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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선호도 조사 결과 발표 … 선도학술지도 점수 나빴다
학술지 선호도 조사 결과 발표 … 선도학술지도 점수 나빴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3.02.19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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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재제도 대체할 새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 학계는 난데없이 날아온 이메일 한 통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학술진흥정책자문위원회가 실시한 ‘학술지 선호도 조사’ 때문이었다. 선호도 조사는 교과부가 2014년 말까지 등재(후보) 학술지 제도를 없애 학술지 평가를 학계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참고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했다. 하지만 선호도 조사 결과가 우수 학술지 선정이나 교수 업적평가에 활용될 것이라고 생각한 일부 학회에서는 참여를 독려하는 메일을 무작위로 발송하는 등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과는 어떨까. 최근 자문위가 공개한 선호도 조사 결과(『우리나라 학자들의 학술지 선호 현황』)를 보면 국내 연구자들이 학문적 수월성을 인정하는 학술지가 대강의 윤곽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등재(후보)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기준으로 활용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질적 평가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기존 등재(후보) 제도의 연장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연구자들이 친숙도(구독), 활용도, 평판도, 선호도 면에서 인정하는 학술지라고 응답한 학술지 2천504종 가운데 80.8%(2천24종)가 등재(후보) 학술지였다. SCI급 학술지는 117종으로 4.7%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현재 등재(후보) 학술지는 모두 2천167종인데, 이 가운데 93.4%가 이번 선호도 조사에서 연구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SCI급 학술지는 136종 가운데 86%가 포함됐다. 등재 및 SCI급 여부가 학술지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인문학 전공의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전공 중분류에 따라 학술지 선호 현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철학이나 역사학 분야를 보면 첫 번째 기준이 등재 여부고, 그 다음이 학회의 역사나 규모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는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거나 새로운 분야의 학술지는 성장하기 힘들다.” 이 교수는 “등재(후보) 학술지가 너무 많아지자 새로운 등급을 만들려 했지만 학계 반발로 못 했다. 결국 등재(후보) 학술지 가운데 일부를 가려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응답자가 전체 연구자의 12%에 불과해 결과의 유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규모가 크거나 충성도가 높은 회원을 가진 학회가 유리할 수 있어 선호도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분야를 선도하는 학술지인데도 선호도가 낮게 나타나거나 반대로 영향력이 별로 없는 학술지인데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구자들이 발간하는 학술지가 전공 분야에서 5위 안에 든 경우도 있었는데, 이 역시 응답률이 낮다 보니 생겨난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보고서 집필에 참여한 김태윤 한양대 교수(행정학과)는 “연구자들이 생각하는 학술지 우선순위가 윤곽은 대강 나왔다고 본다. 참고자료는 되지 않을까 싶다. 인용지수 등도 있으니까 학계에서 토론을 거쳐 평가 기준을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자문위는 “선호도 조사가 정기적으로 수행돼 학문세계에서의 변화와 경향을 체계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면 연구자에 대한 업적평가는 물론 학문의 객관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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