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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호 새로나온 책
672호 새로나온 책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3.02.19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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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과 거짓순수-폭력의 원인에 대한 탐구, 롤로 메이 지음, 신장근 옮김, 문예출판사, 344쪽, 18,000원

학교 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언어폭력…, 날마다 뉴스에 등장하는 이 단어는 한국에서 어떤 함의를 가질까? ‘폭력의 원천에 대한 탐구’라는 이 책의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롤로 메이는 자신의 학문적 기반인 정신의학, 철학, 신학, 심리학을 토대로 ‘폭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깊이 숙고하게 됐고, 베트남전이나 여러 문학작품, 미국에서 벌어진 학교 총기 난사 사건 등을 통해 폭력과 권력이라는 문제를 상세하게 해부한다. 저자는 이처럼 깊은 학문적 통찰력과 임상심리학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얻은 여러 가지 사례를 제시해줌으로써 독자들을 흥미로운 독서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그는 ‘순수(innocence)’라는 단어에는 무기력과 절망이 감춰져 있다고 일갈하면서 이를 권력에 대항하지 못하는 거짓순수일 뿐이라고 말한다. 미성숙하고 고지식한 무능력이나 세상 속의 악이나 자신 혹은 타인을 인식하기를 거부하는 ‘거짓순수’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크리스 임피 지음, 이강환 옮김, 시공사, 508쪽, 19,000원

저자는 전작 『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에서 깊고 방대한 지식과 놀라운 상상력을 펼쳐보였던 우주생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로, 애리조나대 천문학과 교수로 있다. 이번 새 책을 통해 그는 다시 현대우주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보여준다. ‘우리는 진화의 과정에서 운 좋게도 원자들이 적절하게 결합해 만들어진 우연의 산물일까? 아니면 우주의 구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존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재미있는 위트와 재치로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제목 그대로 ‘세상은 어떻게 시작됐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진행되는 이 책에서는 우주를 의인화하고, 저자 개인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우주를 설명하는 부분이 크게 늘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 식민지 유산, 국가 형성, 한국 민주주의 1·2,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정근식·이병천 엮음, 책세상, 1권 556쪽·25,000원, 2권 508쪽·23,000원

식민지 유산이 현대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은 오래된 문제이면서 새로운 주제다. 최근 시대 상황이 변화하면서 식민지 유산 문제를 새롭게 보는 관점들이 탄생했다. 이 책은 탈냉전, 민주화 그리고 세계화라는 새로운 시대적 조건 속에서 나타난 식민지 유산 담론을 반성적으로 전진시키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1부는 일제강점기의 유산과 전개, 한국의 전쟁경험과 폭력, 민족주의와 반공 국가주의적 성격의 비교연구 등을 수록했고 2부에는 식민지 사법의 구조와 의식, 가족법을 통해 본 식민지성과 전통의 문제를 다루었다. 3부는 식민지 유산과 전개에 따른 공업화와 토지소유, 경제 관료와 과학기술 등 경제발전의 길항을 다루고 4부에는 공간과 제도, 주체, 교육, 언론 등 사회문화적 변화를 살펴본다. 마지막 좌담 부분에는 집필진들이 함께 식민지 유산에 대한 역사적 개념화를 시도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에 끼친 영향에 대한 성찰을 정리했다.

■ 신장의 역사-유라시아의 교차로, 제임스 A. 밀워드 지음, 김찬영·이광태 옮김, 사계절, 624쪽, 38,000원

 2009년 197명이 숨지고 1천7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우루무치 유혈 사태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세계의 관심을 받는 지역이 됐다. 외신들은 신장에 ‘중국의 화약고’라는 별명을 붙였다. 도대체 왜 신장의 위구르인들은 중국 정부에 저항하고 있을까. 신장 위구르인들의 분노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신장 지역의 역사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신장’은 18세기 중반 청의 건륭제가 이 지역을 정복하면서 ‘새로운 강역’이라는 뜻으로 처음 사용한 단어다. 중세의 이슬람 작가들은 이 지역을 ‘투르크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투르키스탄(Turkestan)이라고 불렀다. ‘투르키스탄’이 ‘신장’으로 바뀌면서 이 지역은 공식적으로 중국 역사에 편입되면서 위구르족과 한족의 민족 갈등과 종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신장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은 뒤엉킨 역사문화의 조각을 맞추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저자는 현재 조지타운 대학의 에드먼드 월시 국제 외교대학(Edmund A. Walsh School of Foreign Service)의 교수로 아시아사와 세계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 우주개발과 국제정치, 스즈키 가즈토 지음, 이용빈 옮김, 한울, 388쪽, 33,000원

현재 홋카이도대 공공정책대학원 조교수로 있으며, 국제정치, 유럽 연구, 우주정책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을 추격하기 위해 지역 협력 체제를 구축한 유럽, 우주 기술을 들고 자원 외교에 나선 중국, 일찍이 우주 기술을 의료와 교육 서비스의 보급에 활용한 인도, ‘평화적 이용’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하는 일본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우주 강대국들을 비중 있게 다룬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국과 같은 후발 국가들이 우주개발의 정책 방향을 확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도 2020년대에는 달에 무인 탐사선을 보낸다는 계획이 거론될 정도로 높은 수준에 올랐지만, 우주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흐름과 우주정책을 다룬 학문적 뒷받침이 부족해 그동안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아쉬움을 해소해줄 것이다.

 ■ 존재의 충만, 간극의 현존-장 폴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강해 1·2, 조광제 지음, 그린비, 1권 700쪽·32,000원, 2권 756쪽·33,000원

그린비 철학의 정원 시리즈로 나왔다. 프랑스 현상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장 폴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를 강해한 책이며, 2009년부터 만 2년여간 진행한 강의록을 기초로 출간됐다. 저자는 한국에서 그동안 실존주의라고 번역했던 사르트르의 ‘existentialisme’을 그 개념적 의미에 따라 ‘현존주의’라고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이데거 사상에 입각하여 ‘實存’으로 번역됐던 이 개념에서 인간의 자유는 이미 ‘현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이미 자신의 존재 기반에 ‘자유’를 품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점이 바로 하이데거의 철학에서는 볼 수 없는 사르트르 철학의 핵심이다. 강해 작업은 1권과 2권을 합쳐 총 1천4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통해 꼼꼼하게 이뤄졌다. 사르트르론에 대한 기존의 오류를 바로 잡고, 사르트르 현상학의 철학적 함의를 명확하게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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