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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보이지 않는 손’ 이번에도 움직일까
‘교육부 보이지 않는 손’ 이번에도 움직일까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4.19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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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교협 사무총장 후보 2명으로 압축 … “고위관료 지원에 총장들 스스로 부담” 지적도

황대준 사무총장의 임기가 오는 28일로 끝남에 따라 공모에 들어갔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차기 사무총장 후보가 2명으로 압축됐다. 대교협 사무총장 지원자 전형위원회(위원장 박철 한국외대 총장)는 지난 12일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8명의 지원자 가운데 2명을 최종 후보자로 이사회에 추천했다. 대교협은 오는 23일 이사회를 열어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한다. 전형위원회 관계자는 “두 사람은 5명의 전형위원에게 모두 표를 받은 반면 나머지 지원자들은 거의 표를 얻지 못했다. 3배수 이내로 사무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돼 있지만 표 차이가 많이 나서 두 사람만 추천했다”라고 말했다.

최종 사무총장 후보에 오른 두 사람은 교육부 국장 출신으로 현재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ㅇ아무개 국장과 대교협 대학평가원장을 지내고 지금은 서울 시내 사립대 교수로 있는 ㅇ아무개 교수다. ㅇ국장은 교육부에서 학술연구지원과장과 지방교육재정과장, 학술정책관 등을 지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행정고시 22회 동기다. ㅇ교수는 8년간 대교협에 근무하며 평가지원부장과 정책연구부장, 대학평가원장을 지내 사실상 내부 인사로 통한다. 소속 대학에서는 교무연구처장과 평생교육원장을 지냈다.

교육부에서 여당 수석전문위원은 대개 국장에서 1급으로 승진하는 코스로 통한다. ㅇ국장을 사실상 ‘현직 교육관료’로 봐도 무방하다. 전직이 아닌 현직 교육부 고위관료가 대교협 사무총장에 지원하면서 대교협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역대 사무총장 선출 과정을 보면 그런 의혹을 살 만하다. 2006년 사무총장 선출 과정은 지금과 비슷했다. 교육부 차관 출신과 내부 인사 2명이 맞붙었다. 그 때는 이사 가운데 4명의 추천을 받아야 출마가 가능했다. 당시 대학국장이 직접 일부 대학 총장에게 추천을 요청해 반발을 샀다.

황 사무총장이 선출됐던 2011년은 ‘점입가경’이었다. 외부 인사였던 황 사무총장과 내부 인사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ㄱ아무개 교육부 국장이 대교협 이사를 맡고 있는 몇몇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황 사무총장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게다가 교육부 과장 출신으로 대교협에 오래 근무했던 ㄱ아무개 교수가 이사회 전날 돌연 후보를 사퇴하는 석연치 않은 일까지 벌어졌다. 황 사무총장은 이사회에서 가까스로 과반수를 얻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타이밍이나 상황이 너무 절묘했다.

교육부도 세간의 이런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교육부 관계자는 “혹시라도 대학 자율화에 역행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안에서도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면 ㅇ국장이 대교협 사무총장에 지원했는지조차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교협 안팎에서는 “과거에도 이사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움직인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지켜볼 일”이라는 의심 또한 여전한 게 현실이다.

국고 지원금이 대교협 예산의 90%가 넘고 어쩔 수 없이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교육부 고위관료의 지원에 총장들 스스로가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도 있다. 새 정부 들어 대교협 안에서는 정체성과 자율성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MB정부에서 교육부 위탁사업을 많이 수행하다 보니 회원대학의 어려움을 보살피고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는 ‘초심’을 잃었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사무총장의 역할과 리더십도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놓고 이래저래 대교협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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