자로서는 지방정부 문제를 깊이 연구해오셨는데요. 오늘날 급변하는 시대, 총장께서는 대학의 본질, 총장 역할, 교수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21세기는 지식정보화 시대입니다. 대학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졌습니다. 지식, 정보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이제 지식 창출을 통해서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교수도 마찬가지로 지식과 정보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정적인 지성인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창출하는 역동적 지성인이어야 합니다. 선진 국가들이 인재, 지식, 기술을 보유한 대학의 역할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며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적절한 고등교육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결과로 많은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경제 규모에 비해 교육 경쟁력은 국제적으로 너무 낮습니다. 산업 수요와 대학 교육의 불균형으로 기업들의 불만이 크고, 전공과 취업의 불일치로 학생들 역시 불만이 많습니다. 등록금 위주의 대학 수입 구조와 높은 등록금 인상률로 인한 학부모들의 고통으로 반값 등록금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그럼에도 그간 예산, 연구비 등 재정지원 때문에 대학이 정부 방침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녔습니다.

특히, 총장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이제 국립대학 총장은 정부 정책의 동반자로 고등교육 정책을 협의하고 모색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해 놓은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핵심은 앞으로 모든 대학과 대학인들이 시대의 요구를 파악해 미래의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모델과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가고 있는지를 묻고 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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