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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脩大藏經』을 ‘천추의 한’으로 여기는 중국의 교훈
『新脩大藏經』을 ‘천추의 한’으로 여기는 중국의 교훈
  • 이동철 용인대·중국학과
  • 승인 2013.04.2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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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유장』편찬 사업과 시사점

대부분의 한국인들은『고려대장경』등을 통해 불교 문헌의 집대성인『대장경』에 친숙할 것이다. 도교 문헌의 집대성인『道藏』은 전공자이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만 알고 있겠지만, 역시 방대한 분량이다. 그렇다면유교의경우는어떠한가.『 사서오경』이나 『황청경해』처럼 기본 경전의 대표적 주석이나 연구성과의 시대별 집성 등이 있을 뿐, 불교와 도교에 비할 수가 없다.

현재 중국에서 유학, 유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유교와 전통문화에 대한 중국의 학계와 정부의 열의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유교 문헌의 집대성인 『儒藏』편찬이다. 참고로 한국고전번역원 회지 <민족문화> 32집(2008)에 실린 김진철의「현대중국에서의 고전의 편찬과 연구 현황」이 이를 상세하게 소개해 참조가 된다.

『유장』편찬은 사천대, 인민대, 북경대의 세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천대의『유장』편찬은 故籍整理연구소(http://gj.scu.edu.cn/)에서 주관하는데, 국가차원의‘211공정’,‘ 985공정’및중국공자기금회의 ‘중대항목’으로 편성돼 있다. 또한『유장논집』의 발행, 관련 강좌의 개최 등 각종 학술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사천대의『유장』은 유학 문헌을 경학류 저작의 經, 사상류 저작의 論, 역사류 저작의 史라는 세 부로 분류한다. 이를 다시 경부 12目, 논부 5目, 사부 7目으로 세분해, ‘三藏二十四目’의 체계를 이룬다.

전체 5천여 종의 문헌, 약 5억 자의 분량을 500책으로 간행할 예정이다. 사천대는 2005년 1차분 50책을 출간했다. 80여 종, 약 2천600만 자의 분량을 수록하는데, 그 내용은 사부의 ‘공맹류’,‘ 학안류’, ‘비전류’ 세 부분이다. 2007년에는 2차분으로 사부의 연보류 50책을 출판했다. 조판과 영인을 병행하며, 분야별 서문과 각 책의 해제와 교감기를 달아 유학의 역사와 문헌의 변천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인민대의『유장』편찬은 인민대학 공자연구원이 진행하는데, 산하 조직인‘국제유장과 국제유학 연구센터’에서 주관한다. 인민대의『유장』은 동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유럽 등 해외로 유학이 전파되는 과정에 산출된 해외 유학의 연구 성과와 자료를 중심으로 하며 한국편, 일본편, 월남편, 구미편의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현재 한국편의 四書부분이 『국제유장 한국편 사서부』16책으로 2010년에 출간됐다.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편찬의『한국경학 자료집성』의 내용을 수록하며, 표점과 교감을 했고 해제와 소개를 달고 있다.

북경대의『유장』편찬은 북경대 유장편찬중심(http://www.ruzang.com/)이 주관하며, 중국의 30여개 대학과 연구기관이 합작하고 있다. 본 프로젝트는『유장』의 편찬과‘유가사상과 유가경전 연구’라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그중『유장』의 편찬은 精華本과 大全本의 편찬으로 다시 나뉜다. 대전은 중국 역사상 중요한 유가문헌 6천 부, 약 15억 자를 수록하며 2022년 완성 예정이다. 정화편은 역대 문헌과 출토 문헌에서 대표적인 전적 461종을 281책으로 편찬하고 아울러 한국, 일본, 월남의 한문 저술 중 중요한 유학저작 100종을 40책으로 편찬한다. 따라서 모두 321책, 2억여 자로서 2012년 완성 예정이었으나 늦어지고 있다. 덧붙이면 두 책 예정의 월남유학편의 제1책이 2013년 1월 출간됐다. 또한 유학문헌의 해제집인『儒學總目』을 편찬하고 있는데, 2011년 경부의 목록이 출간됐다.

‘사상과 경전 연구’의 경우 중요한 항목인 9권본『중국유학사』가 2011년 출판됐다. 아울러 본 연구계열의 전문논저 약 60부를 2022년까지 출간 예정이다. 또한 전문논문집인『유가전적과 사상연구』를 발행하고 있으며, 프로젝트의 뉴스레터인『유장통신』을 연 4회 발간하고 있다.

홍원식 계명대 교수(철학과)가 이미 지적했듯이 중국의『유장』편찬은 문화패권주의의 혐의가 없지 않다(「『유장』편찬사업과 중국 문화패권주의」, <철학과 현실> 84호). 따라서 여기에서는 한국 학계에 주는 시사점만을 간략히 언급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 한국학 문헌의 전체적인 조사와 정리작업이 시급하다. 둘째, 문헌의 정리 작업은 제도적, 조직적 기반 위에서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셋째, 전체 학계의 역량을 종합적, 유기적으로 동원해야 한다. 넷째, 관련 분야의 연구와 연결돼 이론적, 학술적 기반 위에서 진행돼야 한다. 다섯째, 전문 인력의 양성과 활용에 주의해야 한다. 여섯째, 해외 학계의 성과와 동향을 주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중국의 학계는 일본의『대정신수대장경』이 불교 연구의 실질적 표준 텍스트라는 사실을 천추의 한으로 여긴다. 『유장』편찬의 시사점을 적절히 살리지 못하면 한국학계도 역시 천추의 한을 갖게 될 것이다.


이동철 용인대·중국학과
고려대에서 박사를 했다. 중국철학회 이사, 동양철학연구회 이사를 역임했고, 주요저·역서로『지식인과인문학』(공저),『 장안의 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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