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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박사’ 저평가 바꿔야 ‘대학원 교육’이 산다
‘국내 박사’ 저평가 바꿔야 ‘대학원 교육’이 산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03.11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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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취득대학과 임용대학 간의 구조적 관계’ 분석

지난 2011년 하반기 <교수신문> 신임교수 임용조사 결과, 신임교수의 박사학위 대학을 살펴보면, 서울대 출신이 91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고려대 25명, 카이스트 25명, 연세대 19명, 포스텍 12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학은 수적인 측면에서 국내 대학에 신임교수를 배출하는 지배적인 위치를 갖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신임교수 임용조사에서는 국내 박사가 63.0%를 차지해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의 교수노동시장에서 ‘국내 박사’가 우대를 받고 있다는 인식은 별로 없다. 오히려 국내 대학원 교육의 부실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젠 학문 사대주의 벗어나자”

국내 대학원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는 어느 정도일까. 대학원 교육은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 ‘대학교원의 박사학위 취득 대학과 임용대학 간의 구조적 관계’를 분석한 서울대 교육학과 이은혜 씨의 석사논문은 이런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논문에 따르면, 박사학위 취득대학과 임용대학 간의 서열화된 구조에서 국내 명문대학은 주로 해외 50위권 대학의 박사를 교수로 임용하지만, 상당수 국내 명문대학의 박사는 그 대학보다 명성이 낮은 대학에 임용이 된다. 국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보다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가 좀 더 명성이 높은 대학에 임용이 됐다.

이 씨가 주목하는 것은 대학 서열화 자체가 아니다. 이런 보상에서의 질적 차이가 국내 대학원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이 씨는 “우수한 학생이 국내 대학원보다는 해외 대학에 진학하는 동기가 될 수 있어, 학문후속세대 양성기관으로서의 국내 대학원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 씨는 “국내 대학원이 우수한 교원을 양성하는 기능을 소화해 내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학원의 교육 역량과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대학교수의 박사학위 취득 대학과 임용대학 간의 구조적 관계 속에서 국내 대학원의 지위는 학문 영역별ㆍ시대별로 차이가 있음을 밝혀냈다.

전기전자공학과와 화학과, 역사학과의 대학교수 박사학위 취득대학은 국내 명문대에 집중돼 있고, 국내 박사출신 대학교수가 임용된 대학은 최상위 대학부터 하위권 대학까지 다양하다. 반면에 경제학과 대학교수의 박사학위 취득대학은 미국 50위권 대학에 집중돼 있으며, 국내 박사출신 교수의 절반 이상이 50위권 밖 대학에 임용이 됐다고 분석했다.

 

 

학문분야별 박사학위 취득대학 실태를 살펴보면, 경제학은 세계 50위권 이내의 미국 대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신임교수 배출 순위를 보면, 서울대가 12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미시건대(9명), 일리노이대(7명), 로체스터대(6명), 워싱턴대(6명), 고려대(6명), 캘리포니아대(LA)ㆍ콜럼비아대ㆍ시카고대ㆍ오하이오주립대(각각 5명) 순으로 많았다. 경제학과는 양적으로도 해외 대학 박사가 전체 신임 교수의 76.5%를 차지했고, 상위권 대학의 교수도 해외 대학 특히, 세계 50위권 대학의 박사 출신으로 충원됐다.

전기전자공학과와 화학과, 역사학과의 경우는 국내 상위권 대학, 특히 서울대 출신이 수적인 측면에서 지배적이었다. 전기전자공학과는 서울대(101명)에 이어 카이스트(98명), 연세대(26명), 포스텍(26명), 고려대(20명), 한양대(15명), 경북대(12명), 텍사스대ㆍ조지아공대ㆍ미시건대(각각 12명) 순이었다. 화학과는 서울대(42명), 카이스트(36명), 포스텍(15명)에 이어 시카고대(8명), MITㆍ노스웨스턴대ㆍ텍사스대ㆍ위스콘신대(각각 7명) 순으로 나타났다.

역사학과는 국내 박사가 다수다. 서울대(22명), 고려대(7명), 서강대(5명), 연세대(4명), 도쿄대ㆍ경북대ㆍ하버드대ㆍ파리1대ㆍ성균관대ㆍ부산대ㆍ이화여대ㆍ강원대(각각 3명)에서 박사를 했다.

학문후속세대 지원이 필요한 이유

시대별 차이를 살펴보면, 국내 대학원의 위치가 상승하고 있기는 하다. 1996년에는 의학계열의 본교 출신 임용을 제외하고 국내 박사가 상위권 대학에 임용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게 나타났는데, 2011년에는 국내 박사가 최상위권 대학에서 하위권 대학까지 임용이 되면서 박사학위 취득대학과 임용대학 간의 관계에서 국내 대학원의 지위가 상승했다. 이 씨는 “국내 대학원의 역량강화를 위해 정부의 투자와 학교의 노력이 그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자질과 능력을 강화시켰고 그로 인해 교수배출 대학으로서의 국내 대학원의 지위가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 씨는 1999년부터 시작한 BK21과 같이 대학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실시된 정부 재정지원사업은 국내 최상위권 대학에, 학문영역은 주로 과학기술분야에 집중돼 그렇지 않은 대학과 학문 계열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논문의 시사점은 이렇다.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진 전후와 이공계열에서 국내 대학원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보면, 국내 대학원 역량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며, 경제학과 역사학의 사례에 비춰 해외의 학문적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의 독자적인 학문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국내 대학의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는 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논문의 분석 자료는 <교수신문> 신임교수 명단을 활용해 분석한 것이다. 전반적인 구조적 관계는 2011년 하반기 신임교수 명단을 활용했고, 학문분야별 실태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8년간 자료를 분석했다. 시대별 변화는 1996년 하반기와 2011년 하반기를 비교했다. 세계대학순위는 영국 <더 타임즈> 2011-2012 세계대학랭킹을 참고했고, 국내 대학순위는 2010년 <중앙일보> 대학종합순위를 참고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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