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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주제인 ‘이방인’의 공감대 확인하고 … 거장들의 영화문법 비교 감상도
메인 주제인 ‘이방인’의 공감대 확인하고 … 거장들의 영화문법 비교 감상도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4.15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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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전주국제영화제, 이렇게 즐기자

꽃피는 봄, 전통의 도시 전주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고석만, 이하 JIFF)는 2012년의 내홍 이후 프리미어 상영작 증가, 프로그램 대폭 정비로 쇄신을 꾀했다. 지난해에 비해 월드 프리미어,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를 합쳐 26편이 프리미어 상영작에서 증가했고, 기존 메인 섹션(6개)은 유지하되 하위 섹션(19개→11개)의 통폐합으로 선택과 집중을 보여준다. 190편에 달하는 상영작들은 9일 동안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전주의 스크린에 수놓아 질 예정이다. 입소문을 탄 영화들은 벌써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지만, 광활한 영화의 바다에서 한정된 시간이라는 제약 속에 길을 잃을 씨네필들을 위해 <교수신문>은 JIFF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1. 우리 시대의 낯선 감정을 이야기하다

JIFF의 핵심 프로그램이자 매년 전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 2000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거장감독들 중 JIFF가 선정한 세 명의 감독에게 JIFF에서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전제로, 작품 당 5천만 원의 제작비를 지원해 각각 30분 분량의 디지털 영화를 제작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JIFF에서 상영된 후에는, 전 세계 영화제 상영과 국내외 배급을 진행해 보다 많은 관객과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는 이방인들이 모여 사는 아시아에 집중하며 ‘이방인’을 주제로 삼았다. 2013년 JIFF의 선택은 일본 영화계의 살아 숨쉬는 거장 고바야시 마사히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시네아스트 장률,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차세대 작가 에드윈 감독이다.

2012년 JIFF 국제경쟁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시네마스케이프’부문에「위기의 여자들」을 상영하며 깊은 인연을 맺은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의「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은 감독의 2007년 작품인「사랑의 예감」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언어적 소통을 하지 않는 부부를 다룸으로써 부부 관계 속의 이방인을 그려내고, 이를 통해 부부 내면의 갈등을 생생히 묘사할 예정이다. JIFF에서 첫 장편데뷔작「당시」(2003)로 국내에 이름을 알리고, 2009년 한국장편경쟁 심사위원을 역임한 바 있는 장률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경계에 선 인간’을 관조적이지만 애틋한 시선으로 조명한다. 2008년, 2011년 JIFF에서 자신의 단편영화 연출작을 소개하며 JIFF와 인연을 맺은 에드윈 감독은「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부인」에서 미스터리와 호기심으로 이뤄진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와도 같은 바다를 배경으로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떠나는 여인의 공허함과 욕망을 동시에 담아낸다.


2. 관객들이 더 열광하는‘숏!숏!숏! 2013’

매년 재능 있는 젊은 감독들을 선정해 중 단편영화제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왔던 JIFF의 간판 프로그램 ‘숏!숏!숏!’프로젝트. 그간 다양한 형식과 주제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도를 해온‘숏!숏!숏!’의 2013년 프로젝트가 2013년 변화의 전기를 맞았다. 국내 단편소설을 각색해 단편영화를 제작함으로써, 젊은 감독 지원과 동시에 국내 우수한 단편소설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은 것. 문학이 지닌 이야기의 힘과 영화가 지닌 표현의 힘을 서로 나눔으로,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숏!숏!숏! 2013’의 주제는‘소설과 영화’다. 그리고 이 특별한 만남의 주인공은 평단과 대중 모두를 사로잡은 작가 김영하다. 그는 류승완 감독, 배우 정우성과 함께 이번 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박진성, 박진석 형제 감독의 연출하고 배슬기가 출연한 '숏!숏!숏! 프로젝트' 의 The Body
김영하 작가의 작품을 스크린에 녹여낼 이들은 바로 이상우, 이진우, 박진성/박진석 형제 감독이다. 「엄마는창녀다」,「 아버지는개다」등 파격적인 소재의 저예산 영화로 주목받은 이상우 감독은 김영하 작가의『비상구』를, 장편「팔월의 일요일들」을 비롯해 다수의 단편 영화를 연출해 온 이진우 감독은『피뢰침』을,「 기담」의 원작 시나리오와 첫 장편 데뷔작 「마녀의 관」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박진성 감독과 그의 동생 박진석 감독은『마지막 손님』을 각색해 연출했다. 특히 이진우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팔월의 일요일들」은 프랑스 대표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동명 소설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이고, 박진성 감독의「마녀의 관」은 러시아의 대문호 니콜라이 고골의『VIY』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두 감독 모두 ‘문학과 영화의 만남’에 이미 깊은 인연이 있다.


