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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미래창조과학부에 거는 소망 한 가지
그래도 미래창조과학부에 거는 소망 한 가지
  • 정진현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3.04.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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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정진현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원

정진현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원
흔히 과학기술이라 하면 나로호나 원자력발전소, 핵융합과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흔히 빅사이언스라 불리는 대규모의 종합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떠올리기 쉽다. 특히 올해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적 경제성장을 국정목표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초과학육성 기능에 정보통신기술 분야까지 아우르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돼 과학기술인의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에 반드시 거대한 무엇인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창조경제의 바탕이 되는 핵심개념은 아이디어를 이용해 또 다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토지와 노동, 자본과 같은 유형적 요소가 좌우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의 투입과 산출 나아가 이들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경제의 구성요소가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인류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든 첨단기술의 시작을 되짚어 보자. 하늘을 날고자 하는 상상과 의지에 창의적인 생각이 더해져 열기구가 만들어지고, 비행기가 만들어졌으며 우주탐사선으로 달나라를 여행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과학기술인에게 창조란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발생한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더 나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 바로 연구개발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상이 아이디어로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달나라에 가고 싶지만 우주선을 만들 기술이 없다면 그 꿈은 상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인이 강한 의지를 갖고 모든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동원하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단기간의 학습이나 획일적인 교육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끝없는 생각의 혁신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시도와 같은 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연속적인 연구가 보장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때문에 국가 연구개발을 선도하고 미래 과학기술인력을 육성해야 하는 정부출연연구소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연구개발의 연속성이 저해되고 결과적으로 연구의 효율성이 저하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과학자와 엔지니어, 그리고 테크니션이 업무를 적절히 분담해 이론과 실험이 균형을 맞춘 상태에서 머리를 맞대고 씨름하더라도 성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연구자체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연구환경에 대해 시름하고 또 새롭게 채용된 인력에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정부출연연구소가 경력을 쌓기 위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제대로 된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지 못할까 우려된다. 이는 결국 우리 미래인 청소년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이공계 기피현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으면서 안정적인 연구환경에서 자신감을 갖고 열정적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과학기술인이 넘친다면 우리 청소년들은 자연스레 과학기술자를 꿈꾸게 되지 않을까.

실패를 감내하는 혁신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실생활과 산업으로의 응용을 위한 연계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초·원천기술과 ICT와 같이 멀지 않은 미래의 국가경제 견인을 목표로 하는 산업기술 간에 정부지원의 균형 있는 조정을 통해 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과창출을 위한 시스템의 구축과 경쟁적인 지원방식도 물론 필요하지만, 각각의 차이점을 인지하고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적인 거대과학 시설을 여러 곳에서 운영하면 거대과학과 기초과학은 창조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인프라 역할과 함께 첨단기술 인재 육성 역할을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통찰력 있는 분석을 토대로 한 과학기술정책 수립을 통해 창조경제의 밑바탕이 될 과학기술인의 창의적인 연구역량 발휘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철저한 사전분석과 준비를 통해 과학기술인이 연구개발과 창조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한 명의 과학기술인으로서 소망해 본다.

정진현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원
연속운전연구부에서 선임연구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핵융합플라즈마 가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포스텍에서 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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