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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강사들이 말하는 강사급여 실태
초점 : 강사들이 말하는 강사급여 실태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8.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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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31 14:57:17
학자는 돈과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일까. 지난해 국립대 강사료가 오른 이후 몇몇 사립대학들도 강사료를 대폭 인상했지만 아직도 대다수 사립대학들의 강사료는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적다. 그러나 강사단체가 있는 대학을 제외하면 강사들이 강사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강사들의 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교수노조(http://kangno.com)와 학술·연구·채용 포털사이트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에서는 올해 자신들이 받고 있는 강사료를 자발적으로 올려 정보를 공유했다. 비현실적인 강사료에 대한 논의가 많아져야 그것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강사료 현황을 공유하면서 확인된 사실은 시간강사들이 자신이 받고 있는 강사료가 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위촉장이나 계약과정도 없이 학과교수의 구두약속만으로 강사선정이 이뤄지다보니 보수가 얼마인지 묻기 어렵다는 것. 또 일부 대학에서는 이를 악용해 강사료를 제때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레인넷 아이디 ‘나이팅 게일’은 “처음부터 얼마를 언제 받는지도 모른 채 시작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얘기가 없었다. 학과장에게 문의했더니 ‘뭘 그런걸 따지냐, 몇 푼 안되면서…’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아이디 ‘보름달’은 “3시간을 강의하는데 강사료는 2시간분만 지급됐다. 2년 동안 강의를 하고 소개해준 교수에게 문의를 했더니 학과에서 강사료를 잘못 신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2년 동안 그 많은 강사 가운데 강사료에 대해 문의한 것은 내가 처음이었다”라며, 이의를 제기하기조차 어려운 강사들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강사들은 강사료가 낮은 원인으로 대학들의 담합을 지적했다. 하이브레인넷 이용자들은 “부산지역 전문대학들은 담합을 해서 다들 1만 6천원으로 책정했다”, “대전 및 근교 전문대학들은 모두 시간당 1만7천원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지역 전문대학들의 강사료를 확인한 결과 금액이 모두 일치해 강사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최근 강사노조와 임금협상을 한 영남대 관계자도 “더 이상 올려주고 싶어도 다른 대학의 눈치도 봐야한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은 바 있다.

각 대학마다 수업 시수가 줄어드는 것도 강사들에게는 생계문제로 다가왔다. 아이디 ‘security1’은 “마지막 달의 한 주는 강사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15주를 마치고도 성적 내랴, 성적 입력하랴 17주 내지 18주는 해당대학에 나가야 한다”라며 일하고도 강사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 3시간을 일하고도 2시간 분의 강사료를 받는 실험과목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임성윤 한국비정규직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강사문제의 근본원인은 전임교수와 시간강사의 임금에 지나치게 차이가 많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차이가 줄어든다면 박사실업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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