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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구실로 강요는 금물 … 교수·학생 ‘공감대 형성’ 중요
변화를 구실로 강요는 금물 … 교수·학생 ‘공감대 형성’ 중요
  • 임걸 건국대·교육공학과
  • 승인 2013.04.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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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발전과 대학수업의 변화

 

임걸 건국대·교육공학과

최근 백여 년 사이에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속도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으로 대변될 시기가 있었던 만큼 눈부시다. 사회나 기업에 비해 교육영역에서는 변화를 수용하는 속도가 여러 이유로 인해 지연되는 특성이 있어 왔는데, 최근에는 그 간격이 매우 짧아지고 있다. 자신의 몸 뒤에 칠판을 두고 타인 앞에서 지식을 전수하는 오래된 장면은 수천 년간 대표적인 교육의 방법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과학기술 혁신의 결과들이 빠르게 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SNS 교육의 찬반

새로운 교육방법에 대한 지금의 화두는 ‘스마트 기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2009년 국내에 스마트폰이 도입된 이후 신개념 디지털 기기에 대한 관심과 사용이 증폭한 가운데, 2010년 <타임>지에서는 SNS의 대명사인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2011년 정부는 국내 초·중·고등학교에서 ‘스마트교육’을 수년 내에 실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대학들에서는 ‘스마트캠퍼스’라는 이름의 실험이 시작됐다.

새 화두의 핵심은 기존의 교육방법 개선을 통해 교육의 효율과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면 다양한 디지털 학습콘텐츠를 언제 어디에서나 공부할 수 있고, SNS는 교수와 학생간, 그리고 학생들 사이의 의사소통 채널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도와준다. 요즈음 대학별로 ‘스마트러닝’, ‘SNS 활용교육’ 등에 관한 세미나와 포럼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이 같은 교육방식을 전면 또는 단계적으로 도입해 학교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새교육 정착의 조건

문제는 최신 과학기술의 산물을 교육방법에 수용하는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들이 아카데미아의 이상에 합목적적으로 부합하는가이다. 공부를 하기 위해 디지털 기기로 대화를 하고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현상학적 행위들은 일견 정통적이지 않으며, 검증이 부족하고, 또한 미심쩍을 수 있다. 초중등학교에서는 ‘휴대폰 없는 학교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인터넷과 게임 중독에 대한 우려 역시 지대하다. 대학은 말할 것도 없다. 수업시간에 휴대폰으로 인해 교수들의 수업이 방해받고, 학생들은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자료를 쉽게 긁어내 과제로 제출할 수 있다.

대학에서 과학기술의 산물을 교육에 성공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 구성원들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교육, SNS활용교육 방법 등이 교수와 학생의 동의를 획득하고 학교 현장에 연착륙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의 물결을 구실로 활용을 강요하는 것은 저항을 동반한다. 조지 말로니가 응답한 “산이 거기 있으니까”와 같은 접근 방식은 이 상황에 유효하지 않다.

최상의 교육방법을 발굴해 제공하고 경험하는 것 역시 교육에서 추구해야 하는 바다. 따라서 새 교육방법이 의미가 있다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신 교육방법은 ‘개방’, ‘소통’, ‘협력’, ‘참여’ 등의 의제를 통해 학생의 창의성과 역량 신장에 관심이 많다.

그러므로 대학은 교수와 학생이 새 교육방법을 스스로 실험하도록 방치하는 대신, 수월하게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실험의 실패는 수업의 실패이고, 수업의 실패는 교육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업방법의 특징이 적용될 수 있는 수업환경을 분석, 제시하고 구체적인 수업전략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체계적으로 안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기본 요건이 충족돼야 비로소 인프라와 행·재정적 운영방안 등의 각론 논의도 의미가 있다.

과학기술의 미래, 그리고 끝없는 과제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한 교수학습 방법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스마트 기기와 SNS 활용을 넘어선 최근 미국 대학교육의 핫이슈는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의(Massive Open Online Courses, MOOCs)’와 ‘교실-가정 전환수업(flipped classroom)’이다. MOOCs는 하버드대, MIT, 스탠퍼드대 등 유수의 대학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강의내용을 누구나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교실-가정 전환수업은 학생들이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학습콘텐츠를 미리 습득하고, 수업에서는 질의응답, 토론, 협력의 과정을 통해 지식을 심화시키는 방법이다. 이들 방법은 기존 대학교육 수업체제의 위기로 진단되기도 하며, 새로운 대학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논의 역시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3차원 가상현실, 인공지능 로봇과 같은 것들의 교육적 활용이다. 2013년 현재 ‘스마트’시대에 놓여있는 대학.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임걸 건국대·교육공학과
필자는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교육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스마트 교육과 SNS를 활용한 교육을 주제로 약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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