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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수상] '21세기의 얼굴'
[독서수상] '21세기의 얼굴'
  • 안석교 / 서평위원·한양대
  • 승인 2002.03.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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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22 15:21:21

새세기에 들어 21세기의 세계상에 대한 질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가 ‘Das Gesicht des 21. Jahsunderts’라는 홉스봄의 저서를 접하면서 호기심을 갖고 있었던 것도 미래에 대한 자연발생적 궁금증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출발에서부터 실망의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미래의 상당부분을 예견하는 것은…불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몇 가지의 개연적 가능성만을 다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서장에 나타난 홉스봄의 고백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몇 가지 점에서 재음미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역사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예견하기는 어려우며, 특히 세계화·정보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래에 대한 장기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불확실성의 증폭에 따른 예측가능성의 한계를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오늘 우리의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는 무모한 미래진단에 대한 경종의 의미로 생각됐다. 둘째는 홉스봄이 그의 방대한 저서 ‘극단의 시대’에서 예견했던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사회주의 체제의 부활가능성 역시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화 시대 국가의 역할에 관한 논의에서 그의 진단은 양면성을 띠고 있다. 우선 그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국제정치에서 민족국가는 주요 행위자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초국가 조직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개별국가의 이해관계가 다양하기 때문에 진정한 ‘세계정치’를 실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가의 권위’는 약화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68년 이후 유럽에서 확산된 ‘시민해방’운동과 개인주의적 소비의 극대화, 대처와 레이건의 등장에 따른 자유주의 확산이 국가의 지배적 기능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오늘날 유럽의 좌파정치인에게 있어서도 기본적으로는 과거의 좌익적 성향은 약화돼 있다. 홉스봄이 볼 때 토니 블레어는 ‘바지만 갈아 입은 대처’에 불과하다. 20세기 유럽 사민주의의 승리 역시 그는 ‘社會의 私有化’를 촉진하고 좌파의 위상을 약화시킨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외에도 홉스봄은 정치-언론-민중 3각구도의 변화가 가져온 민중의 소외, 특히 젊은 세대의 탈정치화에 깊은 우려를 나타난다. 다렌도르프 역시 세계화·정보화 시대 특히 젊은 세대의 실업률과 불완전 고용 증가가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킬 것이라 경고한 바 있어 흥미롭다.


홉스봄의 저서는 ‘인터뷰’형식이 갖고 있는 한계, 즉 사안별 심층분석이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나, 일반인들의 이해가 쉬운 장점이 있다.

안석교 / 서평위원·한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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