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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속에 기생 … 20℃ 이하에선 맥 못춰
피부 속에 기생 … 20℃ 이하에선 맥 못춰
  • 교수신문
  • 승인 2013.02.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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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78_ 옴벌레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 수많은 기생충들이 안팎으로 덤벼드니 그것들을 달고 살았다. 살갗에 붙어사는 수많은 세균이나 곰팡이는 불문하고, 모기 같은 체외기생충이나 회충 따위의 체내기생충은 말 할 것 없고, 체외기생 하는 놈 중에 피부 속에 사는 피부기생충이 있으니, 이미 본란에 다룬 모낭진드기(毛囊蟲, follicle mite)가 대표적이다. 다행히 이것들이 피부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놈들은 이마, 뺨, 속·겉눈썹, 코언저리에 사는데, 毛根을 둘러싸고 있는 털구멍인 毛囊(hair follicles)에 사는가하면 기름기를 분비하는 脂肪腺에도 산다. 이들은 털구멍 하나에 어림잡아 10마리 정도가 산다는데, 성충은 0.3~0.4 mm로 거미처럼 생긴 것이 4쌍의 다리가 붙었고, 털구멍을 살금살금 파고들기 편하게 길쭉한 몸에다 주둥이는 바늘처럼 뾰족하며, 죽은 살갗세포나 모낭에 든 호르몬이나 지방을 먹고 산다.

그런데 이것들이 얼굴에 꿈틀꿈틀, 꼼작꼼작 휘젓고 다녀도 놈들의 움직임이 역치(threshold, ‘문턱’이란 뜻으로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일컫다)이하의 자극이라 숫제 가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조금만 더 컸더라면 난리 날 뻔 했네 그려. 온 사방 얼굴이 간질간질 했을 터이니 말이지. 운이 없을 때 “재수가 옴 올랐다(붙었다)”하는데 한 번 감염되면 잘 낫지 않고 오래 가기에 생긴 말이다.

가려움의 대명사라해도 될성부른 옴은 이전에 대유행했지만 1990년대 말부터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사라진 병으로 알았는데 놀랍게도 백주대낮에 부쩍 늘어, 근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그것도 직원들이 걸리는 일이 일어났다 한다. 병원에 따르면 병원 내 물리치료사와 담당간호사 2명이 전염성피부질환인 옴에 걸렸으며, “한 요양병원에서 이송된 뇌졸중환자를 치료하다 생긴 일로 환자가 본 병원으로 올 때 당시 주요 질환정보만 넘겨받았을 뿐 피부병에 관련된 정보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튼 모낭진드기와 사촌 간인 같은 거미류, 옴과의 절지동물인 옴벌레(옴진드기, Sarcoptes scabiei, itch mite)를 보통 ‘Scabies’라고도 하는데 이는 라틴어의 ‘scabere’에서 온 말로 ‘마구 긁음’이라는 뜻이며, 잘 낫지 않고 가렵다 해서 ‘seven-year itch’라고 한다. 옴진드기는 둥그스름하고 납작한 것이 눈이 없으며, 역시 8개의 다리를 갖고, 암컷은 몸길이 0.3~0.4mm로 수컷의 두 배 크기이며, 현미경적이라 잘 보면 흰 점처럼 보일 뿐(육안으로 볼 수 있는 눈의 한계는 약 0.1mm임)이다.

그러므로 현미경으로 옴진드기를 확인해 병의 유무를 결정하고, 이 병에 대한 백신은 없다함. 암컷이 살갗 角質層을 입으로 25분에서 1시간 동안 야금야금 S자 모양의 굴을 파고 들어가고, 따라 들어온 수놈과 짝짓기한 후에 생살 속에다 하루에 2~3개의 알(0.1~0.15mm)을 낳으니, 그때가 제일 가렵다고 하니 일종의 알레르기(항원항체) 반응이다. 알은 3~10일 후에 부화하고, 까인 유충은 살갗을 더 파고들어 거기에서 3~4주간을 자라 성충이 된다. 성충은 살갗 위로 올라와 모낭 근처의 각질세포를 먹으며 자란 다음, 역시 교미, 산란하고 3~4주간 피부위에서의 한생을 마감한다. 옴은 세계적으로 분포하면(매년 3억 건 발생함) 어린이이나 노인, 부자나 빈자, 인종에 관계없이 걸리는 전염병이다.

주로 얇되 얇은 손발가락사이나 팔목, 등짝, 궁둥이, 여자의 젖무덤 아래 에 달라붙지만 철판처럼 두꺼운 얼굴이나 頭皮에는 파고들지 못한다. 한데 외부생식기에도 붙으니 남이 꺼리는 일을 할 핑계거리가가 생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 “옴 덕에 陰部 긁는다.”는 말이 있다. 구체적으로, 가려운 자리를 긁으면 손톱 밑에 묻어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거나 만져 생기는 피부접촉감염으로 성관계를 할 때도 세면발니(Phthirus pubis)처럼 쉽게 옮는다. 그러므로 환자와 접촉을 피하고, 증상이 있다 싶으면 내의나 침구류들을 삶아 빨거나 다림질한다. 옴은 4~6주간의 잠복기를 거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옴이 주로 밤에 가려운 것은 옴진드기는 주로 야간에 사람 피부의 가장 겉 부분인 각질층에 야금야금 굴을 파고드니 이 때 진드기의 분비물에 알레르기반응을 일으켜 심한 가려움증(allergic itching)이 나타나는 때문이다.

집먼지진드기(house-dust mites)도 마찬가지며, 조금 다른 아종(亞種, subspecies)진드기들은 개를 위시해 가축을 괴롭힌다. 이 싸가지 없는 녀석들이 내 손바닥에 아득바득, 덕지덕지 달라붙어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그러나 녀석들은 20℃ 이하에선 맥을 못 추고, 사람 몸에서 떨어져 나가면 24~36시간 후엔 죽어버린다. 옴진드기가 죽은 뒤에도 꽤 오래 깨문 자국이 남는다. 굴이 시작된 부분에는 작은 살비듬이 생기며, 옴진드기가 들어있는 곳에는 여드름처럼 부어오르고, 굴 아래에는 작은 물집 또는 고름주머니가 형성되며 고름 딱지, 종기, 염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내 어릴 때만해도 못 참을 정도로 가려워 죽기 살기로 빡빡 긁고 나면 진물이 질질 나고 살이 벌겋게 피가 송송 맺히고 세균이 묻어 헐기도 했다. 옛날에는 마냥 긁적거리며 ‘세월의 약’에 내 맡기고 지냈지만 요새는 기찬 약이 있다 하니 너무 겁낼 것은 못 된다. 알고 보니 반갑게 악수하며 세균, 감기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옴벌레도 옮는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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