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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속에 기생 … 20℃ 이하에선 맥 못춰
피부 속에 기생 … 20℃ 이하에선 맥 못춰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3.03.05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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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78_ 옴벌레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 수많은 기생충들이 안팎으로 덤벼드니 그것들을 달고 살았다. 살갗에 붙어사는 수많은 세균이나 곰팡이는 불문하고, 모기 같은 체외기생충이나 회충 따위의 체내기생충은 말 할 것 없고, 체외기생 하는 놈 중에 피부 속에 사는 피부기생충이 있으니, 이미 본란에 다룬 모낭진드기(毛囊蟲, follicle mite)가 대표적이다. 다행히 이것들이 피부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놈들은 이마, 뺨, 속·겉눈썹, 코언저리에 사는데, 毛根을 둘러싸고 있는 털구멍인 毛囊(hair follicles)에 사는가하면 기름기를 분비하는 脂肪腺에도 산다. 이들은 털구멍 하나에 어림잡아 10마리 정도가 산다는데, 성충은 0.3~0.4 mm로 거미처럼 생긴 것이 4쌍의 다리가 붙었고, 털구멍을 살금살금 파고들기 편하게 길쭉한 몸에다 주둥이는 바늘처럼 뾰족하며, 죽은 살갗세포나 모낭에 든 호르몬이나 지방을 먹고 산다. 그런데 이것들이 얼굴에 꿈틀꿈틀, 꼼작꼼작 휘젓고 다녀도 놈들의 움직임이 역치(threshold,‘ 문턱’이란뜻으로반응을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일컫다)이하의 자극이라 숫제 가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조금만 더 컸더라면 난리 날 뻔 했네 그려. 온 사방 얼굴이 간질간질 했을 터이니 말이지.

운이 없을 때“재수가 옴 올랐다(붙었다)”하는데 한 번 감염되면 잘 낫지 않고 오래 가기에 생긴 말이다. 가려움의 대명사라해도 될성부른 옴은 이전에 대유행했지만 1990년대 말부터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사라진 병으로 알았는데 놀랍게도 백주대낮에 부쩍 늘어, 근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그것도 직원들이 걸리는 일이 일어났다 한다. 병원에 따르면 병원 내 물리치료사와 담당간호사 2명이 전염성피부질환인 옴에 걸렸으며,“ 한요양병원에서이송된뇌졸중환자를치료하다 생긴 일로 환자가 본 병원으로 올 때 당시 주요 질환정보만 넘겨받았을 뿐 피부병에 관련된 정보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튼 모낭진드기와 사촌 간인 같은 거미류, 옴과의 절지동물인 옴벌레(옴진드기, Sarcoptes scabiei, itch mite)를 보통‘Scabies’라고도 하는데 이는 라틴어의‘scabere’에서 온 말로 ‘마구 긁음’이라는 뜻이며, 잘 낫지 않고 가렵다 해서 ‘seven-year itch’라고 한다. 옴진드기는 둥그스름하고 납작한 것이 눈이 없으며, 역시 8개의 다리를 갖고, 암컷은 몸길이 0.3~0.4mm로 수컷의 두 배 크기이며, 현미경적이라 잘 보면 흰 점처럼 보일 뿐(육안으로 볼 수 있는 눈의 한계는 약 0.1mm임)이다. 그러므로 현미경으로 옴진드기를 확인해 병의 유무를 결정하고, 이 병에 대한 백신은 없다함.

암컷이 살갗 角質層을 입으로 25분에서 1시간 동안 야금야금 S자 모양의 굴을 파고 들어가고, 따라 들어온 수놈과 짝짓기한 후에 생살 속에다 하루에 2~3개의 알(0.1~0.15mm)을 낳으니, 그때가 제일 가렵다고 하니 일종의 알레르기(항원항체) 반응이다. 알은 3~10일 후에 부화하고, 까인 유충은 살갗을 더 파고들어 거기에서 3~4주간을 자라 성충이 된다. 성충은 살갗 위로 올라와 모낭 근처의 각질세포를 먹으며 자란 다음, 역시 교미, 산란하고 3~4주간 피부위에서의 한생을 마감한다.

옴은 세계적으로 분포하면(매년 3억 건 발생함) 어린이이나 노인, 부자나 빈자, 인종에 관계없이 걸리는 전염병이다. 주로 얇되 얇은 손발가락사이나 팔목, 등짝, 궁둥이, 여자의 젖무덤 아래에 달라붙지만 철판처럼 두꺼운 얼굴이나 頭皮에는 파고들지 못한다. 한데 외부생식기에도 붙으니 남이 꺼리는 일을 할 핑계거리가가 생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옴 덕에 陰部긁는다.”는 말이 있다. 구체적으로, 가려운 자리를 긁으면 손톱 밑에 묻어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거나 만져 생기는 피부접촉감염으로 성관계를 할 때도 세면발니(Phthirus pubis)처럼 쉽게 옮는다. 그러므로 환자와 접촉을 피하고, 증상이 있다 싶으면 내의나 침구류들을 삶아 빨거나 다림질한다.

옴은 4~6주간의 잠복기를 거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옴이 주로 밤에 가려운 것은 옴진드기는 주로 야간에 사람 피부의 가장 겉 부분인 각질층에 야금야금 굴을 파고드니 이 때 진드기의 분비물에 알레르기반응을 일으켜 심한 가려움증(allergic itching)이 나타나는 때문이다. 집먼지 진드기(house-dust mites)도 마찬가지며, 조금 다른 아종(亞種, subspecies)진드기들은 개를 위시해 가축을 괴롭힌다.

이 싸가지 없는 녀석들이 내 손바닥에 아득바득, 덕지덕지 달라붙어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그러나 녀석들은 20℃ 이하에선 맥을 못 추고, 사람 몸에서 떨어져 나가면 24~36시간 후엔 죽어버린다. 옴진드기가 죽은 뒤에도 꽤 오래 깨문 자국이 남는다. 굴이 시작된 부분에는 작은 살비듬이 생기며, 옴진드기가 들어있는 곳에는 여드름처럼 부어오르고, 굴 아래에는 작은 물집 또는 고름주머니가 형성되며 고름 딱지, 종기, 염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내 어릴 때만해도 못참을 정도로 가려워 죽기 살기로 빡빡 긁고 나면 진물이 질질 나고 살이 벌겋게 피가 송송 맺히고 세균이 묻어 헐기도 했다. 옛날에는 마냥 긁적거리며‘세월의 약’에 내 맡기고 지냈지만 요새는 기찬 약이 있다 하니 너무 겁낼 것은 못 된다. 알고 보니 반갑게 악수하며 세균, 감기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옴벌레도 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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