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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일 교수에 대한 학계의 평가
조동일 교수에 대한 학계의 평가
  • 권진욱 기자
  • 승인 2002.09.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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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주의’·‘야심찬 시도’ 평가 팽팽

조동일 교수는 우리 학계의 대표적인 ‘多作家’이다.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다양한 시대와 장르, 그리고 우리 학문의 현실에 대해서 50여권의 저서와 30여권의 기타단행본을 펴낼 만큼 정력적인 활동을 해왔으며 ‘한국문학통사’는 1982년에 발행된 뒤, 판을 거듭하며 4만여질이나 팔렸다. 그만큼 우리 학계에서 그가 갖는 비중과 영향력은 크다.

최봉영 항공대 교수(한국학)는 조동일 교수의 작업에 대해 “처음부터 ‘우리’와 ‘세계’를 주체적으로 설명하는 일에 매진해 인문학 전체를 아우르는 방대한 이론체계를 구축해 왔다”라고 높이 평가한다. 조동일 교수의 세계문학사 정리 작업에 대해 강성호 순천대 교수(사학)는 “우리 입장에서 세계문학 전체를 재구성해보려는 야심찬 시도”라고 평가하고, 이수훈 경남대 교수(사회학) 역시 “학문의 탈식민화와 토착화에 대한 기여한 이론”으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유연구실의 고미숙 연구원(국문학)은 ‘문학사’라는 견결한 틀에 회의를 표한다. 고씨는 “문학사 자체가 근대적인 코드”라고 비판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근대민족국가가 실체화한 문학사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단위의 국가주의 코드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문학이야말로 경계를 강화시켜주고 장르는 문학사를 정교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장르가 프리즘이나 창이 돼서 맹목적으로 따르게되는 우려가 있다. 고씨는 ‘열하일기’를 예로 들며 “역사, 종교, 민속학 등 보는 사람에 따라서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한다. 그는 텍스트가 “문학이나 장르로 국한돼지 않는다”라고 단언한다.

조동일 교수의 세계문학사 다시 쓰기 작업은 내용뿐만이 아니라 학문하기의 이정표를 세우는 탓에 우리 학문의 방법론과 곧바로 연결된다. 홍성민 동아대(정치학)는 조동일 교수의 지식관에 대해서 비판한다. 조 교수는 학문은 진실을 탐구하는 행위이며, 현대 인문과학의 위기를 수입학, 시비학, 자립학, 창조학의 네 가지 단계로 설정, 우리 학문의 독자성은 창조학의 바탕 위에 거대이론을 창조하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있다. 홍 교수는 이진우 계명대 교수(철학)와 함께 조동일 교수에 대해서 “실체론적 진리관에 입각한 이론중심주의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홍 교수는 사회적인 구조와 맥락을 간과하고 마치 학문이 고정불변의 것인 것처럼 간주하는 설정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재해 안동대 교수(민속학)는 “우리나라 사람이 무엇을 하는 데 대해서 학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조동일 교수의 작업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다. 임 교수는 우리 지식사회를 ‘꽃장사’에 비유한다. “3∼4년마다 외국에 갖다 와서 신선한 이론을 수입해야 영업이 되는 것 아니냐”며 조동일 교수의 자생적인 노력에 대해 진지한 학계의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조동일 교수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논쟁에 인색함이 없다. 조 교수는 홈페이지를 통한 비전공자들의 시시콜콜한 질문에 직접 답변하고 출간기념모임에서 책을 읽어온 제자들과 문답을 하곤 한다. 그는 학계에 서론만을 이야기하고 본론은 생략한 이론들이 너무 많다며 이를 “장외의 샅바싸움”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조 교수는 학문 내용에 대해서 직접 토론하는 풍토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고 결국 이는 ‘싸움꾼 조동일’이라는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최봉영 교수는 오히려 “다른 이들은 논쟁의 풍토가 다져지지 않아 학문의 발전이 늦다고 주장하지만, 애써 십자가를 지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 교수는 ‘싸움꾼 조동일’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을 무릅쓰고 논쟁을 논쟁답게 만들어 왔다.”라며 그의 학자적인 진정성을 높이 평가한다.

권진욱 기자 ato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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