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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쓰나미 … 화단 꽃값조차 줄여야 했다”
“반값등록금 쓰나미 … 화단 꽃값조차 줄여야 했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3.11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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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대학이 보는 구조조정 정책_ 강우정 한국성서대 총장

한국성서대 화단에서 꽃이 사라졌다. 팬지, 제비꽃, 등심붓꽃, 들꽃…. 해마다 3월이면 한국성서대 직원들은 서울 양재동 화훼단지에서 봄꽃을 사다 심었다. 신입생들이 낯선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캠퍼스부터 화사하게 꾸몄다. 행여 꽃샘추위에 상할세라 밤에는 비닐로 덮었다가 아침이면 걷어내길 수년째. 올해는 여기에 드는 비용 450만원조차 줄이지 않을 수 없었다. 2011년부터 대학에 몰아닥친 ‘반값 등록금 쓰나미’ 탓이다.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등록금을 또 내려야 한다. 최소한 올릴 수는 없다. 총장으로서 마음 아프지만 그런 것조차 줄이지 않을 수 없다.” 강우정 총장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어민 강사를 데려다 0교시 수업을 만들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한 시간씩 무료로 영어를 가르친다. 그것도 눈치 본다. 9월에 강사들 계약이 끝나는데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강 총장은 설립자인 부친의 뜻을 이어 2000년부터 한국성서대를 이끌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감사도 11년째 맡고 있다. 그 사이 대통령이 세 번 바뀌었다. “대학을 가장 핍박하고 어렵게 한 게 이명박 정부다. 특히 반값등록금은 대학의 자율권에 정말 폭탄적인 것이었다. 학교 재정이 피폐해지기 시작하면 결국 교육의 질로 이어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강 총장의 말마따나 ‘작은’ 대학 총장 눈에 비친 고등교육 정책의 속살이 궁금했다.

△ 지난 세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을 평가한다면.
“가장 핍박했다고 할까, 어렵게 한 게 이명박 정부다. 특히 반값등록금은 대학의 자율권에 정말 폭탄적인 것이었다. 반값등록금 자체는 너무나 고마운 제도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좋은 혜택을 준 적이 없다. 그런데 학교 사정을 무시하고 학교가 적정한 등록금을 정할 수 없도록 한 거기에 문제가 있다. 대학은 대학대로 예산이 있고, 교육을 위해 써야 할 데가 있다. 대학이 등록금을 정할 수 없으면 어떡하나. 등록금 상한제가 법으로 돼 있다. 그 안에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올해는 5%만 올려라. 그 다음에는 5% 내려라. 그 다음에는 동결이다. 그걸 여러 가지 지표나 평가에 연동시키고. 그렇게 대학을 옥죄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이끌면 따라가야 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하면 뭔가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문제다.”

△ 실제로 재정지원을 수단으로 간접규제가 늘었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바로 그것이다. 교육역량강화사업 취지는 너무나 감사하다. 처음 나왔을 때 감동했다. 우리 같은 소규모 대학, 보이지도 않는 대학에 명성이나 이름을 보지 않고 지표만으로 지원했다. 그런데 이게 점점 망가지기 시작했다. 등록금 인하율, 법인 전입금, 이런 것을 갖다 붙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좋은 제도를 이렇게 망치는구나 싶었다.”

△ 대학평가방식, 어떻게 바꿔야 된다고 보나.
“교육이면 교육, 연구면 연구. 목적에 맞게 순수하게 세워나가면 누구나 수긍한다. 따라가고 싶다가도 정치적, 정책적 고려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싫증나기 시작한다. 대학의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등록금 인하율 지표를 보겠다. 이러면 누가 납득하겠느냐.”

△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는 어떻게 평가하나.
“제일 크게 드러나는 것은, 반값등록금을 굉장히 강조하더라. 현 정부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 같다. 고등교육 재정 확대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 교육 자체는 어떤 뜻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대학을 어떻게 살리고, 대학을 어떻게 활력이 넘치고 역동성 있는 분위기로 바꿀지. 그건 사실의 대학의 몫이기도 한데, 대학을 신나게 하는 정책이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도 밝혔는데.
“그것도 큰 그림에서 보면 대학 자율에 관한 것이다. 왜 15%를 잘라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절대점수로 자르는 게 옳은지, 상대적으로 자르는 게 옳은지, 왜 하위 15%인지, 16%는 안 되는지. 대학을 계도한다고 할까, 선도한다고 할까, 줄 세우기에 불과하다. 그런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평가지표를 만들고, 논란이 있으니까 바꾸고, 그런 것들의 계속이다. 그렇게 해서 구조조정은 힘들다고 본다. 퇴출된 5개 대학 입학정원을 합해도 몇 천 명 안 된다. 지금 구조조정 하는 식으로 해서 어떻게 15만명을 줄일 수 있겠느냐.

대학도 생물과 같아서 (학령인구 급감 같은) 환경 변화에 적응할 거라 생각한다. 정말 어려운 대학은 스스로 문 닫든지 할 것이다. 옆으로 새는 것만 안 하도록 하면 된다. 부도덕하고 부실한 대학은 형법으로도 할 수 있다. 그걸 구태여 정부가 나서 대학을 겁주면서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희생되는 것은 지방대학이나 중소규모대학일 거라는 생각은 한다. 그래도 기본 입장은 대학의 일은 일단 대학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대학의 자율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사교육을 없애기 위한 것인데 사교육이 제일 먼저 나섰다. 플래카드를 보면 씁쓸하다.”

△ 최우선적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정책이 있나.
“큰 정책은 아니지만 10만원 이하 소액기부자 세액 공제는 꼭 좀 했으면 좋겠다. 소규모 대학은 정말 눈물겹다. 지난해 4년제 사립대가 받은 기부금이 약 4천억원인데 이 중 절반인 2천억원을 10개 대학이 가져갔다. 대학더러 자구노력을 하라고 하지만 속된 말로 동냥 하려는데 깡통은 줘야하는 것 아니냐. 사회에서 볼 때 대학이 미운 면도 있겠지만 온정을 갖고 특혜라면 특혜를 좀 줬으면 좋겠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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