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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 빼앗기고 소송벌인 윤선도
노비 빼앗기고 소송벌인 윤선도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4.29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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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서로 17세기 조선사 추적한 <역사와 현실> 87호

<역사와 현실> 87호

<역사와 현실> 87호 특집 ‘해남윤씨 고문서를 통해 본 17세기 신분질서와 친족’에서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됐다. 한효정 성신여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조선후기사)은 「소송을 통해 본 17세기 노비횡탈 양상-해남윤씨가 ‘安心’ 자녀 소송 문서를 중심으로」에서 윤선도가 빼앗긴 노비를 찾기 위해 소송을 벌였다고 밝혔다.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된 17세기 해남윤씨가 소송 문서들에는 ‘안심’이라는 여종의 자녀를 둘러싼 노비 소송을 통한 노비쟁탈전을 적나라하게 기록하고 있다.

 

윤선도는 노비가 도망간 지 십 수 년이 지난 1660년 노비추쇄에 나섰으나 알게 된 것은 도망노비의 생사가 묘연하고 그사이 양녀와 자녀를 생산해 소유노비의 수가 늘었지만 추노객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이었다. 추노객은 일반적으로 노비주에게 고용돼 노비추쇄를 담당하는 사람을 일컬었으나, 한 연구원은 추노객의 개념에 개인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전문적 횡탈을 일삼았던 사람도 포함시켰다. 윤선도는 충청도, 경기도, 서울을 오가며 10년 가까이 소송을 벌였지만 추노객들의 죄상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적 처벌은 없었다.

한 연구원은 남인 가문으로 조선후기 최고의 성세를 자랑했던 해남윤씨라도 추노객과 노비의 도망이 발생한지 십여 년이 지난 뒤에야 추쇄에 착수한 점, 소송을 제기해도 빼앗긴 노비를 되찾고 횡탈범죄자를 치죄하기 쉽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조선후기 노비신분제에서 파생된 복합적 사회현상을 읽어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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