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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뜻으로 시작했는데…대학, 징계 압박”
“좋은 뜻으로 시작했는데…대학, 징계 압박”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04.0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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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에 다시 설립한 수원대 교수협의회

“저는 평일에도 저녁 9시~10시에 퇴근하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주말에도 나오지만, 교수협의회 설립 이후에는 교직원 여러분을 성가시지 않게 하려고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가고 주말에도 나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좋은 뜻에서 시작한 일이 본의 아니게 그동안 교직원 여러분을 번거롭고 귀찮게 하게 돼 대단히 미안합니다.”(4월 3일 학교 교직원께 드리는 글)

지난달 19일, 수원대 교수협의회가 26년 만에 재창립한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원대 교수 300여 명 중 30여명이 교수협의회에 가입했다. 배재흠(63세ㆍ화학공학과)ㆍ이상훈(63세ㆍ환경에너지공학과)ㆍ이원영(56세ㆍ도시부동산개발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발기를 했고, 공동대표가 됐다.

교협 재창립을 선언한 이후 ‘믿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다’. 보직교수는 물론이고 단과대학 학장까지 찾아와 교협 활동을 그만두라고 했다. 한 보직교수는 ‘교협 활동을 그만두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 있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배 교수는 지난 3일, 교수협의회 카페 게시판에 ‘학교 교직원께 드리는 글’을 올렸다. “교협 공동대표 3명 중 한 사람인 제가 가장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학교에서 세 사람의 공동대표를 밀착 감시하도록 지시받은 학교 교직원들입니다. 경위야 어떻든 간에 퇴근도 제대 못하고….” 이렇게 오전에 글을 올렸는데 오후에 직원 30여명이 배 교수의 연구실로 몰려왔다. 학교도 변화하려고 하는데 왜 분열과 반목을 일으키느냐며 항의했다. 게시판에 올린 글도 내리라고 했다. 한 간부 직원은 ‘교협 활동이 학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임을 요청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다음에는 더 많은 직원들이 몰려 올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한다.

“어려움은 각오하고 나섰어요. 정년퇴임도 3년밖에 안남았어요. 수원대의 변화를 위해 시작한 일인데…학교에 있는 게 두렵기도 하네요. 우리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1987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수원대에도 교수협의회가 생겼다. 그런데 몇 달 못가 교수협의회는 유명무실해졌다. 교수협의회 설립을 이끈 교수들이 줄줄이 해임이 되거나 재임용 탈락이 됐다. 이후 26년 동안 교수들은 잠잠이 지내야 했다.

26년이 지난 지금, 수원대 교수들은 다시 교수협의회 결성에 나섰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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