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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린 절반’에게 희망 주는 고등직업교육정책
‘잊어버린 절반’에게 희망 주는 고등직업교육정책
  • 이정표 한양여대·산학협력처장
  • 승인 2013.04.1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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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이정표 한양여대·산학협력처장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를 통해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실천을 위한 행보를 걷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소외되고 외면 받던 전문대학 정책이 금번 정부에 들어서야 비로소 주목을 받게 되면서 전문대학은 그야말로 환영과 기대가 넘쳐나고 있다. 그간 잊힌 절반(forgotten half)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위기 속의 전문대학 교육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13년 국정과제 실천계획의 일환으로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를 만들고 100% 실무 중심의 평생 직업능력 선도대학을 육성하는 방안을 밝혔다. 또한 전문대학 수업연한을 다양화하고, 산업기술명장대학원 설치 계획을 보고했다. 이 같은 정책 방안들은 전문대학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왔던 정책적 사안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어서 정책 실현에 대한 전문대학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사립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전문대 학생들은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질 낮은 교육을 감수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일반대학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문대학은 여느 고등교육기관 중 가장 열악한 재정구조를 갖고 있다. 그 결과 전문대생은 졸업 후 고졸자와 별 차이 없는 임금과 고용 불안정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반값 등록금 정책과 양적 위주의 획일적인 대학 구조조정 정책으로 전문대학은 존립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전문대생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문대학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사회안전망 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대학 교육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투자는 우리 사회의 ‘잊어버린 절반’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정부의 전문대학 지원 방안은 전문대학 교육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성장 동력이 되면서 발전을 위한 기초가 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정부의 선 취업 후 진학 정책은 절망 속의 중등직업교육에 새로운 활로를 찾아 줬다. 오랫동안 포기돼 왔던 직업교육이 청소년들에게 꿈과 미래를 열어주는 희망의 사다리가 된 것이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정책을 추진할 때 직업교육이 살아나고 사회적 약자의 고용안정이 보장되며 학력사회가 능력중심사회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정부는 고등직업교육 살리기에 관심과 열정을 쏟아야 한다. 전문대학 정책의 성공적 실현 여부는 국정 책임자와 동반자의 관심과 의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담당자의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교육부는 일반대학 위주의 고등교육 정책 발상과 사고에서 벗어나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전문대학 정책은 교육부 중심의 전문대학 지원을 넘어서 고용노동정책, 경제산업정책 등을 다루는 관련 부처와의 긴밀한 협력과 지원으로 추진돼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과 지원을 통해서만 직업교육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대학 지원 정책은 이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 목표를 가장 통합적이고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될 것이다. 전문대학에 재학하는 잊힌 절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직업능력개발을 통한 경제 산업의 활성화, 취약계층의 교육적 배려를 통한 사회통합과 공동체 구현, 입시 위주의 고질화된 교육병폐를 해결하는 묘책이 될 것이다.

이정표 한양여대·산학협력처장
이화여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교육개발원·한국직업능력개발원을 거쳐 2006년부터 한양여대 아동복지과 교수로 있다. 현재 대학구조개혁위원과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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