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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수학'도 해야 하나요?
'스토리텔링수학'도 해야 하나요?
  • 장혜원 진주교대·수학교육과
  • 승인 2013.03.04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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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에 바뀌는 초·중·고 수학교과서, 변화의 이유를 묻다

3월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이 올해 처음으로 적용된다. 초·중·고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통합교과의 시도로 수학교과서는 스토리텔링이 도입돼 60년 만에 바뀐다. 수학과 이야기의 통합교육이 시작되는 셈이다. 수학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학생, 학부형의 고민과 문제풀이능력만을 키우는 선행학습 사교육 시장은 새로 바뀌는 수학교과서에 대해 적잖게 당황하는 눈치다. 수학 영역에 있어서 교육의 한 방법론으로 활용될 스토리텔링이 마치 따로 존재하는 것 같은 오해도 생기고 있는 것이 현실. 새로 도입될 스토리텔링 수학교과서에 대한 오해와 사실을 장혜원 진주교대 교수(수학교육과)가 풀어봤다.


가르치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주변에서 자녀들의 수학공부법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얼마 전 한 엄마가 물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사고력수학도 해야 하나요?” 내 대답은 “사고력수학이 뭔데요?”였다. 사고력수학은 어불성설이다. 수학 학습을 통해 수학적 사고력의 신장이 기대되며 사고력 신장을 위한 수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용어는 별 문제없이 통용된다고 한다. 이제 곧 “스토리텔링수학도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이어질 기세다.

최근 신문의 교육면, 학원가, 학습지 등의 키워드인 ‘스토리텔링’을 보면, 한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척하기 위해 그 분야의 대표적인 단어 몇 개만 알면 된다는 것을 소재로 한 TV 오락프로그램이 떠오른다. 교육에 별로 관심이 없고, 더욱이 교육과정, 특히 수학과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앎이 없더라도 ‘스토리텔링’이라는 키워드 하나면 오늘날 2009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 대해 뭔가 아는 척을 할 수 있을 듯한 분위기다. 때가 되면 교육과정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교과서를 새로 쓰는 일은 교육계의 당연 과업이었다. 새로운 수학교과서가 나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유독 이번 교과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유별나다.

수학을 재미있게 배울 수는 없을까

이 관심의 발단은 2012년 1월 교과부의 <수학교육선진화방안>에서 비롯된다. TIMSS 등의 연구 결과에서 보이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높은 수학학습 성취도와 그에 비해 정의적 영역에서의 낮은 점수는 수학을 싫어하고 자신 없어 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했을 학생들의 고통을 연상시킨다. 수학을 재미있게 배울 수는 없는 것일까? 이에 교과부는 수학을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우도록 한다는 방침으로 그러한 교과서를 제작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하였고, 그 방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설명, 공식, 문제 위주의 교과서를 탈피하여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일부 단원에 스토리텔링 형식을 적용하고, 중학교의 경우에는 민간출판사에서 참고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형 모델 교과서를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그 결과, 올해부터 초등학교 1, 2학년에게 적용될 새로운 교과서에 스토리텔링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1학년 1학기에 5개 단원 중 두 단원 ‘여러 가지 모양’과 ‘비교하기’, 2학년 1학기 6개 단원 중 두 단원 ‘세 자리 수’와 ‘길이재기’, 이와 같이 총 4개 단원이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용하여 집필되었다. 다음은 2학년 1학기 교과서의 첫 단원인 ‘세 자리 수’ 중 일부이다.

이 단원은 콩만 보면 그 개수를 세기 좋아하는 콩도깨비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이용하였다. 도깨비의 장난이 심한 보름달이 뜨는 밤에 장난을 막기 위해 마당에 콩을 뿌려 도깨비가 콩을 세고, 세고, 또 세고 하다가 날이 밝아 도망친다는 이야기… 차시별로 교사가 활용할 스토리텔링 전문은 교사용지도서에 제시되어 있다. 물론 그림을 보며 학생들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스토리를 만드는 융통성도 발휘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묶어세기, 몇 백 등 학습해야 할 수학적 개념과 활동이 이야기에 포함되는 것은 필수이다.

이와 같이 스토리텔링은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우는 교과서라는 목적을 위해 제시된 다양한 전략 중 하나일 뿐이다. 수학을 재미있게 배우도록 돕기 위한 방법이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수학적 개념 이해를 위해 수학적 맥락이 될 만한 스토리를 이용한다는 단순한 발상이다. 수학적 개념 자체가 추상적 특성의 것이다 보니 학생들이 어려워할 수 있고, 따라서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적 개념을 이해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영상 세대의 학습자를 고려한 면도 있다. 스토리텔러가 늘 교사일 필요도 없다. 학급 상황이나 스토리 종류에 따라 게임, 연극, 구연동화, 만화 등 다양한 활동으로 재구성될 것이다. 스토리텔링수학이란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도구를 목적화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작용 부르는 학원가의 과대선전

일부 언론에서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해놓고 교과부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그래서 교육현장에 혼란이 야기되고 새 학기를 며칠 앞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사실 스토리텔링 방식이 완전히 새로운 것도 아니다. 선생님들은 수학 수업을 시작하는 초반에 학습 동기 유발을 위해 학습 내용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즐겨 사용하여 왔다. 그것은 동화이기도 했고 친숙한 현실 맥락이기도 했다. 그러한 것들을 포함하는 좀 더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단원 전체를 접근해보려는 것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쳐준다는데 뭐가 문제이고 뭐가 불안한지 도통 알 수 없다. 오히려 교과부의 발표가 너무 거창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교과서가 제시되기도 전에 학원가나 학습지에서 이미 발 빠르게 스토리텔링을 수학 공부의 묘약인 양 다루는 과대선전이 부작용의 한 요인이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반영하여 교과부가 준비한 교과서와 교사용지도서에 교사와 학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보인다. 이것이 교실에서 적절히 활용되어 교사와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으면 목적달성이다.

그래도 뭔가 준비해야겠다는 부모가 있다면, 자녀와 생활 속에서 수학 이야기를 나눌 것을 권한다. 예컨대, 등산길의 이정표에 ‘만점’이라는 지명을 본 엄마가 “우리 OO이 100점 100번 맞게 이쪽으로 가볼까?” 하니, 아들은 “그러다 10점 1000번 맞으면 어떡하라구요” 한다. 혹은 한 번 넘어지면 3년 밖에 못산다는 ‘3년 고개’ 이야기는 초등학교 2학년 자녀에게 곱셈구구를 가르칠 엄마가 선택할 훌륭한 스토리텔링감이다. 더욱이 이 이야기에는 관점의 전환에 의해 불운이 행운이 되는 반전까지 들어있으니 금상첨화이다. 그러나 이야기 맥락 없이 그냥 수학 자체를 즐기는 아이라면 굳이 스토리텔링 방식을 따를 필요도 없다. 스토리텔링은 어차피 수학을 재미있게 하려는 하나의 방편이었음을 잊지 말자.

학교수학에서 스토리텔링 방식이 효과적으로 적용되려면 지도하고자 하는 수학적 개념이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진짜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수학이 스토리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수학적 개념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없다면 억지 이야기에 끼워 맞추는 것보다 스토리 없는 수학이 더 좋다. 에스프레소를 국사발에 부어 먹는다면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테니까.


장혜원 진주교대·수학교육과
필자는 서울대에서 박사를 했다. 대한수학교육학회 분과이사를 역임했으며 저서로 『수학박물관-조선 최고의 수학자들이 빚어낸 수의 세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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