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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_ 지식근로자의 아름다운 마무리
원로칼럼_ 지식근로자의 아름다운 마무리
  • 이흥수 전남대 명예교수·영어교육학
  • 승인 2013.02.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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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수 전남대 명예교수·영어교육학
인생의 후반부, 무엇을 할 것인가. 정년퇴임을 하는 나에게 큰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시대의 큰 스승인 법정 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2008)에서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지침이 될 수 있는 맑고 향기로운 말씀을 남기셨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이 바로 그 때임을 아는 일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떨쳐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스님의 말씀은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는 나에게도 좋은 지침이 돼 준다. 나는 영어교육 분야에서 평생을 부침하면서 살아왔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듯 인생의 후반부도 영어교육 분야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내 자신의 꿈과 이상을 저버리면 쉽게 늙을 것이고, 내가 하는 일에 흥미를 잃으면 내 영혼이 주름질 것이며, 탐구하는 일에 노력을 쉬게 되면 내 인생은 녹이 슬 것이다.

또한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의 인간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지식근로자』, 이재규, 2009). 육체근로자는 정상적인 기대수명이 다하기 훨씬 전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가 소진되고 만다. 그들은 끝난 것이다. 만약 그들이 더 오래 생존한다면 골프와 등산을 즐기고 이런저런 취미생활도 하면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지식근로자는 그렇게 끝나지 못한다. 지식근로자는 비록 모든 종류의 사소한 불평을 하지만, 50세나 60세에 정년을 해도 20년은 아니더라도 10년 이상은 더 일할 수 있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80세까지 하루에 12시간 일했고, 시력을 거의 다 잃었을 때까지 그렸다. 인상주의 이후 최고의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도 90세까지 그림을 그렸다. 20세기 최고의 연주자인 파블로 카잘스는 97세까지 새로운 곡을 연주할 계획을 세워서 연습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위대한 성취인들 가운데서도 드문 예에 속한다.

인생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는 법정 스님의 말씀대로 “낡은 생각을 미련 없이 떨쳐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그러므로 정년 후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인생의 후반부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평행경력(parallelcareer)을 개발하는 일이다. 첫 번째 직업에서 성공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잘하고 있는 직업에 그대로 종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때부터 스스로 평행경력을 개발하고 은퇴 후를 준비한 것이다. 지식근로자가 인생의 후반부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은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일이다.

나는 지난 30여년을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에 종사했다. 대학이라는 상아탑 속에서 영어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인생의 전부를 보낸 셈이다. 그동안 교과서를 집필하고 학술도서를 출판했다. 인생의 후반부는 다양한 영어교육의 경험을 바탕으로 울타리 없는 영어교육 분야에서 봉사하면서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

외국어로써 영어를 배우는 한국의 영어교육은 아직 미완성이다. 하지만 끝까지 함으로써 미완성은 완성을 품어낸다. 그리고 언젠가 그 미완성의 씨앗은 완성의 열매를 맺는다. 미완성을 두려워 말고 끝까지 함으로써 그 안에 한국 영어교육의 완성이라는 씨앗을 배태시켜야 한다. 그것이 영어교육학을 가르친 전문가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이흥수 전남대 명예교수·영어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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