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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나란히’보다 ‘우로나란히’로
‘앞으로나란히’보다 ‘우로나란히’로
  • 윤형섭 연세대 명예교수·31대 교육부 장관
  • 승인 2013.03.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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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장관들이 말하는 박근혜 정부 교육부의 과제_ 윤형섭 장관(31대)

교육인적자원부가 과학기술부와 통합한지 5년 만에 교육 담당 부처가‘교육부’로 독립해 출범한다. 문교부가 1990년 교육부로 이름을 바꾼 이후 2001년 부총리급 교육인적자원부로 격상된 것을 감안하면 12년 만에 교육부가 부활하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에는 참여정부에서 마지막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지낸 서남수 전 위덕대 총장이 내정됐다. 교육관료 출신이 교육수장에 오르는 것은 최초의 일이다.

<교수신문>은 교육부 장관을 지낸 학계 원로들에게 교육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과 과제가 무엇인지 조언을 구했다. 31대 윤형섭 장관(1990.12.27~1992.1.22)은 교육부로 이름이 바뀐 이후 초대 장관을 지냈다. 서남수 장관 후보자는 당시 감사담당관으로 윤 전 장관을 모셨다. 42대 이돈희 장관(2000.8.31~2001.1.28)은 마지막 교육부 장관이다.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2006.8.9.~2008.2.28)은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교육부를 이끌었다. 서 후보자는 당시 차관으로 김 부총리를 9개월 동안 보좌한 바 있다.

윤형섭 연세대 명예교수/31대 교육부 장관

박근혜 대통령도 그의 취임사에서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일을 교육 발전과 문화 창달에서 구하겠노라고 밝히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국정 주요지표를 어떻게 정책화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있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밝힌 국가 발전의 큰 밑그림에 교육부가 불을 댕겨서 교육 발전에 대한 대통령의 열정이 꺼지지 않고 더욱 지속적으로 뜨거워지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책임이 교육부에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도 서남수 장관 후보자는 이 점에서 적임자임을 나는 믿고 있다. 20여 년 전 그가 교육부 기획관리실 서기관 시절에 이미 보여줬던 그의 뛰어난 능력과 인품에 대한 나의 신뢰가 그 후에도 세월이 갈수록 견고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히 선배장관으로서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첫째로, 교육부는 정치권의 기류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국민의 입맛에만 맞추려 해서도 안 되지만 권력 중심부의 취향에 좌우돼서도 안 된다. 교육은 정치로부터 독립되고 자유로워야 한다. 정권은 유한하나 경제 부흥, 국민행복, 민족의 대통합, 문화융성은 영원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언제나 표를 의식하기 때문에 국민에게 달콤한 사탕만을 먹이려 하나 교육은 그 차원을 뛰어넘어 쓴 약을 먹여야 할 때가 많다. 교육은 정치선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교육이 포퓰리즘의 유혹이나 권력욕에 빠지면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교육시스템을 개선하라는 부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호소하면서 그러한 새 시대의 희망을 교육에 두고 있다. 대한민국은 각종의 통신·교통망의 발달로 하루 생활권에서 반나절 생활권으로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교육시스템은 중앙과 지방이, 그리고 지방과 지방 사이에 서로 마찰음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때로는 시스템 내부의 대립과 갈등이 노출돼 시스템의 기능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초중등교육의 일차적 과업은 국가 발전의 기반으로서의 건전한 국민 형성에 있다. 올바른 교육을 통해서 제대로 국민 형성이 돼 있어야만 국민 상호 간에, 그리고 국가와 나 사이에 일체감이 조성될 것이며 국가의 정통성이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민 화합이며 대통합이다. 지방교육자치제도는 그 막중한 과업을 시·도별로 분담하자는 것이지 결코 시·도별로 지방민을 양성하고 지방 발전을 우선적으로 도모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 그러므로 교육부는 앞으로 교육시스템 내부의 교육주체 상호 간의 관계질서를 새롭게 구축하고 제도를 혁신하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대학을 일렬종대로 세우지 말라는 부탁이다. 동일한 잣대로 모든 대학을 평가하고 우열을 가려 그 결과를 공표하면 대학은 일렬종대, 즉 앞으로나란히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교육부는 새로운 정책과 평가 방법을 개발해 대학들을 일렬횡대, 즉 우로나란히로 세워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대학들이 특성화되고 다양화돼야 한다. 그래야 모든 대학이 제각각 일등대학이 돼 이모저모로 국가 발전과 경쟁력 증대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부는 이점에서 국가적 낭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발해 주기 바란다.

넷째로, 대학 발전을 위해서 교육부의 행·재정적 지원은 필수의 과제다. 그러나 그것은 대학에 대한 국가의 교육 의무를 교육부가 대행하는 것이지 결코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시혜가 아님을 명백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대학에 대한 지원이 이유가 돼 대학의 자율권이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지난 20여년 사이에 대학의 자율권이 크게 신장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대학의 자율권을 압박하는 구실이 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새 정부 교육부가 새 패러다임으로 직시해야 할 과제라 하겠다. 교육이 이처럼 부단히 혁신하지 않으면 그만큼 나라가 침체해질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신임 교육부 장관과 교육 동지들의 헌신과 혁신을 기대한다.

윤형섭 연세대 명예교수·31대 교육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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