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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과의 관계 강화 사이에 놓인 외교적 난제 그 해법은?
강대국과의 관계 강화 사이에 놓인 외교적 난제 그 해법은?
  • 이승주 중앙대·정치국제학과
  • 승인 2013.04.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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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국제관계와 중견국의 역할 모색한 한국국제정치학회 국제학술대회

'21세기 국제관계와 중견국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한국국제정치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중견국'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사진제공=한국국제정치학회)
한국국제정치학회

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이호철 인천대)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우상)은 ‘21세기 국제관계와 중견국의 역할’을 주제로 지난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 학술회의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라는 21세기적 구조 변화 속에서 중견국들이 어떤 역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를 이론적ㆍ실천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미국과 중국은 상대국에 대해 전략적 불신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전면적 대치 또는 일련의 연쇄적 갈등 상황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든 한국과 같은 중견국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상황 전개는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중견국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절한 조정자 역할을 하며 일정한 지위와 영향력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러한 현실적 고민과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할 이론적 토대에 대한 필요성은 한국, 호주, 캐나다, 덴마크와 같은 전형적 중견국은 물론, 미중 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견국인 일본과 인도에게도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전략적 불신 갖고 있는 두 나라

이번 학술회의는 리처드 히곳 호주 머독대 총장, 피터 한센 주한 덴마크 대사, 비쉬누 프라카쉬 주한 인도대사, 브루스 길리 미국 포틀랜드주립대 교수, 이브 티버기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김상배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국제학부) 등 중견국 외교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는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중견국의 개념과 정의에서 중견국 외교의 이론적 토대와 경험적 증거에 이르기까지 중견국 또는 중견국 외교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 다각적인 접근이 이뤄졌고 참가자들 사이에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다수 참가자들은 21세기 국제관계가 하드파워뿐 아니라, 소프트파워, 규범력(normative power)과 지식력(knowledge power)을 활용하는 능력, 다양한 국제제도들을 아우르는 설계 권력(architectural power) 등 다양한 권력장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하드파워에만 기반해 형성된 과거의 국제관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에 공감했다. 과거 국제 규범을 추수하던‘norm taker’에서 탈피하여 규범의 선도자(norm leader)가 되고, 중견국들 사이의 연합을 형성하며, 지구적 차원의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의 거버넌스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는 등 중견국들이 현실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중견국 외교전략들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한편 회의 기간 내내 중견국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지속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번 회의에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견국 외교의 현실적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프라카쉬 대사가 인도를 중견국으로 규정하고, 카타다 교수가 일본이 ODA 초강대국에서 중견국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자 중견국의범주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졌던 것이다.

소프트파워, 규범력과 설계 권력

현실적으로 일본과 인도에서 덴마크까지 중견국에 포함시킨다면 대다수 국가들이 중견국의 범주에 해당되게 된다. 이 경우 분석적 개념으로 중견국의 적실성이 감소되는 것은 불가피하게 된다. 따라서 과연 어떤 요건들이 중견국을 구성하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이론적 차원의 문제인 동시에 현실적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일부 참가자들은 중견국들이 중견국들 사이의 연합보다는 기존 또는 신흥 강대국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가 발견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는 강대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중견국 외교의 가능성이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던져준 셈이다.

이러한 주장을 한국의 사례에 대입해보면, 기존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거나 신흥 초강대국인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우리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물론 강대국과의 관계 강화가 중견국의 영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미국과 중국과 같은 초강대국 가운데 하나를 협력의 파트너로 선택하게 될 때 발생하는 외교적ㆍ안보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중견국 외교의 요체는 이러한 방식을 벗어나 강대국들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적 역량과 규범적 기초를 쌓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이승주 중앙대·정치국제학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박사를 했다. 저서로『글로벌 금융위기와 동아시아』, 논문으로「한국의 무역 자유화: 개방·보호·보상의 정치경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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