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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의 ‘봉정식’이 특별한 까닭
제자들의 ‘봉정식’이 특별한 까닭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2.25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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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퇴임 맞춰 서양고전학연구소『서양고대철학 1』출간

서울대 서양고전학연구소(소장 배철현 종교학)의 서양고전학 연구총서 제1권『서양고대철학 1』(도서출판 길 刊)이 지난 5일 발간됐다. 저자들은 김남두 서울대 교수(철학과)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이 책을 스승인 김 교수에게 봉정했다.

서울대 서양고전학연구소 회원들이『서양고대철학 1』원고검토를 위해 편집회의를 하고 있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산하 17개 연구소 중 하나인 서양고전학연구소(소장 배철현 종교학)는 2007년 11월에 설립돼 현재까지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연구 활동은 고전 원전 및 2차 연구서(주석서, 번역서, 사전, 보조학문 연구서)의 수집 및 정리, 고전 원전의 편집·주석·번역·해설·해제·색인 작업, 고전원전의 제목과 인명·전문 학술 용어 표준화 작업이다. 학술대회와 총서발간은 물론, 학부생을 위한 고전 독회 강좌도 열고 있다. 지금까지 14회의 콜로키움을 개최했고, 올해부터 동계 고전학 집중코스를 지원하고 있다.

끊임없는 분열과 통합을 반복하며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교류·협력을 통해 오늘날의 유럽을 형성한 서구. 그 모태가 된 그리스, 로마 문화의 정수인 고전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서양고전학연구소의 주연구주제다. 아울러 고전의 보급 빛 확산을 위해 현대적 감각과 학문적 엄정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번역 및 해설서를 간행하는데, 이번에 발간된『서양고대철학 1』은 바로 그 첫 번째 결실이다.

『서양고대철학 1』은 전체가 3부로 구성됐다. 부제인‘철학의 탄생으로부터 플라톤까지’가 설명하듯 설명해주듯 1부에서는 통상‘자연철학자들’이라고 불리는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탄생 배경을 다룬다(그리스 철학의 탄생, 밀레토스 학파, 피타고라스 학파, 헤라클레이토스, 엘레아 학파, 다원론자들). 2부에서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사상적 토양이 됐고, 플라톤 철학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이른바‘소피스트 운동’과 소크라테스를 다뤘다. 마지막 3부는 플라톤의 철학을 윤리학, 영혼론, 인식론, 형이상학, 정치철학, 예술철학의 측면으로 구분해 접근했다.

강철웅 강릉원주대 교수(철학과), 박희영 한국외대 교수(철학과), 이기백 정암학당 학당장 등 15명의 쟁쟁한 필진만으로도 책에 대한 신뢰가 가지만, 저자 중 하나인 강성훈 인제대 연구교수(인간환경미래연구원)는“이들이 구체적 집필에 앞서 세부 목차를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해 각자 집필한 원고를 발표하고 논평과 토론을 거쳐 원고를 재집필하는 작업을 수 차례 반복했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그동안 출간됐던 서양고전번역서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교수는 “고대철학사라는 것을 우리의 시각이 반영된, 좀 더 마늘 냄새가 섞인 시각으로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서양에서도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했지만, 강의 현장에서 우리 스스로가 느꼈던 문제를 포착해서 접근했다”라고 이 책의 성격을 규정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서양고전문학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양교육서라는 특징도 갖지만, 단순한 교양수준이 아닌 연구서로서의 특징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에 대한 상세한 연구서가 부족했던 현실에서 기존의 한국 연구가 반영된 이번 총서는 ‘논의의 틀’과‘개념들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책은 외국 번역이 아닌 자생적 학문하기, 자생적 서양고대철학하기의 표준화에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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