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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심사기준은 미장센과 시나리오의 힘이에요”
“제 심사기준은 미장센과 시나리오의 힘이에요”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4.25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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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방한하는 주시 피사노 프랑스 뤼미에르 영화학교 교수

주시 피사노는 프랑스 뤼미에르 영화학교의 교수다. 『영화관에서의 광적인 사랑』, 『유성영화의 고고학』, 『무성영화 말을 갖다』, 『음악!』 등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는, 영화의 미학과 역사에 대해 다수의 글을 썼다. 특히 임상수 감독과 김기덕 감독에 대한 글을 통해 지속적으로 한국 영화에 관심을 보여 왔다.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이번에 네 번째 한국을 방문하는 그녀의 영화세계와 한국 방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 당신의 철학적 배경은 어떤 사상가들입니까? 프랑스 철학자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나요?
“네, 의심할 여지없이 제 연구에는 철학이 많은 영향을 끼쳤지요. 특히나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순간이 기억나네요. 저는 미셸 푸코, 죠르주 캉길렘, 그리고 가스통 바슐라르의 책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제 연구 분야가 바로 예술과 과학의 관계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아비 바르부르크의 문화인류학과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지수 이론 쪽으로 제 사유방식의 전개를 시작했어요.”

△ 현재 당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화두나 사회적 이슈들이 있습니까? 있다면 무엇인지 공유하길 원합니다.
“단연 현재의 정치적, 사회적 현상들입니다. 지금 온 유럽은 경제 위기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나 내 연구를 계속해나간다는 것을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영화에 있어 당신의 현재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당신의 영화 세계에 영향을 끼친 감독들은 누가 있을까요.
“영화에 관한 제 다음 주제는 이미지와 소리에 관한 인류학적인 접근인데요, 굉장히 광대한 분야죠. 하지만 제가 가장 관심을 갖는 건 늘 최근의 영화가 과거와의 관계 속에서 찾아지는 것들입니다. 이건, 요컨대 과거에 대한 회귀에서, 정말 새로운가 그렇지 않은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현재와 과거에 관한 역동적 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떤 측면에서는, 현재의 서술적 디지털영화가 예술적이면서 실용적인 영화로 돌아왔어요 주도권을 가졌던 사실주의적인 경향의 영화들이 애니메이션 영화, 실험영화 혹은 특수효과 영화에서 발견되는 공간적 몽따쥬나 이미지들의 조작들을 한 쪽으로 밀어뒀었는데 말이죠. 저는 ‘최초의 시대’라 불리는 1900~1915년에 극장에서 상영됐던 영화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저평가됐던 ‘소리(배경음, 대사, 음악)’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어요.”

△ 한국엔 이번이 몇 번째 방문이신가요?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떤지, 특별히 당신에게 매력적인 부분이 있나요?
“2011년에 처음 한국에 왔고, 지금까지 네 번째네요. 학술대회나 콜로키엄 같은 직업적인 일로 찾기도 했지만, 함께 발표했던 동료 교수들과 너무 친해져서 개인적인 여행이라고 부를 수도 있어요. 조화림, 이경호 전북대 교수(불어불문학과, 무용학과)는 제 소울메이트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에요. 또한 고려대와 함께 한국 오디오 자료 수집과 관련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입니다. 한구과 프랑스 두 나라 사이에서 이런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이 매우 풍요롭고도 즐거운 일이지요. 전통과 현대 사이에 위치한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인상은 매우 좋습니다. 전 동대문 패션타운에서 쇼핑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평화로움과 시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사찰에 가는 것도 좋아합니다. 불국사, 분황사, 백제의 유물이 있는 전주국립박물관이나 매우 아름다운 전주한옥마을도요. 한국인의 신중함만큼이나 그들의 우정 또한 좋아하지요.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풍미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은 한국 음식들도 있네요.”

△ 전주국제영화제가 아시아나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전주국제영화제에 참가하는 것이 처음이라 많은 것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영화제 준비과정에서 제가 이미 겪었던 여러 면들이나, 매우 흥미로운 프로그램들로 판단해볼 때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입니다. 가장 중요한 심사기준은요.

“무엇보다도 미장센입니다. 그 다음은 시나리오의 힘이고요.”

△ 한국 영화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한국 영화가 아시아(중국, 일본 등) 영화들과 구분되는 점은 무엇일까요?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한국감독이 있다면 누구이며 왜입니까?
“전 아직도 우리가 한국이나 다른 국가의 영화들을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오늘날 영화인 집단은 매우 복잡하고 다국적입니다. 김기덕 감독의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같은 세대인 박찬욱 감독은 확실한 보편성(박 감독 스스로 여러 인터뷰에서 말한 부분이죠)을 보여주는데 반해, 김 감독은 지리적인 경계를 초월합니다. 게다가 그가 유럽을 여행하며 서구 영화를 발견했던 프랑스에서도 얼마간 살았다는 것도 기억해야겠죠. 그러므로 김 감독에게는 영화란 곧바로 서구적 경험의 결실입니다.