3. 한국영화계 차세대 주자 ‘한국경쟁’

제14회 JIFF 공식 경쟁부문의 하나인 ‘한국경쟁’ 부문. 올해‘한국경쟁’부문에 출품된 작품 수는 102편으로 지난해 104편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총 10편(극영화 7편, 다큐멘터리 3편)으로 구성된 올해 ‘한국경쟁’ 부문은 지난해에 비해 작품의 소재, 주제 면에서 더욱 풍부해졌다는 평가다. 김영진 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예술영화의 관례를 그대로 답습한 흔적이 사라지고, 작품에 대한 감독의 고민과 주제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영화들이 많았다”라고 본선 진출작 선정의 변을 밝혔다. 김 수석프로그래머의 말대로 선정된 극영화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작품 고유의 특성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무의식의 말, 환각과 환청에 가까운 방언의 언어들이 쏟아져 나오는「용문」, 멜로드라마의 기본 구조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파격적 형식의 「환상속의 그대」, 평범한 청춘영화의 틀에 머물지 않고 인물의 감정을 차분히 응시하며 담아낸「디셈버」, 제목만큼이나 기이하게 펼쳐지는 남녀들의 사연을 독특한 방식으로 묘사한「레바논 감정」, 영화청년의 일상을 위트있게 그려내며 동시대 젊은이들의 감성을 객관화해 보여준「힘내세요, 병헌씨」, 고전적인 예술관을 추구하는 소년들을 영민한 카메라 워크로 포착한「그로기 썸머」, 춤을 소재로 다양한 상황을 펼치는 옴니버스「춤추는 여자」까지. 감독들 자신만의 독창적인 미학과 시선으로 빚어낸 7편의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선정된 3편의 다큐멘터리는 사적인 이야기에서 사회적 이슈, 그리고 동시대의 역사까지 끌어안으며 작품 주제의 넓은 폭을 자랑한다. 철거 위기에 놓인 마을에서 온기 나누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을 그린 「할매-시멘트 정원」, 자본의 논리에 저항하는 젊은 인디 음악인들과 주변인들의 삶을 유쾌하게 담아낸 「51+」, 가부장제의 인습에서 벗어나고자하는 가족구성원의 모습을 조명한「마이 플레이스」까지 3편이다.


4. 전주를 찾아온 거장의 작품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렐 거장 감독들의 작품도 전주를 찾는다. JIFF와 꾸준히 연을 맺어온 페드로 코스타, 브루노 뒤몽, 존 조스트 감독에서 올해 처음 작품을 소개하는 마이클 윈터버텀, 폴 토마스 앤더슨, 파스칼 보니체르 감독까지, 각양각색 거장들의 작품이 스크린을 화려하게 수놓을 예정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감독, 마이클 윈터버텀의「에브리데이」는 수감자 가족의 비애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연출한 독특한 작품이다. 새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매번 다른 소재를 다루면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인 바 있는 마이클 윈터버텀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시도를 성공적으로 이뤄냈을지 기대된다. 여기에 영국드라마「닥터후」의 마스터 역을 맡았던 존 심의 등장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기대할 만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2012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마스터」도 전주를 찾을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기대작이다. 호아킨 피닉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명연기뿐만 아니라, 천재 감독의 연출까지 더해진「마스터」는 가장 치열한 예매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까미유 클로델」은「휴머니티」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브루노 뒤몽 감독의 신작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이자벨 아자니가 주연을 맡았던 1988년 작과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을 맡은 브루노 뒤몽 감독의「까미유 클로델」을 비교해보는 것도 이 작품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하나의 포인트.

대항해시대 유럽의 중심이었던 포르투갈, 이곳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월드 시네마스케이프에 상영되는「센트로 히스토리코」는 포르투갈 기원이라 할 수 있는‘구이마레에스’를 배경으로 아키 카우리스마키, 페드로 코스타, 빅토르 에리세, 마누엘 데 오릴 베이라가 펼쳐 보이는 네 편의 이야기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역사, 유적 그리고 흔적이 한데 어우러진 현재를 만나볼 수 있다.

작가이자 감독인 파스칼 보니체르의 신작「오르탕스를 찾아서」는 감독의 빼어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삶의 우연성과 아이러니를 바라보는 경쾌함이 결합된 작품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유쾌한 작품 중 하나이다.

미국 독립영화의 대부, 존 조스트 감독의 신작도 두 편 상영될 예정이다. 자연재해 피해자들을 색다른 방식으로 조망한「카츠라시마 섬의 꽃」과 가족의 해체와 복귀를 주제로 한「타협」, 이 두편이 소개된다. 「타협」은 미국의 실험/독립 영화의 거장 제임스 베닝이 주연을 맡아 더욱 눈길을 끈다. 특히「카츠라시마 섬의 꽃」과「타협」모두 월드 프리미어상영작으로, 전 세계 최초로 JIFF에서 공개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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