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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말하면서도 대학운영은 舊態”
“위기 말하면서도 대학운영은 舊態”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04.01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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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대학 총장ㆍ이사장 ‘사퇴 촉구’ 왜?

대학운영 패러다임 바뀌는데…폐쇄적 의사결정에 일침
공유ㆍ개방ㆍ투명성 강화해 ‘신뢰’ 쌓아야 경쟁력 생겨

최근 대학 구성원들이 총장과 이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학사회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학교법인은 재정기여도가 낮고, 대학 경영진은 구태의연한 운영으로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도 총장직선제 폐지ㆍ대학평가 등 대학 현안과 관련한 개선 방안도 나오지 않아 대학현장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인하대 교수회는 지난달 27일 교내 대강당에서 전체 교수 708명 가운데 538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총회를 열어 박춘배 총장의 ‘자진 사퇴 촉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교수회는 물론 학생회, 총동창회, 인천 시민사회로 구성된 ‘송도캠퍼스 이전 비상대책위’가 상정한 것이었다. 내년에 개교 60주년을 맞는 인하대가 인천 송도에 제2캠퍼스를 건립할 예정이었는데, 학교 측의 투자가 지연되면서 건립 예정부지는 외국투자기업에 넘기고, 대신 매립 예정지에 추진하겠다고 총장이 결정하자 구성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교수들이 총의를 모아 총장 사퇴를 촉구한 것은 개교 이래 처음이다.

정재훈 인하대 교수회장(경영학부)은 “최근 들어 인하대의 평가 순위가 떨어지고 있어서 내부 구성원들의 위기의식이 높다”며 “총장은 재단 눈치만 보고 있고, 주요 사항을 구성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해 문제를 키웠다”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은 대학발전에 대한 재단의 투자가 미뤄져 일어난 일로, 재단도 투자 의지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건국대 구성원들은 김경희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건국대 교수협의회와 직원노동조합ㆍ동문교수회ㆍ설립자 자녀 모임으로 구성된 ‘건국학원 정상화를 위한 범건국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8일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에 학교법인 운영 및 재산에 대한 특별감사와 법인의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재정적자를 초래한 김 이사장의 이사취임승인 취소를 신청했다”라고 밝혔다.

장영백 건국대 교수협의회 의장(중어중문학과)은 “지난해 김진규 총장의 사퇴 이후에도 이사장의 학교운영에는 변한 것이 없었고, 교수는 물론 직원, 학생, 동문, 설립자 유가족까지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교수의회는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김병철 총장의 공약 이행상황 등에 대한 중간평가 결과, 과반수 이상의 교수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밝혔다. 고려대 교수 1천506명 중 591명이 참여한 중간평가에서 교수들은 ‘현 총장이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있고 성과를 냈느냐’는 질문에 74.65%가 ‘(아주)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풍부한 재정 확보’와 ‘여러 학내집단과 소통ㆍ화합’에 대해서도 각각 88.89%, 81.94%가 낮은 점수를 줬다.

경북대 교수회는 ‘총장직선제 폐지’와 관련해 교수들의 의사와는 반대로 총장이 학칙 개정과 규정 공포를 한데 대해 지난달 27일~28일 ‘총장 불신임 투표’에 나섰다가 뒤로 한발 물러난 상태다.

김민기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숭실대)은 이 같은 사태의 배경으로 ‘구체제’와 갈등을 빚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대학사회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지만 대학의 생존ㆍ발전전략은 불투명해 구성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 커진 것”이라며 “대학경영진의 구태의연한 운영 방식으로는 구성원들의 요구에 맞춰 나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길용수 한국대학경영연구소 소장(한국사학진흥재단 감사팀장)은 “대학운영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는 시점”이라며 “대학운영도 투명성과 개방성을 전제로 구성원 참여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대학 경쟁력을 갖추는 기본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길 소장은 “제도는 갖춰지고 있어도 최고 의사결정자가 내부 운영은 예전 방식으로 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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