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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재 불법 복제 해결책 없나?
대학교재 불법 복제 해결책 없나?
  • 이윤배 조선대·컴퓨터공학부
  • 승인 2013.04.08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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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마다 북새통되는 복사집 … 알뜰 중고교재 장터 활성화 어떨까?

 

이윤배 조선대·컴퓨터공학과

새 학기가 시작되면 연례행사처럼 대학가의 복사업소나 대학 구내 복사집 모두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몇 푼의 돈을 아끼기 위해 학생들이 강의 교재를 사지 않고 불법으로 복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작권법 제30조에 따르면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복사 및 제본 관련 업체에서 저작물을 복제하는 것은 불법으로 돼 있다.

대학가 불법 복제 서적 단속을 실시한 2007년의 경우 대학가 인쇄소 186곳을 적발했지만 2008년 256곳, 2009년 256곳, 2010년 218곳, 그리고 2011년 252곳으로 다시 증가로 돌아섰다. 그런데 불법으로 복제한 저작물은 저작권법 제133조에 따라 수거·폐기할 수 있다. 저작권을 가진 대상이 불법 복사를 한 업체를 고소할 경우 저작권법 제136조(권리의 침해죄)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출판 및 인쇄 진흥법’에 의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가할 수도 있다.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교재를 복제하는 까닭은 값 비싼 원본 교재 가격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복사업소들 역시 불법 복제를 하지 않으면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불법 복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영향으로 대학가에서 강의 교재 불법 복제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대학들은 저작물을 교재로 이용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1인당 4천190원의 저작권료를 징수할 움직임도 있어 등록금 인상 우려마저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교재 등 저작물의 불법 복제와 복사는 우리나라 출판업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FTA에 따른 무역 마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보다 교재 값이 훨씬 비싼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학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어 불법 무단 복제가 거의 필요 없다. 우선 학생들은 해당 학기가 시작되기 3~4개월 전부터 수강 신청을 하고 과목 담당 교수들은 교재 목록을 수강 학생 수와 함께 학교 지정 서점에 알려준다. 그러면 서점은 새 교재와 헌 교재를 함께 준비한다. 학생은 형편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필수교재나 권장 도서는 모두 도서관에 비치돼 있어 책을 안 사거나 못 사는 학생들은 도서관의 리저브(reserve)를 이용하면 된다. 최근에는 인터넷 기술과 서비스를 접목시킨 ‘블랙보드’라는 웹을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캔이나 복사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학생들은 자신만의 패스워드가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학생들의 강의 교재 구입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선후배 간 헌책 물려받기 운동도 전개하고, 알뜰 중고 교재 장터를 활성화해야 한다.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강의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책 한 권을 만들어 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저작권자들이 노력에 대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아야 더 좋은, 더 훌륭한 교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학생들은 물론 복사업체들의 자정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윤배 조선대·컴퓨터공학부
숭실대에서 박사를 했다. 조선대 정보과학대학장과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인터넷분과 자문위원,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150여편의 논문과 30여종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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