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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대학은 죽었다” … “무분별한 정치참여부터 개선하자”
58% “대학은 죽었다” … “무분별한 정치참여부터 개선하자”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04.15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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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교수로 살아간다는 것' 설문조사 결과 분석2

 

‘지식인의 죽음’ ‘대학은 죽었다’라고 비판하는 시선에 대해 정작 교수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교수 57.8%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22.2%는 ‘보통’이라고 했고, 20.0%는 대학은 죽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대학은 죽었다’라는 인식은 60대 교수들(60.0%)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학문분야 중에선 예체능 계열 교수 70.6%가 ‘대학은 죽었다’고 했다. 자연계열 교수(43.3%)들이 비교적 ‘대학은 죽었다’고 인정하는 비율이 낮았다.

 

최근 서울지역 모 대학의 A교수가 자신의 수업계획서에 수업과제로 책을 읽은 후 리포트를 제출할 때 자신의 저서를 구매한 영수증을 첨부하라고 한 것을 놓고 잠깐 논란이 있었다. A교수는 학생들이 비싼 커피를 마시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데, 최소한의 수업 준비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A교수의 해명에 대해 교수들은 얼마나 동의하고 있을까. 교수들은 51.8%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고, 31.7%는 동의한다고 했다. 16.5%는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새 정부의 고위직 인사에서도 교수사회와 관련한 이슈들이 끊이지 않았다. 폴리페서 논쟁, 표절 시비, 학위 남발과 같은 일말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교수사회 관련사건 가운데, 교수들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주요 이슈와 관련해서는 인식의 차이가 커지 않았지만, ‘무분별한 정치참여’(24.3%)를 먼저 꼽았다. 논문 표절 등 연구윤리(23.5%), 학위 논문 부실 지도 및 심사(23.3%)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연구비 유용 등 연구 부정행위(15.0%)와 성추행 사건(9.0%)이 그 뒤를 이었다.

50대 교수들이 무분별한 정치참여를 꼽은 비율이 28.6%로 가장 많았고, 60대 교수들은 논문 표절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생각이다. 30대와 40대도 무분별한 정치참여에 앞서 표절과 학위논문 부실지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체능 교수들은 학위논문 부실지도 문제를, 의약학 교수들은 논문 표절과 연구비 유용 등 연구부정행위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설문결과는 교수들이 ‘정치 불신’이 팽배해 있음을 엿볼 수 있는데, 정치권의 참여 요청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42.7%가 “참여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한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교수신문>이 창간 9주년 기념으로 실시했던 ‘한국 지식인 사회의 자기 성찰’ 설문에서는 ‘어느 정도 참여한다’는 응답이 36.7%로 가장 많고, ‘참여하지 않는다’라는 응답(33.5%)이 두 번째를 차지했었다. 올해 설문에선 ‘어느 정도 참여한다’는 응답은 27.2%로 두 번째였다.

교수사회의 동료의식과 소통 실태를 엿볼 수 있는 설문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동료 교수의 표절 행위를 보고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물었다. 62.6%는 ‘비판은 하지만 조용하게 처리한다’고 밝혔다. 대처 방법 가운데 ‘모른 척 한다’는 응답이 지난 2001년 설문조사때는 4.0%였는데, 이번 설문에선 무려 23.7%로 확 늘었다. 모른 척 한다는 응답은 국립대(20.6%)보다 사립대(25.5%) 교수의 응답이 더 많았다. 서로 논문쓰기에 바빠서일까. 교수사회의 학문공동체라는 정체성, 동료의식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실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 지난 2001년 설문조사에선 79.9%가 ‘비판은 하지만 조용하게 처리한다’고 했고, 12.5%는 ‘즉각 비판해 책임을 묻는다’고 했다. 올해 설문에서는 5.7%가 즉각 비판해 책임을 묻는다고 응답했다.

 

 

교수사회의 표절ㆍ자기표절(중복게재) 실태에 대해서는 5.3%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고, 35.3%는 대체로 심각한 수준, 40.8%는 그저 그렇다, 18.0%는 대체로 심각하지 않은 수준, 0.5%는 전혀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관식 질문으로 교수 위상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교수 스스로 혁신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도 물었다. 교수들의 다양한 의견을 키워드로 정리해 보니 ‘연구’(47번 언급), 교육(38번), 책임(31번), 도덕성(26번), 전문성(25번), 학생(19번), 지식인(18번), 자율성(13번), 공동체(10번)라는 말이 가장 많이 언급이 됐다. 교육하고 연구하는 대학교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응답이었고, 학문 자율성과 연구 전문성을 키워가야 한다는 기본 자세를 떠올렸다. 교수들은 전문성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혁신과제로는 도덕성과 인성 함양을 제안한 교수가 많았다. “전문가로서의 지적 능력과 인품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실천과 봉사도 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문에 응한 한 교수는 “실천과 책임이 뒤따르는 행동이 필요하다. 교양과 예의범절이 전혀 없고 이기심만 있는 ‘단순 지식인’의 교수화에 대해 심각성을 느낀다”고 했고, 명품강의를 할 수 있도록 교수법 개발과 연구가 필요하며, 취업률 향상ㆍ장학금 유치ㆍ프로젝트 유치 등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이 평가의 주요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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