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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3.03.25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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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80_ 남녀의 차이

남자는 냉장고에 약하고 여자는 길눈이 어둡다고 한다. 먼 옛날부터 오랜 세월 남자는 밥만 먹으면 멀리가 사냥을 하고는 집을 되찾아와야 했고, 여자는 집 가까운 곳에서 풀뿌리를 캐고, 나무열매를 모으는 일을 했기에 그렇다. 사실 집사람이 몇날 며칠 나들이하면서 곰을 끓이고 냉장고에 여기저기 먹을 것은 수북이 쌓아놓고 가지만 그것 찾아 먹는 게 그리 쉽지 않으며, 우리 집 냉동고에도 여러 해 전에 넣어 놓은, 몇 년은 먹어도 될 것들이 한 가득 들었으니 집사람이 ‘수집해 모아 둔’것이다. 남녀가 얼마나 다른가 하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일례다.

남녀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염색체에 있다. 여자는 常染色體44개에 성염색체 XX를, 남자는 44에 성염색체 XY를 갖는 점이 여러 가지로 남녀를 천양지차를 만든다. 상염 색 체 44개 중 에 서 22개 는 모계(maternal), 다른 22개는 부계(paternal)성임을 다 잘 알며, 여성 性染色體XX는 각각 양부모에서 하나씩 받은 것이고, XY의 X는 어머니 Y는 아버지에서 받는다. 다시 말하면 난자와 정자는 모두 23개씩의 염색체를 가져서 그 둘이 합쳐 수정란이 되고, 그것이 난할, 분열해 아들딸이 되는데, 여기서 난자는 모두 22+X이지만 정자는 22+X와 22+Y 두 가지가 있어서 난자가 앞의 정자가 수정하면 44+XX로 딸이 되고 뒤 정자와 만나면 44+XY로 아들이 된다. 암튼 이런 결과로 남녀의 성적인 역할, 호르몬계, 생식소, 생식기, 근육량 등에 다름이 생겨난다. 사실 남자로 태어난 것은 불행한 일이다. 여자는 임파구나 백혈구가 많고, 항체형성속도도 빨라 병에 잘 걸리지 않으며, 걸려도 빨리 낫고, 오직 여성은 뼈엉성증(골다공증, osteoporosis)에 걸릴 확률이 높을 뿐이다. 그런가하면 남자는 암에 걸리는 확률도 높고 AIDS에도 더 잘 걸리며, X염색체는 Y염색체에 비해 길이만 따져도 3배가 넘으니 훨씬 많은 유전자를 담는다. 세계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장수하는 것도 이들 성염색체와 연관이 있어서, 여성은 XX로 한 쪽의 것이 잘못이 있어도 다른 상동염색체가 보완하지만 남자는 XY라서 X에 문제가 생기면 단방에 병을 일으키고, 그래서 X염색체와 관련 있는 색맹이나 혈우병도 남자가 많다. 남자는 사회생활 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전쟁이나 사고 따위 말고도 술, 담배 때문에 단명하지만, 선진국에서는 남녀수명의 차이가 점점 줄고 있다한다. 하지만 술 많이 마시는 러시아는 되레 역행한다지만.

그리고 발생근원은 같았으나 나중에 모양이나 기능에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을 相同(homology)이라하는데, 남자의 陰囊과 여자의 陰脣, 남자의 睾丸과 여자의 卵巢, 남자의 陰莖과 여자의 陰核은 상동기관이다. 그리고 태아발생과정에 난소는 복강 안에 그대로 있지만 정소는 몸 밖으로 서서히 내려오는데, 그렇지 못하고 정소가 난소가 있는 자리에 머무는 수가 더러 있으니 이를 잠복고환(undescended testis)이라 한다. 몸 밖의 정상고환은 늘 체온보다 3~5℃가 낮고, 그래야 정자가 정상으로 형성되는 것인데, 몸속의 잠복고환은 어린이 일 때 일찍 수술해 어서 끌어내리지 않으면 정자형성을 못해 불임이 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여자는 남자가 갖지 못 한 子宮을 가지며 남자는 여자에는 없는 前立腺(prostate)이 있다. 남녀의 유전인자가 2~3만개 중 0.1%가 다르다고 하지만 사실은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말이 백 번 맞는 말이요, 크게 보아 정신적·심리적·생리적·행동적인 차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해 8주 후가 되면서 서로 비슷했던 남아, 여아가 점점 겉으로 봐도 달라지니 이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부리는 요술인 二次性徵이다.

남자의 뇌(1,325g)는 여자(1,144g)보다 약 100g 더 크고, 분석적이며, 언어적인 활동을 할 때 주로 왼쪽 뇌를 사용하나 여자는 양쪽 뇌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으로 대체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남자가 평균 15%쯤 더 무겁고, 키는 약 15cm 크며, 힘을 많이 써야하기에 허리가 굵은데 비해 여자는 출산에 도움을 주기위해 심장형인 엉덩이(골반)가 더 크고 둥글지만 남자는 골반이 작아서 걷기를 잘 한다. 남자가 고밀도의 강한 뼈와 腱(힘줄), 靭帶를 가지며, 툭 튀어나온 甲狀軟骨(thyroid cartilage)인 아담애플(Adam's Apple)을 가지는 탓에 큰 聲帶를 가져 소리가 굵고, 또 송곳니가 길다. 물론 남녀 모두 갈비뼈가 12쌍이고, 남자가 일반적으로 기관, 기관지가 굵고, 같은 체중인 여자보다 폐활량이 56% 더 나간다. 남자가 심장이 클뿐더러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기에 적혈구가 10% 더 많으며(♂ 520만개/mm3, ♀ 460만개/mm3) 따라서 헤모글로빈도 많다. 남자 살갗은 여자보다 두꺼우며 기름기로 번질번질하다. 여자는 살이 남자보다 더 따뜻하고, 체지방이 많고, 혈압이 낮으며, 냄새에 예민하고, 어휘력이 풍부하며, 통각점이 많아 아픔에 견디는 힘이 약하다.

일일이 다 쓰지 못 했지만 육체, 심리적으로도 남녀가 너무 다르지 않는가. 남이 나와 같기를 바라지 말라! 부부사이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자유로우나 외롭다(Freiaber Einsam)! 젊은이들은 새겨들을 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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