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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_ 정치학자가 본 박근혜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교육단상_ 정치학자가 본 박근혜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 백종국 경상대·정치외교학과
  • 승인 2013.04.23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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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국 경상대·정치외교학과

지난 3월 28일에 교육부의 ‘2013년 국정과제 실천계획’ 보고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GDP 대비 1% 고등교육재정 확보, 전문대학과 지역대학 육성, BK21 플러스 사업 실시, 국가장학금 확충, 대학평가체제 개선, 구조개선 촉진법 제정, 산학협력 활성화, 국가 평생학습 지원체제 구축 등의 정책을 보고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핵심을 보면 지역대학 육성과 전문대학 육성의 투 트랙으로 요약된다. 첫째는 지역거점대학을 육성하고 지역대학을 특성화해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산업 성장을 견인하게 하며 이를 위해 ‘지방대학 육성법’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수업연한을 다양화하고 특성화 전문대 100개교를 육성하며, 대학원 과정도 신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해외진출 맞춤형 교육을 위해 ‘세계로 프로젝트’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중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점은 ‘지역균형발전’과 ‘고등교육재정 GDP 1% 투입’ 약속이다. GDP 1%라고 해도 OECD 평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인 양극화 해소와 질적 발전으로의 전환을 위해 매우 시의적절한 정책방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이 이미 공공성과 효율성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은 과거 정책을 답습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예컨대 특성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고등교육 전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시기에 도리어 전문대의 일반대화를 허용함으로써 심각한 중복투자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미 진행된 과학기술 분야의 중복 투자와 더불어 심한 재정적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대부분의 국립대는 지역대학으로서 양극화 해소와 공공성 강화, 그리고 특성화와 효율적 체계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강조되지 않고 있다. 시장근본주의적 사고가 아직도 교육부 내에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GDP 1%의 투입을 통한 획기적 발전을 달성하려면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교육당국의 창조적인 사고방식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국·사립대 간의 특성화를 분명히 하고 고등교육의 사립대 의존을 줄임으로써 공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진작시켜야 한다.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 평생교육중심대학의 유기적 특성화를 통해 중복투자를 피해야 한다. 최소한 거점국립대학들만이라도 서울대 수준의 국제적 대학으로 육성해 지역균형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지방대 출신 할당제나 지역인재 채용 비율 확대와 같은 정책과 함께 권역 내 진학자 반값등록금 지원과 같은 현실적 방안을 실시하는 게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반값등록금 지원책보다 훨씬 더 바람직하다. 새로운 평가체계를 마련할 때에는 특성화의 비전을 합리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예컨대 연구중심대학의 평가에 높은 취업률을 요구하는 오류는 피해야 한다. 평생교육도 새로운 조직을 만들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교육중심대학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교육부는 민관이 함께하는 ‘대학발전기획단’을 구성해 6월까지 ‘지방대학 육성방안’을 마련하고 이어서 ‘지방대학 육성법’을 제정할 예정이라 한다. 이 ‘지방대학 육성법’은 우리나라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진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만큼 법 제정의 과정을 투명하게 해 국가적 비전을 분명히 하고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구조개선 촉진법’의 제정은 고등교육의 효율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나 각종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적 비전과 연계된 합리성을 갖고 이해당사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없다. 한국의 발전전략에 부응하는 고등교육의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가 성실하게 힘을 합쳐서 수행해야 할 과제들이다.

백종국 경상대·정치외교학과
미국 UCLA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1세기정치학회장, 경상대 기획처장, 전국국공립대기획처장협의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 국립대발전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국제정치경제, 한국발전론, 고등교육정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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