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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_ ‘원로교수연합회’ 발족을 제안하며
원로칼럼_ ‘원로교수연합회’ 발족을 제안하며
  • 오홍석 동국대 명예교수·지리학
  • 승인 2013.02.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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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홍석 동국대 명예교수·지리학

요즘 유행하는 말이 있다. ‘자원을 채취하기 위해서 산에 가지 않고, 도시 한복판을 휘젓고 다니라’고. 폐기물이 많고 다양하면서 ‘재활용의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를 가까이에서 수합하기 위한 방편에서다. 자원이 매장된 산지로 나가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면서 ‘유익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음으로 양면에 걸치는 이익이다. 발상하기에 따라 효율성을 기할 수 있는 과제들이 우리 주변에 산재한 것을 암시하고 있음으로 ‘원로교수들에 대한 재활용 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세상은 古稀시대마저 뛰어넘고 백세를 내다보는 장수시대를 맞고 있다. 교수사회라고 예외로 남을 수 없는 처지다. 이런 점에서 퇴역교수마저 종전처럼 체면만을 유지한 채로 은둔 생활로 하루하루를 이어간다는 자체가 시대착오적 행동으로 비쳐질 뿐이다. 세상은 급속하게 변하며 부정적 방향으로 치닫는 한편 장구한 세월 속에 지속돼 온 민족공동체마저 해체하려는 위기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시대 여건은 이와 같이 급격하게,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전처럼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사회를 선도하는 대학교수의 위상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대학교수는 평생을 통해 인격 도야와 더불어 연구에만 몰두해왔음으로 ‘사회의 멘토’로 여겨 왔다. 따라서 평생에 걸쳐 얻어낸 노하우가 축적되게 마련임으로 이것만큼은 정년을 맞는 생체연령과 별개로 ‘재활용의 가치’마저 갖고 있다.  

현실은 지역·계층·세대 간에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면서 국가적 난제가 되고 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를 만큼 심각하건만 정도령처럼 救世道人을 의인화한 채로 ‘세상이 정화’되기만을 기다린다면 이처럼 무책임한 일도 없다. 원로교수들에게 안겨준 ‘새로운 책무’는 축적된 지혜와 노하우를 자진해서 반납하며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일로 귀착된다. 두꺼비 어미는 껍질까지도 새끼에게 먹이로 제공해왔다. 동물계가 이랬거늘 정신적 지도자임을 자부해온 교수들로서 오불관의 상태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평생을 통해 얻어낸 지혜와 경륜들을 다 쏟아내며 해법을 찾는 데 힘쓰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교수들만이 해낼 수 있는 교화사업이다. 구체적 방법으로 연구, 저술, 강연, 학습, 상담, 봉사 등에 걸쳐 분야별로 활동하는 과제를 떠올려본다. 하지만 개인역량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효과에서도 극대화를 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원로교수연합’이라는 전국조직망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구상해본다. 動而愈出의 글귀처럼 움직임을 통해서 모든 것은 생성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반관계에 있는 <교수신문>의 역할도, 연결고리를 위해서 막중함을 알리고 있다.

중국은 개방되기 전에 ‘竹의 장막’으로 불러올 만큼 폐쇄돼 왔다. 하지만 ‘쑨원의 아호’를 내세운 中山대학의 경우 이미 ‘종신교수회관’을 운영하고 있었음으로, 체제와는 달리 선진화된 모습이다. 정년퇴임과는 관계없이 종신에 걸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공간 제공과 ‘정책 배려를 집행’해온 증거다. 이런 것이 動因이 돼 오늘의 ‘막강한 중국’으로 발전한 결과를 낳았음으로 타산지석으로 삼을 암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집행돼 온 ‘획일화의 정년제도’를 재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판단과 실천으로 옮겨가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미래의 결실을 내다보는 씨앗을 당장 뿌리며 새로운 설계로 들어가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이 원로교수들의 모임이며 조직적 활동이다. 

오홍석 동국대 명예교수·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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