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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_ 대한민국 미술인에게 신고합니다!
세평_ 대한민국 미술인에게 신고합니다!
  • 정 인 아트타운 예술도서 대표
  • 승인 2013.04.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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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인 아트타운 예술도서 대표

광주 비엔날레 전시작품보다 미술책 구입하는 즐거움으로 광주에 왔다는 창원의 한 조각가 선생님. “사장님, 감사해요. 아니,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어떻게 서울도 아닌 광주에서 이렇게 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지요. 제가 박사 학위논문으로 독일 표현주의 작가론을 준비하는데 코코슈카, 슈틴,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자료를 구하지 못해 얼마나 찾아 헤맸는지 모릅니다. 국립도서관, 국회도서관, 대학도서관, 공공도서관, 대형서점 등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90년 어느 무덥던 여름날. 서울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천리길을 달려와 자료를 구입하면서 감격해 했던 화가 선생님. 이렇듯 애틋하게 30년 넘은 세월을 함께해온 추억을 뒤로하고 오프라인 서점을 폐업하고 그곳에 아트갤러리를 개관했다.

1980년대 미술서점이 전무하던 때 <중앙일보> 출판국에서 발행된 <계간 미술>과 <한국의 미>를 시작으로 삼성, 동아, 금성출판사에서 발행된 미술전문 서적을 공급하면서 외국의 미술서적에 눈을 떴다. 세계 각국의 미술자료와 디자인·건축·공예 서적을 공급하는 보람으로 가슴 뿌듯했는데, 무서운 위력의 인터넷과 제재 없는 인터넷 서점의 공격 앞에 누적된 적자를 감당치 못해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오프라인 미술서점을 접고 또 다시 70년대 방법으로 방문판매의 길을 나설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조건 없이 제자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줬던 교수들도 이제는 색안경 끼고 보는 시대라 그 알량한 주위의 시선에 위축될 지도 모르겠다. 전공교재 한 권 없이 미술 공부하는 학생들의 미래도 걱정된다. 그래도 환영해주는 ‘마니아’들이 있기에 희망을 찾아 다녀본다.

광주광역시에 미술서적 2만여종 4만권을 기증해 미술특화도서관 위탁 운영 제안도 해보고, 시립미술관, 비엔날레, DJ센터에 미술서점과 아트숍을 할 수 있는 공간 지원 요청도 해보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시받고 한국출판문화진흥원에서도 내려와 서점을 조사해 갔지만 어느 곳에서도 아직은 대답 없는 메아리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박물관에는 관람객이 접근하기 가장 좋은 곳에 미술전문 서점이 있는데 대한민국 공공미술관엔 어디나 똑같은 아트 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미술책 몇 십권 꽂아놓고 서점이라고 위장해 푸대접하고 개인사업자라고 지원 한푼 없는 게 현실인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미래가 걱정된다. 경제력 있다고, 미술 전공했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미술서점인데 각 기관의 담당자들이 생각을 좀 바꿔 미술문화의 산실인 미술특화 전문서점이 입점할 수 있도록 지원 좀 해주면 안 될까.

서점은 책만 팔리는 공간이 아니라 책이 읽히고 지식이 유통되는 공간이요, 문화가 생산되는 발전소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미술전문 서점이 이대로 없어져야 될까. 수십만권의 귀한 자료를 창고에 사장시켜놓고 동네서점 지원법이니 특화서점 지원법이 있으면 뭐하나. 국가의 문화정책 지원 차원에서 서점을 공공적인 분야로 분류해 아트타운 미술서점이 되살아나 미술인들의 사랑방이 될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진흥원, 광주광역시 관계자 여러분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해본다.

정 인 아트타운 예술도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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