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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호 새로나온 책
674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3.03.0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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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 지음, 이상빈 옮김, 동녘, 312쪽, 15,000원
제목 그대로 롤랑 바르트가 사망하기 5년 전인 1975년에 출간된 책으로, 바르트가 자신에 대해 쓴 단상들의 모음이자 자전적 에세이집이다. 글쓰기, 문체, 복수주의, 분쟁 등과 같은 바르트가 애정을 갖고 있던 개념들이 무정형적으로 배열된 이 책에는 그의 어린 시절의 사진을 비롯해 직접 쓰고 그린 메모들도 함께 담겨 있다. 사료 중심, 순차적인 시간 구성을 취하는 기존의 자서전 형식에서 벗어나 200여 개의 단장들이 나열돼 있다. 바르트가 젊은 시절부터 앓았던 폐병과 편두통, 어머니와의 각별한 사랑, 동시대 연구자들과의 관계 등과 같은 사적인 영역뿐 아니라 기호학, 구조주의 등과 같이 그가 치밀하게 탐구했던 학문을 다시 보려고 노력한다. 또한 미슐레, 슈만, 니체, 바타유, 프루스트 등 그가 애정을 갖고 있던 작가들에 대한 생각도 엿볼 수 있다. 기호학 이론을 그 어느 책보다 유희적으로 실천했다고 평가받는 이 책은 바르트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1997년 강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을 복간한 책이다.

■ 베다-인류 최초의 거룩한 가르침, 이명권 지음, 한길사, 464쪽, 18,000원
한국에서 힌두교에 관한 연구는 아직 본격적이지 못했다. 다른 분야에 비해 힌두교와 힌두문화에 대해서는 ‘일천’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출간된 결과물이 많지 않았다. 이 책은 이러한 상황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저자 이명권은 2011년 같은 시리즈의 『우파니샤드』를 펴낸 바 있다. 4 권의 베다 전체를 유기적으로 다루어 우파니샤드로 넘어가기 전까지의 베다시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면서도, 베다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들을 뽑아 원전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베다는 일정한 편집 의도를 갖고 쓰인 책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찬가들이 뒤섞여 있다.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는 찬가들을 가려 뽑아 창조와 진화, 제사, 천상의 신, 대기의 신, 지상의 신, 여신 등으로 알기 쉽게 키워드로 분류하여 정리한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부록으로 달린 「더 읽어야 할 책」(415쪽)이나 「용어해설」(421쪽), 「힌두교 주요 인물」(431쪽) 등은 베다의 연구자들에게 기초자료로 손색이 없다.

■ 부정의 역사철학-역사상실에 맞선 철학의 도전, 박구용 지음, 도서출판 길, 450쪽, 30,000원
저자의 2003년 저서 『우리 안의 타자: 인권과 인정의 철학적 담론』이 저자 자신의 철학적 토대를 밝혔다면, 이번 책에서는 자신의 철학적 주제의 핵심인 ‘우리 안의 타자’를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보다 더 치밀하게 논구하고 있다. 동학농민전쟁과 5·18민중항쟁 등 우리 역사 속에서 철저히 ‘타자화’된 경험을 가졌던 ‘우리’는 과연 오늘날의 역사상실에 맞서 새로운 정신적·철학적·역사적 지평을 열어 나갈 수 있을지, 나갈 수 있다면 그 철학적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저자는 ‘부정의 역사철학’이라는 사유방식을 통해 기존 서구의 역사철학적 전통을 비판적으로 바라봄과 동시에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위계적 체계가 아니라 열린 짜임관계로서의 ‘다층적 역사비판이론’이다.

■ 위대한 바다-지중해 2만년의 문명사, 데이비드 아불라피아 지음, 이순호 옮김, 책과함께, 1144쪽, 48,000원
선원, 상인, 이주민, 해적, 순례자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하는 선사 시대부터 21세기까지의 기간을 담고 있다. 정치와 해군의 발전과 교역의 부침을 접목시켜, 문화 전달의 매개가 되기도 한 상인들이 이국적인 물품을 파는 과정에서 경쟁을 벌이고 그러한 상업적 경쟁 속에 적대적 관계와 협력적 관계가 함께 조성되는 과정을 면밀히 고찰하고 있다. 트로이 전쟁, 해적의 역사, 카르타고와 로마가 벌인 대해전으로부터, 그리스 세계로의 유대인 이산, 이슬람의 흥기, 19세기의 그랜드 투어, 20세기의 대중 관광에 이르기까지, 지중해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총망라된 다채롭고 포괄적인 역사서다. 저자는 지중해사의 대가로 꼽히는 영국 역사가로, 2000년부터 지금까지 케임브리지대 지중해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유신을 말하다, 학술단체협의회 엮음, 배성인 외 지음, 나름북스, 252쪽, 16,000원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암울한 독재 체제였던 유신 시대. 그로부터 40여 년 후, 독재의 아이콘 혹은 근대화의 영웅이라 불리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18대 대통령에 당선됐고, 경제 위기를 겪으며 많은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을 떠올리고 있다. 왜 대중은 박정희를 그리워하는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다는 박정희 신화의 실체는 무엇인가. 2013년 현재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구석구석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박정희와 유신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 시대를 살펴야 한다. 유신과 대결, 극복하기 위해 학자들이 다방면에 걸쳐 수집·정리한 자료를 토대로 유신시대를 분석해 정확한 역사인식을 돕는다.

■ 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근대 유럽을 만든 중세의 모든 순간들, 페르디난트 자입트 지음, 차용구 옮김, 현실문화, 784쪽, 32,000원
구조주의 사학을 표방했던 독일 역사학계의 대표적인 중세사가 카를 보슬 교수의 학문적 계승자답게 자입트 역시 중세의 역사를 ‘구조’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조망한다. 구조주의 역사학은 황제와 왕, 귀족과 성직자, 농민과 시민 계층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응해갔고 보다 나은 삶을 추구했는가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저자는 구조주의의 틀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구조주의 역사학과 미시사적 역사학의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구조라는 정형화된 장기 지속적 역사의 층위 속에 함몰돼 있던 개개 인물들을 발굴해냈다. 파리 대학가의 허름한 선술집에서 전통적 신학 해석과 진보적 스콜라 철학을 논했던 젊은 논객들의 목소리가 생동감 있는 문체로 복원됐고, 중세 필사화 속에 담겨 있던 장인들과 석공들의 작업 과정이 실감 나게 재현되고 있다.

■ 정신분석적 발달이론의 통합, 필리스 타이슨·로버트 타이슨 지음, 박영숙·장대식 옮김, 산지니, 548쪽, 35,000원
저자들은 정신분석학에서 정리되지 않고 흩어져 있는 각각의 특정이론과 관찰자료 등을 일관성 있게 연결하면서 서로 다른 이론적 관점이 어떻게 의미 있게 통합되는지 심도있게 설명한다. 또한 특정 이론에만 맞춘 이론적 연구와 은유적 이해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모호하게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러한 정신분석의 전반적인 이론 통합으로 정신분석학 연구를 조금 더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변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말을 배우기 전 0세에서 2세까지 아이는 얼마만큼 느끼고 있는 걸까,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성을 지각하는 나이는 언제쯤일까, 사춘기아이 마음은 왜 그리 복잡한 걸까 등 살면서 궁금한 것에서부터 마음에도 구조와 기능이 있어 성장해가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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