유교나 도교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는 접근 불가능한 메타포들로 가득한 그의 영화들. 그의 영화는 또한 의식적입니다. 지속되기 어려운 전통적 가치들이 있는 현대의 한국을 포함하는 그의 메타포들이 늘 그 자체의 의미를 위해 고안된 것은 아닙니다. 영화의 이해를 위해서는 ‘문화적인 화면들’에 의한 이런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접근이 다른 여러 한국영화들에게까지 ‘유령’ 같은 당황스러운 인상을 주는데 강하게 기여했습니다. 김기덕의 영화는 매우 세련된 데다 때로 매우 극단적이기도 합니다.

유럽의 시선으로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상징과 메타포를 사용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덕은 한국(남한)의 현실에서 매우 인상적인 감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또한 강렬한 그의 이미지 중에서도 유교적 전통과 관련해 개인에 대한 종교적, 정치적, 문화적 질서의 힘을 행사하는 이미지들은 아버지/자식, 장교/사병, 사장/노동자 등의 계급정신에서 적절히 구사되고 있습니다. 저는 또 두 미학적 측면에서 영감의 원천을 끌어다 쓰고 있는 미장센들을 보여주는 「그때 그 사람」의 임상수 감독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나 프란시스 코폴라 같은 미국 영화감독들처럼 그의 영화는 매우 건조하고 무례하며 우아합니다.”

△ 주지하다시피 프랑스 영화는 세계 영화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프랑스 영화는 점점 인기가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성급한 판단일수도 있지만 ‘프랑스 영화의 추락’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늘, 프랑스 영화는 어디에 있습니까?
“프랑스 영화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 영화계가 새로운 영감의 소스를 찾고 있습니다. 다소 균등하게 평가할 수 있는 미학적인 움직임이 보였던 위대한 시기들(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 프랑스의 누벨바그 등)은 이미 만료된 시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마티유 카소비츠, 자끄 오디야르, 로랑 캉테와 같은(다소 눈에 띠지 않는 조합이긴 하지만) 일련의 감독군에서 보이는 기발함들이 오늘날 프랑스 영화의 색깔인 것 같군요.”

△ 프랑스 영화는 정부정책에 의해 지원을 받습니다. TV 채널의 도움도 받고 있죠. 이런 지원책이 영화산업에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물론입니다. TV방송국(Arte, Canal+)의 지원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정도입니다. 특히나 작가 영화에 있어서는요.”

△ 대부분의 한국 영화들은 군소 제작사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체제의 문제는 물론 불안정한 재정입니다. 게다가 주로 배급을 담당하던 롯데씨네마, CJ E&M같은 대기업들이 영화제작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안정성 측면에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점점 더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영화는 언제나 산업, 엄청난 예산, 그리고 수익성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지요. 프랑스에서도 수익성은 매우 상대적입니다. 백 편이 넘는 영화들 중에서 수익성을 내는 영화는 올리비에 나캬슈 감독의 「언터처블: 1%의 우정」 같은 몇 편의 영화뿐입니다. 이 영화는 2011년 프랑스에서만 1천94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함으로써 「타이타닉」(제임스 카메론 감독, 1997), 「Bienvenue chez les Ch'tis」(대니 분 감독, 2008)에 이어 역대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습니다. 2012년에 전세계에 개봉돼서 900만(독일), 260만(스페인), 250만(이탈리아), 170만(한국)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지요. 「아멜리에」의 자리를 빼앗은 겁니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은 해리포터를 제치고 3억7천517만883명의 관객을 동원해 ‘유럽연합 2012년의 영화’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프랑스 영화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2010년의 경우 제작된 영화의 60%를 5만 명 이하의 관객들만 봤으니까요. 좀 더 다양하고 주류영화계로의 진입이 어려운 영화들은 독립제작사들에서 프랑스 정부의 도움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극장표 값의 11%, DVD 판매금액의 2%가 세금으로 군소제작자들에게 지원되고, 이 지원금은 젊은 감독들의 영화제작에 도움이 되죠. CNC(프랑스중앙영화청)의 지원은 2011년, 영화 한 편 당 평균 15%의 예산이 보수로 분배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전체 금액의 58% 중 배우 12.1%, 시나리오 작가 9.4%, 기술자 18.7%, 프로듀서 5.1%, 촬영비용 30% 중 7.6%는 의상과 무대, 기술비용으로 12%). 그리고 TV방송국들은 영화 투자를 의무화 하도록 정부에서 강제하고 있습니다.”

△ 대학의 역할을 이야기할 때, 독립적인 지성인을 길러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들이 그런 독립된 지성인을 배출해내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것이 가능하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요?
“원론적으로 독립된 지성인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면과 노동 시장을 구분해야 해요. 대학은 정부지원금의 일시적인 변화나 시장의 일반적인 상황에 의해 어느 순간에 끝나버려서는 안 되는 학문의 장이어야만 합니다. 우리의 교육은 확실히 영속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학문이란 시공간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죠. 다행스럽게도 말입니다.”

△ 한국 사회에서 지성인을 대표하는 교수들에게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합니다. 대학의 역사가 긴 프랑스에서 교수들에게 요구하는 덕목은 무엇입니까?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역시 최근에 행해진 개혁조치들은 교수들에게 자신의 분야를 넘어서도록, 하나의 역할을 더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향인데요. 대학의 역사가 오랜 프랑스에서는 한국보다 더 강하게 요구되기도 합니다만, 모든 교수들에게 받아들여지지는 아직 않고 있습니다. 역시나 다행스럽게도 저항들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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