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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_ 부정부패 근절과 ‘휘슬 블로잉’(whistle blowing)
세평_ 부정부패 근절과 ‘휘슬 블로잉’(whistle blowing)
  • 박종선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장
  • 승인 2013.03.18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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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장
부정부패에 대해 우리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거론한 대형사건만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면서 경제사회에 충격과 좌절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나라 안팎에서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라거나 ‘룸살롱 비즈니스 국가’라는 일부 언론의 지적, 그리고 비교적 깨끗하기로 이름난 국내 일류 기업그룹 내에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질타성 발언을 접할 때 우리 사회 부패의 현주소를 보게 된다.

지난 해 우리나라 무역 규모는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8위로 한 단계 높아졌다. 수출입이나 산업 생산 같은 실물경제는 세계 10위권인 선진국 수준이다. 어려운 내외 여건을 극복하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로 본 청렴도는 중후진국 수준인 45위다. OECD 34개 국가 중에서도 27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실물경제의 성장과 반비례해 지체 내지 퇴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내 기업인의 40%, 공무원의 36%가 부패하다는 인식조사 결과를 내놨다. 해결책으로 적발과 처벌 강화, 사회지도층 및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시활동 강화, 부패유발적 사회문화 척결, 법과 제도의 개선을 들고 있다. 한마디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나아진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IMF 외환위기 이래 꽤 오랜 기간 동안 청렴행정과 윤리경영 구현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의 부패방지 노력에 대해 일반국민들은 절반 이상이 부정적으로, 그리고 우리 사회 부패 수준에 대한 향후 전망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크게 증가했다는 게 권익위의 조사결과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거나 예방하는 것은 먼저 누구의 일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民官할 것 없이 나 자신, 우리 모두, 우리 조직의 일이라는 점이다. 스스로의 자정 행위와 더불어 각자가 조직의 눈과 귀가 돼 부정부패를 적발하거나 사전에 경고함으로써 예방하는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 내에서 직접 호루라기를 부는, 내부 고발성의 이른바 ‘휘슬 블로잉’(whistle blowing)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조직구성원 모두는 부정부패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최선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통상 조직의 부정부패는 은밀함과 폐쇄성, 그리고 방법의 진화로 조직 외부에서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장이 국경을 넘고 조직 규모 확대에 따라 업무도 전문화, 복잡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집단적 심리가 발동해 무책임한 행동이 방치되기도 한다. 관련자들끼리 손발을 맞추면 감독 기능도 한계에 그친다. 이러한 부정과 비리가 해결되지 못하고 누적되거나, 외부고발이나 언론에 노출되고 사정기관이 수사에 착수했을 때는 돌이킬 수 없다. 조직의 신뢰 상실은 차치하더라도 존립 기반에도 치명적이다. 그동안 청렴과 윤리경영을 외쳐온 경영진과 정직한 조직원들에게 미치는 폐해는 헤아리기 어렵다.

‘휘슬 블로잉’은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경고와 예방, 적발, 발생에 따른 위기관리 비용을 사전에 절약하는 효과를 갖는다. 국내에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도가 운영 중이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조직의 부정비리를 고발했다가 오히려 동료들로부터 따돌림 당하거나 심지어 해고되고, 경제적 파탄을 경험하기도 한다.

‘휘슬 블로잉’은 조직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는 용기 있는 행위다.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행동방안으로 ISO나 국제기구에서도 익명성 신고제도, 보복의 두려움이 없는 비윤리적 행동의 보고 메커니즘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조직에서 발생한 문제는 먼저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일이다.

그러나 내부에서 ‘휘슬 블로잉’제도를 운용하는 것과 신고자 신뢰를 얻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구성원들이 자체 시스템에 의심과 걱정을 갖고 있다면 선진국 기관에서 널리 활용하는 외부 전문기관의 아웃소싱을 고려할 수 있다.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은 신고자들을 두려움과 걱정에서 해방시켜 활발한 신고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경영층이 개입된 부정부패까지도 제보가 묵살되지 않고 조직 통제기구인 이사회나 감사위원회에 직접 보고된다는 확신을 높여준다.

박종선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본부장과 지원본부장을 거쳐 상무를 역임했고, 현재 가톨릭대 산학협력중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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